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를 바랐지만 그런 ‘도파민 터지는 결말‘은 없다. 첫 인공수정 사이클을 마치고 막막함에 벙쪄 있는데 남편이 넌지시 물어본다. “요새 브런치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남편은 덤덤한 척 보여도 계속해서 내 기분을 살피고 있었던 모양다. “그렇네. 한참 글을 안쓰고 있었어요. 다시 브런치를 써야게쒀요!” 그동안 가장 많이 에너지를 쏟았던 인공수정(IUI) 과정에 대해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채혈도 하고 (남편이 기절했던 그 검사 맞다), 남편의 정자도 채취해서 검사하는 등의 초기 검사를 마친 이후에는 나팔관 조영술을 했다.
조영술은 나팔관에 조영제를 넣어서 X-ray를 찍으며 자궁과 나팔관 경로를 보는 검사다. 의사는 이 검사를 통해 나팔관이 ’열려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검사에 쓰는 조영제가 성분에 따라서 나팔관을 씻어주는(flushing) 효과가 있어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단다. 절차는 간단하고 불편감이 있기는 했지만 할만했다.(내가 고통에 무딘 편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검사 결과, 우리 둘다 수치상으로는 모두 건강하고 평균보다 더 좋은 수치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원인불명 난임(Unexplained infertilty)라고 했다.
나는 “이유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거지?” 싶어서 막막했는데 남편은 “둘 다 건강하고 문제가 없다니 다행이네요“한다. 나는 걱정을 두 발 세 발 앞서서 하는 스타일인지라 남편의 긍정적인 면이 가끔은 ‘참 속 편하겠숴‘ 하면서 세모눈으로 쳐다보기도 하지만, 결국 무엇보다 든든하게 의지할 구석이라는 것을 안다.
새해가 되면서 보험의 내용이 바뀌었는지 다시 처리를 해야된다면서 다시 몇 주를 잡아먹었다. 미국의 행정이 느린 데다가 여러 환자들을 연초에 전부 다시 보험사에 검토를 요청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생리주기는 미국의 느릿느릿한 일처리 따위를 기다려주지는 않으니 결국 1월을 흘려보내고 2월에 첫 싸이클을 시작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지 뭐‘. 보챈다고 빨라지는 것도 아니고 병원을 다니는 것인지 도를 닦으러 다니는 것인지 모르겠다.
미국은 보험에 따라 부담하게 되는 의료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난임병원은 비용이 워낙 높은 편이고 오래동안 진료를 다녀야되는 경우가 많아서 재정 상담을 전담하는 팀이 같이 꾸려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몇 지인들은 한국에 몇 달간 체류하면서 치료받고 오거나 보험에서 커버가 되는 선에서 치료개입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하니 주변에서는 보험 커버는 잘 되냐는 것부터 물었다. 한 친구는 (벌써 몇년 전이었지만) 보험처리해서 인공수정 한 싸이클에 $2000불 정도 냈고, 보험에서 시험관(IVF)는 안된다고 해서 인공수정만 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다행히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험에서는 인공수정을 횟수나 비용 제한없이 100%커버한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90% 커버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본인 부담이 크지않다는 답변에 비용 걱정은 없이 시작했지만, 막상 치료를 시작하면서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야금야금 비용이 들고있다. 역시 보험은 작은 글씨를 잘 읽어봐야.. (읍읍..)
진료에 자잘하게 드는 비용 외에도 약값이 복병이었다. 1월에 난자가 여러개 숙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Clomid, 배란을 유도하는 Ovidrel, 그리고 자궁내막이 얇아지는 것을 막고 인공수정 이후에 필요한 Progesteron을 처방받았다. 치료는 커버하지만 약은 보험에서 커버하지 않는다는(응?) 황당한 소리에 1차로 놀라고, 전담 약국에서 약을 주문하며 $420 정도를 내야된다고 해서 약값에 2차로 놀랐다.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내라니까 별수있나. 주문을 마쳤다.
