- 제3화 : 방법을 찾아가다-
협상이야기는 협상을 주제로 한 비지니스 협상 가상 스토리 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협상이야기: 디자인 협상을 하라 (1) 제1화 혼란 속으로" 부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3. 방법을 찾아가다 – 원칙과 체계
캐서린 변호사 사무실
캐서린은 평소에 편하게 얘기를 하는 최수진 대리를 사무실로 잠깐 불렀다. 최수진 대리를 기다리면서 캐서린은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머신으로 커피 두 잔을 내린다. 최수진 대리와는 커피 친구이다. 네스프레소가 징징 소리를 내면서 커피를 내린다.
캐서린은 지난 사우디 출장에서의 일을 다시 한번 되뇌인다.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게 있을 텐데…’
최수진 대리가 노크를 하면서 들어온다. 평소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최수진도 캐서린을 보자 활짝 웃는다.
“괜찮니?” 캐서린은 마치 언니인 것처럼 다정하게 대한다.
지난번 최수진 대리가 사우디에서 무척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캐서린 변호사님… 호호. 걱정 마세요. 이래 보여도 정신력은 튼튼합니다.”
캐서린 변호사는 웃는 최수진 대리를 보자 안도가 된다.
“최대리, 혹시 최 대리는 이번 문제에 대해 아이디어가 없나? 난매일 계약서와 법률에만 파묻혀 있다 보니 이런 일에 아이디어가 많지 않네.”
최수진 대리는 눈이 반짝이면서 캐서린 변호사에게 신이 나서 얘기를 늘여 놓는다.
“제가 보기엔 말이지요, “그날 아마드 씨가 뭔가 얘기를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먼저 얘기를 풀어 주었으면 좋을 텐데 아마드 씨도 아주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라 미처 얘기를 꺼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지? 나도 그런 느낌이 이제 들어. 그때는 왜 그런 걸 알아차리지 못했던지… 그건 그렇고 최 대리는 그런 감각이 아주 탁월한데?”
최수진 대리는 캐서린 변호사가 칭찬을 하자 갑자기 으쓱해지면서 신이 나기 시작한다.
“네, 감사해요. 호호. 그건 그렇고 이번 문제가 어떻게 보면 잘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도 아직 경력이 일천해서 방법을 잘 모르겠네요.”
캐서린 변호사는 이런 얘기를 주고받자, 존 생각이 더 또렷하게 나기 시작했다.
“그래최 대리 고마워. 우리 같이 한번 풀어 보자고.”
캐서린 변호사는 최수진 대리가 나가고 한참 앉아 있다가, 같은 로스쿨을 다녔던 가까운 동기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존의 근황과 전화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존의 전화번호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같이 일을 한다는 정보를 얻었는데 구체적으로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동기들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캐서린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존에게 전화를 했다.
“존, 잘 지냈어?” 너무 오랜만의 전화인지 존은 잠깐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이내 로스쿨 당시의 시절로 돌아 간 듯친근하게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캐서린 오랜만이야. 얘기 들었는데 코니스에서 활약이 대단하다며. 동기들 얘기하던데…”
“존, 활약은 무슨 요즘 난리도 아니야.”
존은 크게 웃으며, 예전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존 그건 그렇고, 요즘 무슨 일을 해?”
존은 자기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존은 로펌에서 변호사로 3년 정도만 일하다가 그 이후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존 무슨 컨설팅이야?”
“응, 나는 알다시피 서류 일은 젬병이지. 근데 내가 잘하는 일은 서로 분쟁이 있어가 아니면 협상을 해야 하는 분야에서 협상하는 일을 도와주거나 아니면 내가 그분들을 대신해서 협상을 하는 일이지.”
“존그래? 그럼 나도 좀 도와줄 수 있겠네?”
“캐서린. 하하. 당연히 내가 도와줘야지. 누가 부탁인데.”
캐서린은 현재까지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그리고 사우디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물론 아무리 동기이지만 기밀에 속하는 일은 빼고 말이다. 존은 중간중간에 뭔가 적는 듯했고 다 듣고 난 뒤에 캐서린에게 몇 가지 질문만 한 뒤 단호하게 얘기했다.
