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목에서 시작된 첫 데이트
“은정아.
혹시 이번 주말 시간 돼?”
준식이 금요일 저녁, 조심스레 물었다.
“왜? 또 술 마시자고?”
“아냐. 이번엔 진짜 데이트.”
잠깐 정적이 흘렀지만,
나는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데이트.”
그리고 토요일,
우리는 신촌에서 만났다.
하지만 준식이 이끄는 방향은
카페도, 쇼핑거리도 아닌
낡은 골목길이었다.
“여기… 어딘지 알아보겠어?”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낯익은 붉은 벽돌,
낡은 간판,
그리고 좁은 담벼락.
“설마, 여기…”
“우리 어릴 때 뛰어놀던 골목이야.
초등학교 가기 전에 가끔 숨바꼭질하던.”
기억이,
잔잔하게 밀려왔다.
“세상에… 여기 아직도 그대로네.”
우리는 그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그때보다 키도 컸고, 세상도 많이 달라졌지만,
이 길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 말이야.”
준식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너, 내가 너 좋아했던 거 몰랐지?”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거짓말.”
“진짜야.
초등학교 5학년 때,
네가 연필 빌려줬을 때부터 좀 이상했어.”
나는 웃었다.
“그건… 너무 오래된 감정이잖아.”
“응.
근데 이상하게,
그 오래된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더라고.”
잠시 침묵.
나는 괜히 벽에 붙은 포스터를 바라봤다.
손가락이 가볍게 떨렸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기억도 만들고 싶어.”
준식이 핸드폰을 꺼냈다.
“셀카 한 장 찍자.
우리 첫 데이트잖아.”
나는 멈칫했지만,
곧 그 옆으로 다가갔다.
찰칵.
사진 속 우리는,
조금 수줍고,
조금 설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