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독서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독서 시작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대학생들에게 전하는 독서경험
들어가는 글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대학교 저학년에 재학중이실 겁니다. 다들 대학생활은 잘 즐기고 계신가요??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와 학원 등을 오가느라 바빠서 하지 못한 일들을 이번 기회에 열심히 하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혹은 중고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게 학업에 열중하시는 학생분들도 계실거고,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현재를 충실하게 즐기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채로 방황하며 불안한 마음에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경우가 될지라도 지금 여러분이 보내는 시기는 어떤 방면으로든 여러분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고, 각자의 취향과 가치관에 맞게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고등학생 때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생활양식을 가지고 지내고 계실 거 같은데, 그 중에서 또 하나의 다른점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들 대부분은 독서를 하고 계시지 않을겁니다! 중, 고등학교 때에는 수업시간의 숙제로, 혹은 생활기록부의 작성을 위해서라도 많은 양의 독서를 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대학 진학 이후에 독서를 굳이 찾아서 하는 경우는 많이 드문 듯합니다. 물론 일부 학생들의 경우 독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강한 의지를 갖고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대학생들은 중,고등학생 시절과는 다르게 책을 찾아 읽지 않는 듯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학교 입학 이후 학교공부, 동아리 활동, 그동안 못해왔던 취미생활, 과외 등을 하느라 몸이 항상 바빴고, 그 와중에 굳이 책을 찾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대학 입학 직전에는 주기적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자투리 시간에 읽으려고 기숙사에 가져온 책 한권엔 먼지만 쌓일 뿐이었고 남는 시간에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의 노예가 되기 일쑤였죠. 그러던 제가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바로 군입대였습니다. 마음속 한구석엔 주위 어른들로부터 세뇌당한 독서의 중요성이 쌓여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는데, 군입대를 계기로 책을 많이 읽자! 라는 다짐을 하게 된 것입니다. 군에서 나름 만족스러웠던 독서경험을 가진 이후, 다시 복학해서도 많진 않지만 꾸준히 책을 읽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혹시 저와 같이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책을 읽을까?
책을 읽으려고 마음을 먹게 된 이후에도 책을 선뜻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떠한 책을 읽어야 할지 고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죠. 중, 고등학교 때에는 권장도서가 있었고, 그 내에서 책을 읽어 독후감을 작성해야 했기에 책 고르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때로는 선생님,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어른들께서 추천해주시는 책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된 이후엔 권장도서 목록을 찾아나서기 쉽지 않고, 또 목록을 보아도 별 흥미가 생기지 않습니다. 대학생 수준에 맞춘 권장도서들은 주제와 관련된 강한 사고력 혹은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독서를 오랫동안 쉬었던 저에겐 글 중간중간 한자가 들어가고 어려운 어휘들이 많던 권장도서의 책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가뜩이나 동기부여가 줄어든 상태에서 독서가 지루한 과제가 되어버리기 시작하면 그 독서활동은 실패하기 쉽상입니다. 주변 어르신들의 추천도서 역시 고등학생때에 비해 많이 줄고, 그 소리들이 잔소리로 들리기 마련입니다.
다소 웃기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떠한 책을 읽을지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입니다. 저는 실제로 입대 이후에 어떠한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한달 가량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한두 권을 읽은 이후에도 다음 책을 고르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독서에 흥미를 붙인 이후엔 책을 고르기 수월해졌고, 그 과정속에서 느낀 책 고르는 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첫 책은 가볍고 즐거운 책으로!
혹시 오랫동안 운동을 쉬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예전과 같지 않은 몸상태에 실망감을 느낀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전에 들었던 중량의 절반도 버겁다거나, 절반의 거리도 못뛰는 경우가 대부분일겁니다. 운동이 아니더라도 고3 입시가 끝난 이후 실컷 놀다가 대학 첫 중간고사를 맞이할 때 관성에 의해 공부가 너무 안되는 기분을 다들 느끼셨을 겁니다. 운동과 공부엔 관성이 존재해 갑작스러운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없습니다. 천천히 쉬운 운동부터, 쉬운 공부부터 다시 감을 쌓아가야하는 것이죠.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기간 독서를 쉬었던 사람이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선택하게 되면 그 독서가 매우 고통스러울겁니다. 대학생의 독서에 있어 제일 중요한 점은 독서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어느때보다도 동기부여가 약하기에 독서가 즐겁지 않다면 쉽게 놓아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첫 책은 쉽고 재밌게 빠져읽을 수 있는 책으로 선택하는 것을 강력 권장합니다.
제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첫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맞선임의 도움 덕이었습니다. 자대 전입 이후 핸드폰 없이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던 저에게 본인이 읽던 책을 건내줬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이라는 책이었는데, 다소 거부감느껴지는 제목과는 다르게 책에 푹 빠져 몰입되었던 추리소설입니다. 작가의 매력적인 필체와 흥미로운 이야기전개에 푹 빠져 두꺼운 분량의 책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은 도서관 반납함 위에 올려져 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일본문학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흥미진진한 전개에 빠져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위와 같이 첫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 저는 어느정도의 운도 따랐던 것 같습니다. 재밌고 가벼운 책을 접해 독서의 즐거움을 느꼈고, 계속 독서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수많은 책들 중에 지금 나에게 딱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연이 맞아 접할 기회가 생긴 책부터 집어드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위에 구체적인 책을 명시한 이유도 그 까닭입니다. 아직도 무슨책을 읽을지 모르겠다면 제가 언급한 책 제목을 방금 보신 것이 여러분의 인연이었을지 모르겠네요^.^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가볍고 흥미로운 책들로 독서에 흥미를 붙이게 되면 조금 더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책들이 마음에 끌릴 것입니다. 제가 군에서 독서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닌, 이공계를 벗어나 더 폭넓은 사고를 하고싶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때 너무 어려운 책을 고르면 독서의 흥미가 깨져버릴 수 있습니다. 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면서, 또 여러가지로 생각할 자극을 주는 책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어느 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저는 강력 추천합니다.
