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성범죄의 시작이 되다
주인공 '히컵'과 드래곤의 교감주인공 '히컵'은 어느 날 희귀 드래곤 나이트퓨리(Night Fury, 밤의 분노라는 뜻)를 만나 드레곤과 신뢰를 쌓고 친밀감을 형성한 후 함께 훈련을 통해 싸움터에서 승리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 제목은 ‘드레곤 길들이기’이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처럼 ‘애완동물 등을 길들인다’라는 뜻으로 그루밍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길들인다”라는 의미의 그루밍이 성폭력에 사용되는 관계망인 셈이다.
여성가족부의「2019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의 유형은 성희롱, 성추행(폭행·협박 수반), 강간은 ‘아는 사람’(친인척 제외)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란 맨 처음 그루밍을 통한 관계 형성 후 성폭력을 시도하는 유형이 많다는 말이다.
그루밍이란 단어는 어쩌면 우리 뇌리에 좋은 이미지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단어의 의미처럼 소리를 내 읽는 느낌도 편안한 느낌마저 든다. 다른 의미로는 여자들처럼 예쁘게 꾸미는 남성들을 그루밍족이라고도 하다. 그래서 우리에겐 친숙한 단어인 듯하지만, 행위 자체는 피해자들을 황폐화하게 만드는 아주 악독한 행위이다.
그루밍 성범죄란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기 전 대상의 호감(취미나 관심사 등 파악)을 얻고 신뢰를 쌓는 등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자행하는 성범죄를 가리킨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거나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신뢰를 쌓고,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피해자가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고, 피해자가 이를 벗어나려고 하면 회유하거나 협박하면서 폭로를 막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예를 들면, 의붓아버지의 성폭력에 힘없이 당하는 소녀의 이야기 영화 <동화>의 이야기처럼 영화에서 은정은 의붓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하지만 반항도 한번 못 하고. 더구나 용돈을 받아오기까지 한다. 어머니도 묵인한 상태이다. 가족 그루밍인 셈이다. 우리는 많은 미디어들을 통해 친족 성폭력을 종종 접하지만 우린 남의 일이란 핑계로 그저 인상을 한 번 찌푸리고 넘어가지만,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폭압적인 행태의 피해자들은 매 순간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 그루밍(온라인 그루밍)
나는 학부모 성교육 때 그루밍형 성폭력에 대해 강조한다. 우리 학교는 시골 학교라 이웃끼리 사회적 공동체가 잘 활성화된 곳이다. 예전 성폭력 사건은 낯선 사람에 의하거나, 피해자가 불가항력에 의해서 당하는 성폭력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뉴스를 통해서 보더라도 친밀감을 과장한 성폭력이 현저히 많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익명성을 요구하는 온라인상에서는 쉽게 그루밍형 성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디지털 그루밍(온라인 그루밍)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특히, 디지털 그루밍은 SNS 프로필에 접근해 그루밍할 아동을 고르고, 친구가 되고, 관심을 표명하고, 신뢰를 쌓은 후 성범죄행위를 시도함으로 본인은 성범죄에 노출되었는지도 모르게 점점 그 강도를 높여서 성착취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SNS 관계에서 처음에는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성적인 농담의 수위를 점점 높여서 성희롱성 음담패설 및 언어 폭행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서의 만남을 종용한다.
n번방 사건도 처음부터 성범죄를 시도한 것이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고수익 알바'라고 접근을 하고 '노출 사진'을 받으면 실제로 알바 비용을 지급한다. 그리고는 '노출 사진'을 가지고 협박을 해서, 성범죄를 하기 시작한다. 그루밍 성범죄의 전형적인 사건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친근하게 접근하여 덫에 걸리는 것인지도 모르게 성폭행을 하는 수법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그루밍 성범죄라고 볼 수 있다.
그루밍 성범죄 경우에는 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청소년에게서 피해가 크다. 특히 그루밍 성폭행의 경우에는 성관계 시도할 때 확실한 거부 의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적인 판단이 애매한 부분들이 생기게 된다. 그루밍 성폭행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몰라 제대로 된 상담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적인 제도 또한 현재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루밍 성폭행 피해를 보게 되었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아니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그루밍 성범죄는 최근 영국 법에 반영되었고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에 적용되는 지침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디지털 그루밍 성범죄를 예방하거나 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하여 경찰이 선제 조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부족하고, 범죄가 발생하고 난 뒤에야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의 희생이 되는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 심각한 피해가 될 수 있다. 결국, 예방교육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길인 셈이다.
책 제목: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아동 청소년을 노리는 위험한 손길』
온라인 그루밍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책이 있다. 책 내용은 실질적으로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위험한 손길을 뻗치는 온라인 그루머들의 행동과 그루밍 관련 처벌 규정을 담고 있는 책이다. 피할 수 없는 미디어 시대에서 스스로 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개인 정보공유 등에 경각심을 갖도록 한다. 넘쳐나는 온라인상 위험 속에서 우리들을 보호할 방법은 무엇인지 알고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에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개인정보 노출에 둔감한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와 청소년을 지도하는 교사들이라면 꼼꼼하게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책에서 알려주는 청소년 온라인 안전 교육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언제나 SNS의 개인정보 설정을 꼼꼼히 살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낯선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라.
둘째, 당신의 친구와 가족이 당신의 SNS를 살피게 하라.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거나, 부적절한 이미지나 비디오를 올렸을지도 모른다.
셋째, 비밀번호를 아무에게나 알려주지 마라.
넷째, 온라인에서 스스로와 타인을 존중하라.
다섯째, 불행히도 당신이 온라인에서 안 좋은 경험을 겪었다면, 서비스 제공자와 어른에게 당장 알려라.
여섯째, 당신이 번호를 줄 땐 번호를 받는 사람에 대해 고려해봐라. 그 번호가 누구 손에 들어갈지 모른다.
일곱째, 이상한 문자를 받았을 때는 답장하지 말고 증거로 저장해놔라. 만일 답장을 보냈다간 곤란한 일
이 생길 수 있다.
여덟째, 이상한 사진이나 영상을 실수로 내려받았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보고해라.
아홉째, 사이버 폭력은 절대 괜찮지 않다. 만일 당신이나 당신이 아는 다른 누군가가 대상이 되었을 땐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말하라.
1) 웹사이트나 서비스 운영자에게 사이버 폭력을 알릴 것
2) 사이버 폭력의 증거를 모아두되 답장은 하지 말 것
3) 어른들에게 알릴 것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파헤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