나중에 간호사가 약은 잘 주문했냐고 전화해서 “약 값이 별로 안하기는 하잖아요..”라고 얘기하길래 “$400 넘게 냈는데, 이 정도가 별로 안비싼건가요? 저는 비싸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화들짝 놀라더니 배란 유도 주사인 Ovidrel은 $100 넘는게 말이 되더라도 다른 약은 말도안되게 비싸게 주고 산것 같다면서 전담 약국이 약간 크레이지란다. ‘응? 그걸 이제와서 말하면.. 장난하십니까…‘
(두번째 사이클을 준비하면서) 전담 약국이 아니라 일반 약국을 통하면 오히려 약 1/10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처음부터 그렇게 좀 알아봐주지‘ 모르는 입장에서는 하라니까 한 것뿐인데 눈뜨고 코베인 기분이다. 그래도 부수적인 것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지말자며 조금만 억울해하고 씩씩거리고 다시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로 했다.
인공수정은 개입이 적은 체내수정 방식이다. 배란을 유도하고, 건강한 정자를 세척해서 배란 시기에 맞춰 몸에 넣어주는 치료방법이다. 1번에서 2번정도 해보고 (더 많이 한다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 이후에 시험관을 시도하고 싶으면 그렇게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의견에 따라서 치료 계획을 세웠다.
- 난포 검사: 생리 3-5일 차에 초음파로 확인
- 배란 유도: 클로미드(Clomid)를 5일간 같은 시간에 복용
- 난자 성숙 확인: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확인(의사는 3개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했다. 쌍둥이가 생길 확률이 있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 배란 유도 주사: 난자 성숙을 확인하고 밤에 배란 유도 주사인 오비드럴(Ovidrel)를 배에 직접 놓는다.
배란 유도 주사는 뱃살을 꼬집해서 주사를 맞으면 되는데,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고 수줍게 배를 까본다. 긴장이 되기도 하고 새삼 배를 내놓고 있는게 멋쩍어서 간호사가 이렇게 설명해주었다며 조잘거려본다. 남편은 “고생이 많아요..”하고 주사를 놔주었다.
주사를 맞고 2일 정도가 지난 후에 인공수정을 시술한다. 시술 당일, 남편의 정자를 채취해 세척(semen wash)과정을 거친다. 모양이 좋고 활동성이 좋은 정자를 씻어서 거르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 예약 시간에는 몸에 그 정자를 넣어주면 간단하게 끝난다. 5분도 안걸렸던 것 같다. 혹시라도 실수가 있으면 안되니까 이름과 생년월일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확인한다. 부득이한 실수가 일어나게 되면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말이(!) 있을 수 있을테니 당연한 절차이거니 싶다.
병원에 남편과 같이 들렀다가 내 예약까지는 90분이 남아 굳이 기다릴 필요없이 남편은 먼저 출근하라고 했다. 남편에게 걱정말라며 시술을 기다리면서 엄지로 따봉을 날려 보내주었다.
그 이후에는 2주 동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자궁내막이 얇아지지 않도록 Progesteron이라는 알약을 12시간 간격으로 질에 좌약처럼 넣어야 했다. 처음에는 ’vaginal intake라니 ㄷㄷ‘ 왜 굳이 이런 험한(?) 방법으로 하는건가 싶었는데 입으로 먹는 것은 간에서 흡수되면서 많이 분해되기 때문이란다. 질에 바로 넣으면 자궁이 가까워 바로 전달되고 졸리거나 어지러움증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기다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루하루가 정말 더디게 갔다. 그래도 이 때에는 희망이 있어서 기다릴만 했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를 몸의 작은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느라고 바쁘기도 했다.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서 기분이 오락가락해서 평정심을 지키며 태연하게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직 있지도 않은 아가가 혹시 hoxy 있을지도 모르니까 먹는 것도 조심하고 가리기도 했다. 유난스럽게 기다린 시간들이 지나고보니 좀 우습기도 하지만 그 때는 진지했던 것 같다. 약을 챙기고 누워서 쉬면서 조용히 읊조리며 기도하고 기대하며 보냈다. (Pt.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