이 시리즈는 수백권의 고전문학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서적은 나름의 이유로 명작으로 선별된 책들입니다. 특히 그 중 다수는 흥미로운 이야기전개 속에 작가가 제기한 이 세상속 수수께끼 같은 문제들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재밌는 줄거리 속에서도 뭔가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지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 머릿속의 질문들과 생각들을 두서없이 글로 써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부터 저는 책읽는 힘이 길러진다고 생각합니다. 책 뒤에 수록된 작품해설을 읽어보는 것 역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도 다소 어려운 책들도 많습니다. 유명하고 재밌어보이는 작품들, 어디선가 들어본 작품들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위대한 게츠비』, 『호밀밭의 파수꾼』, 『순수의 시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으로 출발해도 좋을 듯 합니다.
3. 책 속의 책을 찾아가라
그 이후엔 책 고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위의 고전작품 속 내용에는 다른 저서들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가령 저는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며 책에 언급된 『위대한 게츠비』나 『마의 산』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 책을 찾아가면 더 깊고 근본적인 생각을 따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책이 나에게 가져다 준 의문점으로부터 출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블랙 스완』이나 『사피엔스』를 읽은 뒤 지정학적 위치가 문명에 발달에 끼친 영향에 관심이 생겨 관련 저서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4. 아는 만큼 보인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주변에도 책을 읽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이 늘어나고 좋은 책들을 추천받게 됩니다. 평소 잘 보이지 않던 인기 도서 목록, 혹은 도서 광고등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죠. 처음 시작만 잘 끊으면 여러 경로를 통해 독서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책을 읽을까?
책을 고르는 방법과 더불어 제가 나름대로 만들어낸 독서법을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특히 문학 작품을 읽으며 여러 궁금증과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의도와는 독립적으로 나의 개인적 경험이 함께 어우러져서 정리되지 않은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예를 들면 특정 사회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종교가 갖는 힘에 대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만드는 모순점에 대해 사색을 하도록 책에서 화두를 던져주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소중한 고민과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싫었습니다. 독서골든벨을 나가는 것도 아니고, 책의 내용 자체보다 그 내용을 기점으로 해서 떠오르는 제 생각들이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진짜 중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생각들을 떠오르는 즉시 짧은 단어로라도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은 경우, 화두가 되었던 책의 문장에 밑줄을 치거나 빌렸던 책인 경우 그 문장의 페이지를 포스트잇에 메모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책을 완전히 다 읽은 이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러한 생각이 들었던 화두들을 다시 찾아가 그 화두와 함께 그 당시 제가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정리되지 않은 문장으로 기록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나의 솔직한 감정을 담아 일종의 독후감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 감정엔 도덕적이지 못한 사고, 짝사랑하는 마음, 유치하기 그지없는 마음들까지 솔직하게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 기록엔 크게 세가지 의의가 있습니다.
내가 했던 생각을 다시 곱씹으며 스쳐갔던 생각과 감정을 복습하는 것이 첫번째입니다.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읽고 끝내버리면 그 당시 느꼈던 생각들 역시 쉽게 휘발되고 많은 것이 남지 못합니다. 이를 복습하며 그 생각과 고민을 확고히 함으로서 기록을 하지 않을때에 비해 책을 2~3배 이상 깊게 음미하고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책을 다 읽은 상황에서 그 구절을 되돌아보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저자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비아냥대는 표현으로 거꾸로 언급한 것인지, 혹은 진짜로 주장하고 싶은 내용인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책을 완전히 읽은 뒤에 각 문장을 바라보면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고 저자의 의도에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었다는 기록이 쌓이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책을 읽고 관련되어 여러 생각을 하는 것에 독서에 의의가 있지만, 때로는 그것만으로 동기부여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면 그 기록이 남아 읽을 책의 수를 쌓아가는 재미로 독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군생활 중 50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덕분에 더 열심히 독서할 수 있었습니다.
추천 활동들
군생활 속에선 50권이라는 목표 덕에 열심히 독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역 이후에는 독서를 이어나가기 쉽지 않았는데, 이런 저에게 독서에 도움을 주었던 활동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서울대학교의 경우 계절학기에 독서세미나라는 강좌가 열립니다. 한달동안 혼자서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두꺼운 책을 교수님들 및 다른학우들과 읽으며 토론하는 수업입니다. 다양한 단과대와 배경지식을 가진 학우들의 의견을 들으며 여러 관점을 이해하고 생각의 폭을 기르는 너무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한 책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하며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기회가 됩니다. 책의 어려운 내용을 교수님께서 해석을 도와주시기에 어려운 고전을 읽어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A+뿌려주시는 강좌인건 비밀)
봄/가을학기 중에는 기초교육원에서 SNU 고전 100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한달에 한번 책을 읽고, 이를 해설해주시는 강의와 소그룹 내에서 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서평을 작성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매달 책을 읽게되는 동기부여가 제공된다는 점,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을 진행하며 내 사고를 확립하고 새로운 시야를 제공받는다는 점, 서평작성을 하며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너무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같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