“지금 이대로 진행하면 아마, 솔라웍스와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어…”
“존, 뭐라고?”
“캐서린, 나는 이때까지 이런 회사들을 많이 봐 왔지. 대부분의 회사들은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허둥대거나 고집을 부리다가 상대방에게 한방 먹거나 아니면 문제를 더 키우면서 결국 소송으로 치닫게 되지.”
캐서린 변호사는 예상한 일이지만, 존이 너무 단호하게 얘기하는 것이 좀 놀라웠다.
“음. 존 그럼 잠깐 한국에 와 줄 수 있겠어? 혹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지장이 없다면 말이야.”
“캐서린, 다행히 지난달에 그동안 해 왔던 컨설팅이 끝났어. 한국에도 한번 들러서 한 두어 달 쉬려고 했는데, 캐서린 때문에 못 쉬는 거 아닌가? 하하”
캐서린 변호사는 존 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강무한 상무와 전화 통화를 한다.
“강 상무님, 저 캐서린입니다. 급하게 의논 드릴 게 있습니다.”
캐서린은 존과 존이 현재 하는 일에 대해서 논리 정연하게 강무한 상무에게 설명했다.
“강 상무님, 지금 우리끼리는 도저히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을 잘 못하는 게 아니라, 이때까지 이런 일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캐서린 변호사님, 저도 동감합니다. 지난번 사우디에서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 오르기는 했지만 자신감 있게 진행하기에는 너무 피상적이더군요.”
강무한 상무는 지난번에 사장이 자기에게 요구한 협상팀을 꾸리라는 둥, 협상을 하러 떠나야 한다는 둥 하는 일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 속에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캐서린 변호사는 존을 적어도 3개월 컨설턴트로 쓰자는 내용으로 사장님께 함께 보고를 드리자는 것에 강무한 상무와 합의했다.
마이크 사장은 흔쾌히 존을 6개월 자문 계약 형태로 사용하는 것에 승인했다. 원래 캐서린 변호사가 요청한 3개월 보다 더 늘려 직원들에 대한 코칭과 교육을 더 요청하기로 했다. 마이크 사장은 이번 일이 중요하기도 하거니와, 임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사장도 해외에서 근무할 때 능숙하게 일하는 협상팀을 많이 봐 왔지만 그 팀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는 잘 몰랐다. 당시는 그런 협상팀에게 신경을 쓰거나 할 여유가 없었다.
일주일 후 존을 코니스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코니스 사의 사무실
강무한 상무도 함께 자리했다.
“존, 와 줘서 고마워. 하나도 안 변한 것 같네. 자 여긴 강무한 상무님.”
“강 상무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편하게 존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아네 너무 감사드립니다. 싱가포르에서도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존이라 부르는 건 뭐하니 존 부장님이라고 할까요?”
“네 상무님. 별말씀을. 저도 코니스 일을 돕게 되어 너무 감사드립니다. 뭐 한국에서는 직급을 부르는 게 더 편할 수 있으니 존 부장이라 불러 주십시오. 일단 내일부터 일을 바로 시작하면 좋겠는데요 혹시 이번 일과 관련된 분들을 모아 주실 수 있을까요?”
“아네 벌써요? 일사천리로 진행하시는군요. 천군만마를 얻은 듯합니다.”
“뭐 이런 일을 자주 하다 보니 이제 어떤 패턴이 보이더군요. 하하.”
존은 내일 아침까지 캐서린과 이번 사업, 중요 문제들 그리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모두 모아 정리했다.
코니스와는 비밀유지 합의서에 이미 사인을 했기 때문에 캐서린에게서 듣지 못한 좀 더 중요한 얘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코니스 사의 316호 중역 회의실
다음 날 아침 회의실에는 강무한 상무를 비롯하여, 김태한 부장, 이명식 차장, 최수진 대리 그리고, 박재화 상무까지 모두 모였다. 캐서린 변호사가 존을 간단히 소개하고 바로 업무적인 대화로 들어갔다.
