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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WWE에 열광 할까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서 인간은 감정을 느낀다

by Dㅠ
1.png 11월에 개최되는 WWE 서바이버 시리즈


대부분의 사람들은 WWE를 ‘짜고 치는 쇼’라고 말한다.
팩트는 맞다. 결말이 정해져 있고, 각본이 있으며, 쇼맨십을 위해 짜인 기술도 존재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차피 누가 이길지 정해져 있는데 왜 보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영화나 드라마 역시 결말이 정해져 있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그것들을 보며 울고 웃을까?

나는 영화도, 드라마도 좋아하지만
WWE는 그 어떤 콘텐츠보다 강력한 도파민을 주는 ‘스포츠’이기에 사랑한다.
그리고 그 도파민의 본질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연기’**에서 온다.


WWE는 독특한 스포츠이다.

레슬러들은 단순히 링 안에서 싸우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권모술수, 정의와 악, 우정과 배신, 패배와 성장.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는 서사가 늘 존재한다.

팬들은 그 이야기에 감정이 끌려 환호하고, 울고, 웃는다.
그들의 행동에 열광하며, 우리는 그 순간 살아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며 끝내 승리를 거머쥘 때,
그 장면은 현실 속 우리 자신과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WWE는 싸움을 빙자한 인간극장이고, 링은 가장 솔직한 무대다.


현실에서는 감정을 숨겨야 한다.
회사에서 분노를 삼키고, 인간관계에서 체면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늘 가면을 쓰고 말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링 위에서는 모든 감정이 폭발한다.
기쁨, 분노, 복수, 슬픔. 모든 감정이 허용되는 사각형의 세계.
그곳에서 우리는 대리로 울고, 대리로 웃는다.
인생이라는 연극을 그 사각형 안에서 분출한다.

누군가는 “가짜”라고 말하지만, 그 사각형 안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은 언제나 진짜다.
그게 바로 WWE가 사랑받는 이유이자, 인기가 식지 않는 힘이다.


WWE는 허구의 무대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진심이 있다.
싸움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링 위로 시선을 돌린다.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세계.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일상에도, 누군가의 링이 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나는 어떤 얼굴로 싸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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