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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우 Sep 07. 2022

다시, 봄

아무튼, 청춘입니다

혹시 "학연동"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자신의 대학생활이 성공적이거나 만족스러웠는지를 판별하기 위해 통용되는 기준으로, 학업, 연애, 동아리의 줄임말입니다. 그만큼 이 단어들은 각각의 향수가 느껴질 정도로 대학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 동아리 활동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짧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새내기의 첫걸음

새내기 가 되어 동기들이 각자의 대학생활을 즐기기 시작하던 때, 저는 청소년기에는 공부에 열중하느라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활동을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미디어와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매체인 춤, 그 중에서도 코레오(urban/choreography dance)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망설이던 끝에 용기를 내어 공연 동아리에 지원하게 되었고, 운 좋게 첫 학기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학기 동아리에서 발을 맞춰가는 과정은 굳건했던 마음가짐과는 달리 쉽지 않았습니다. 안무를 외우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살면서 춤을 제대로 춰본 적이 전혀 없었던 저에게는 몸을 "잘" 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민폐가 되지 않게 수업을 듣지 않는 시간에는 연습을 하고, 연습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학업을 챙기기 위해 과제를 하는 날들의 반복에 지쳐갈 때쯤 첫 공연 날이 찾아왔습니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며 고생했던 날들이 그 날의 희열과 짜릿함에 모두 씻겨졌고 어느새 다음 공연을 기약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학기에는 욕심도 내어 한 팀을 이끌어보기도 하고 축제 대회에도 서가며 춤의 재미를 서서히 알아갔습니다.


성장하는 리더십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선배들에게 제 열정이 닿았는지, 두 번째 학기가 끝날 때쯤 임원진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도 여러번 회장단을 하였지만 성인이 되어서 맡아보는 리더십 역할은 처음이라 선뜻 나서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같이 임원진을 하게 될 동기들이 든든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임원진을 하며 제 기대와 가장 달랐던 것은 이전 학기들처럼 춤을 매순간 마음놓고 즐길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공연에 대해 갖는 욕심과 기대는 똑같이 컸지만, 임원진으로서는 공연이 무조건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연습이 산만해지거나 느슨해지는 것을 보는 것이 맘편하지 않았고 그것을 다잡는 과정에서 동아리원들과 함께 즐길 수 없다는 거리감까지 느껴지곤 했습니다. 게다가 임원진 전체가 힘든 일을 남한테 떠넘기기보다는 각자 알아서 처리하려는 편이었기 때문에 당시 동아리원들과 고민들을 공유하면서 함께 이겨낼 생각을 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점 중 하나입니다.

한 학기의 임원진 경험 끝에 학창시절의 형식적인 리더십 활동과 달리 대학생 단체에서 친구들을 이끈다는 것이 어떤 무게감이 있고 어떤 책임감 및 능력을 요구하는지 몸소 체험하고 깨달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동고동락한 임원진 친구들과는 긴 대학 생활 중 추억을 가장 많이 공유한 소중한 친구들로 여전히 남아있어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준 동아리 임원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필자에게 춤이란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고학년으로 향해가는 제게 춤은 특별하면서도 소중한 취미 활동이 되어있었습니다. 특히, 동아리의 일원으로서 하는 마지막 공연이 끝났을 때는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 동아리에 들어온 기점으로 제 삶은 하나의 평행우주를 선택한 것처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긴 시간을 거쳐 춤에 대해 쌓아온 경험들을 토대로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고 춤을 대하는 제 모습도 이전의 열정만큼은 아니어도, 오래 본 친구처럼 흔하진 않지만 익숙한 하나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제 진로의 선택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본격적으로 어떤 세부분야를 전공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동아리 선배에게 춤을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영상을 추천받았고 한창 핫한 딥러닝으로 이런 연구도 할 수 있구나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개의 관심분야들을 탐구하고 관련 수업들을 수강하며 느낀 점은 제가 춤을 좋아하는 이유도, 더 알아보고 싶은 것도 사람의 움직임이나 그 공간 및 형상의 복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돌고 돌아 3D vision이라는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shape reconstruction을 주제로 한 인턴 활동에 참여하면서 object-level 연구를 사람 및 공간으로 확장해서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아직 세부적인 주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제 삶을 녹여낼 수 있는 연구를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 후의 제 학업 활동이 기대됩니다:)


한마디로 제 대학생활의 추억들은 이 공연동아리로부터 비롯되었고 대다수의 인연도 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대학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동아리에 열중하느라 학업에 치열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아쉽기도 합니다 ㅎㅎ) 한 단체에서 부대끼며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보람차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공유하고 싶어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경험들에 매어있을 필요는 없지만 그것은 어떻게든 현재의 양분으로 작용하고 또 미래의 자신을 빚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관심 있는 활동이나 취미가 생긴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마침 저도 새로운 취미를 찾아 봄학기부터 동아리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즐거운 대학생활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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