“네, 저는 존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변호사 업무를 하다가 지금은 협상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도와주는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아무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존은 모인 사람들 모두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이번 일의 중요성과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법적인 문제나, 사업적인 문제, 그리고 재무적인 상황은 모두 여기 계신 전문가 분들이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다름 아닌 협상의 체계와 원칙, 방법론에 대한 것입니다.”
최수진 대리가 갑자기 놀란 토끼눈을 하면서 말을 꺼냈다.
“존 부장님,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에 체계와 원칙, 뭐? 방법론이라니요? 저는 협상은 경험과 노련함이 쌓이고 말을 잘 풀어나가면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런 얘기는 금시초문입니다.”
회의실에서 제일 나이가 어린 최수진 대리가 놀란 듯이 질문을 하자, 모두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무한 상무나 박재화 상무도 사실 잘 모르는 것이었지만 최수진 대리가 그렇게 직설적으로 질문하니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존은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온 것처럼 노련하게 답을 이어간다.
“네, 최 대리님. 물론 경험이나 노련함이 중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협상에는 체계와 원칙 그리고 방법론이 더 중요합니다. 체계, 원칙 그리고 방법론을 알고서 경험과 노련함이 더해지면 훨씬 빠르고 더 뛰어나게 협상을 할 수 있지요.”
평소에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거나 냉소적인 이명식 차장 조차도 눈이 커지면서 존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협상의 체계, 원칙 그리고 방법론 들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한 기라성 같은 전문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쌓아온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받아들일 기회가 없거나, 설사 있었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해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는 제한적이었지요.”
최수진 대리는 이런 말들을 듣고 있자니 너무 흥분이 되면서도 아쉬운 생각이 밀려온다.
‘아니 그런 게 있었는데도 나는 그동안 뭘 했지? 대학에선 대체 뭘 배운 거지? 왜 이런 걸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거지?’
김태산 부장은 이런 얘기를 듣고 있자니 맞는 얘기 같으면서도 불편하게 생각이 든다.
‘아니 경험이나 노련함 보다 그런 게 더 중요하다면 나는 뭔가?’
존은 김태산 부장의 이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이제까지 경험과 노련함으로 어떻게든 협상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만일 제가 알려드리는 체계와 원칙 그리고 방법론을 잘 받아들이신다면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들이 날개를 달게 될 것입니다.”
김태산 부장은 방금 존이 한 말에 다소 위안이 되면서도 알 수 없는 힘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경험이나 노련함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지. 이번에 한번 제대로 배워 봐야겠군’
강무한 상무와 박재화 상무도 김태산 부장과 비슷한 생각이다. 다만, 상무로서 부하 직원들에게 존이 하는 얘기를 먼저 보여 주지 못한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캐서린 변호사는 존이 갑자기 달라 보인다. ‘존이 저런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었군’ 캐서린은 자신이 초대한 존이 너무나 당당하게 신선하고 놀라운 분야에 대해 얘기를 이어나가자 자신도 으쓱해졌다.
존은 얘기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목소리도 더 굵고 맑아지기 시작했다. 목청이 열린 것이다.
“우선협상의 체계를 설명드리겠습니다. 협상의 체계를 심플하게 라도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되니까요. 협상의 체계를 간단히 설명드리면, 우선 협상팀 Negotiation Team을 구성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협상팀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참석하는 미팅 참여자를 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협상팀은 상대와의 협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팀 워킹할 수 있도록 핵심 멤버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주로 사업팀, 법무 혹은 계약관리팀, 재무팀, 그리고 기술팀에서 최소 한 명씩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멤버 중에서 누가 협상을 주도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을 리드 네고시에이터 Lead Negotiator라고 합니다.”
협상 팀을 구성하라. 협상팀에는 사업팀, 법무 혹은 계약관리팀, 재무팀 그리고 기술팀이 참여하도록 하라.
협상팀의 리드 네고시에이터를 정하라.
강무한 상무는 이런 얘기를 듣자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린다.
‘뭐야, 우린 서로 책임 회피만 하고… 사우디 다란에는 누가 갔지? 캐서린은 얼떨결에 따라갔고… 재무팀은 오지도 않고… 더구나 누가 리드 네고시에이터였지? 나였나? 이거야 원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구먼.’
존은 협상팀과 리드 네고시에이터에 대하여 설명을 이어 간다.
“협상팀이 구성되면, 협상 안건에 대하여 함께 논의를 하면서 하나의 안건이 사업적으로 법적, 계약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또한 재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항상 협의해야 합니다. 메일을 주고받는 것도 좋겠지만 가능하면 함께 컨퍼런스 콜이라도 하면서 실시간으로 서로 의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협상팀은 항상 안건에 대하여 공동으로 협의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협상 테이블에는 모든 협상팀원들이 참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리드 네고시에이터가 안건에 대한 모든 문제들을 이해하면서 리드 네고시에이터만 참석해도 좋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모든 협상팀원이 참석할 필요는 없다.
리드 네고시에이터는 안건에 대한 모든 문제를 이해하여야 한다.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존의 말을 들으면서 그동안 흩어졌던 퍼즐들이 하나둘씩 맞춰져 가는 것을 느낀다.
최수진 대리는 갑자기 뭔가 깨달은 것처럼 소리쳤다.
“맞다! 아마드는 리드 네고시에이터 였어!”
최수진 대리가 한 말에 모두 멍해졌다.
“아니 그럼 아마드의 솔라 웍스는 협상 체계에 대해 이미 많은 걸 알고 있었다는 건가요?” 이명식 차장은 어이가 없는 듯이 말했다.
“그럼 우리가 우습게 보였겠군요.” 캐서린은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존은 사람들의 이런 반응을 보면서 안심시키려고 한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대방은 의외로 상대에 대해서 쉽게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코니스처럼 협상에 대해 서툰 것이 당연합니다. 협상의 체계를 잡을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존은 이어서 협상의 원칙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협상의 원칙이란 이런 거죠. 협상팀이 상대방과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한 프로세스가 정해지면 실제로 협상을 진행할 때 생기는 여러 가지 진행상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겁니다.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준비된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원칙이 굳건하게 정해져 있지 않으면 서로 애써서 정한 협상안은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모두 지난번 협상에서 서로 좌충우돌하고 혼란에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이번에는 이렇게 미리 정하기로 하죠. 만일 우리가 협상안을 정했는데 만일 실제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진행이 되거나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긴다면 일단 상대방의 의견을 청취하고 다음 미팅을 잡는 것으로 하죠. 그리고, 협상안에 따른 협상의 제안은 반드시 리드 네고시에이터가 하는 것으로 합니다. 상황이 바뀌어서 협상안대로 할 수 없다면 내부 조율을 다시 하고 리드 네고시에이터가 다음 미팅에서 제시합니다.”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김태산 부장은 자신에게 무거운 책임이 느껴지는 듯하여 입술을 꾹 다문다.
존은 설명을 이어 갔다.
“자그럼 협상의 방법론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문제를 푸는 데 도움되는 선에서만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존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 갔다.
“협상의 방법론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협상 상황, 협상 안준비, 그리고 협상 테이블에서의 방법론입니다. 우리가 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고,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기 때문에 우선 협상안과 협상 테이블에 대해서 집중하도록 하죠.”
모두들 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협상 상황에 대하여는 이미 시간적 여유나 기회가 없다고 하는 말에 무척 아쉬워했다. 미리 존을 만났다면 지난번 출장 때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존은 협상의 방법론에 대하여 좀 더 말을 이어 갔다.
“협상에서 방법론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마치 수영하는 방법을 이해했지만 실제 물속에서 수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부단히 연습을 통해 몸으로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수영을 배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수영은 반드시 연습을 하면서 몸으로 익히는 것이지요? 유튜브나 책을 보고 이해했다고 수영을 잘 하게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닌 거 다 동의하시겠지요?”
다들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계속 경청했다.
“협상안을 만드는 방법론 중 가장 첫 번째는 협상의 목적을 세우는 겁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협상을 미리 세운 목적대로 할 것 같지만, 협상을 하다 보면 목적을 잊어버리고 상대와 언쟁을 하거나, 상대를 지적으로 압도하려고 하거나 혹은 상대에게 창피를 주려는 다른 길로 빠지는 것을 자주 봅니다.”
협상의 방법론 수영을 배우는 것과 같다.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
협상의 목적을 세우고 잊지 마라.
“두 번째는, 협상을 할 때 상대가 가진 숨은 이해관계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숨은 이해관계는 상대가 가진 걱정거리, 고민, 혹은 야망 등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제가 이 숨은 이해관계를 잘 이해하게 되어 협상을 무리 없이 이끈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상대가 가진 숨은 이해관계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는 이런 걸 마음속에 숨겨두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협상이 노련해지면 상대가 아무리 숨기고 있더라도 질문이 나 관찰을 통해 추론해 낼 수 있습니다.”
존은 말이 점점 빨리 지면서 강조하듯 다음 말을 이어 갔다.
“만일 상대가 숨은 이해관계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면, 상대의 숨은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을 유도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상대도 자신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이해관계가 어떻게 하든 드러나기 시작하면 이런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가 주장하는 것은 이해관계와 관련된 것이지만 때로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로스쿨 3년 차에 읽었던 하버드 대학의 로져 피셔 Roger Fisher 교수님이 쓰신 ‘Gettingto Yes’라는 책에서는 숨은 이해관계 Underlying Interest와 이에 대응하는 옵션 Option의 창안이라고 표현되어 있지요.”
협상의 숨은 이해관계 Unterlying Interest를 이끌어내라.
숨은 이해관계 Underlying Interest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옵션 Opton을 창안하라.
최수진 대리는 마치 사우디에서 겪을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듯이 소리쳤다.
“맞아요, 그날 아마드 씨는 뭔가 말하고 싶었던 게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태양광 패널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했죠.”
‘아마드가 리드 네고시에이터였고, 아마드는 뭔가 얘기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고?’
모두가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수학 문제가 조금씩 풀리 듯한 표정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하나씩 풀리지 않은 문제를 풀어 가듯이 조금씩 안개가 걷혀 가는 것을 느낀다.
‘으음 역시 소문 대로군. 대단한데!’
강무한 상무는 캐서린 변호사에게서 존에 대해서 듣고 나서, 자신이 다시 알아본 바로는 싱가포르에서는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가는 협상 컨설턴트로 명성을 다시 확인했다.
이명식 차장은 존의 설명을 정리하면서 마치 문제를 풀었다는 듯이,
“존 부장님, 그럼 우리도 협상팀을 만들고 리드 네고시에이터를 정한 다음, 상대방의 숨은 이해관계를 파악하기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군요!!”
“이 차장님, 네 기본적으로 그렇습니다. 다만, 상대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고, 어떤 제안이 상대의 그런 이해관계를 만족시킬지는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협상팀을 능숙하게 운영하는 것도 상당한 경험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코니스는 이제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협상팀을 시도하는 것이 좋겠군요.”
이명식 차장은 이 정도라도 실마리를 찾은 것이 너무 다행스럽다.
그동안 전혀 앞이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앞에 놓인 길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존은 자신의 설명을 쉽게 알아듣고 이해하는 것에서 코니스 회사의 앞길이 밝게 느껴진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제대로 협상을 해보려는 의지가 자신의 말을 더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강무한 상무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다들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에 뿌듯해한다.
‘휴 다행이군. 좀 해결점이 보이려나?’
이때 김태산 부장에게 사우디의 안성일 PM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 부장님, 저 안 차장입니다. 급한 건이 다시 생겼습니다. 아마드가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미팅을 하였으면 합니다. 목소리 톤으로 봐서는 그때보다 분위기가 더 좋지 않습니다!!”
“아니 안 PM 무슨 일이 또 일어난 거야!!!!!”
제3화 끝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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