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성 이야기 나눠보자
내가 초등학교 근무를 시작한 20년 전만 하여도 학생들 보건교육으로 올바른 TV 시청 태도를 교육하곤 하였다. 전자파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말이다. 요즘 세대를 살아가는 MZ세대에게 이러한 교육을 한다면,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필요 없는 교육은 아니다.
MZ세대 아이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하는 세대이다. 성에 대한 정보 또한 TV, 인터넷 등에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성적인 정보를 접하다 보면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너무 이른 성교육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성에 호기심을 키우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진다. 그러한 사이 아이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성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TV와 인터넷은 부모와 학교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TV의 드라마나 토크쇼, 뮤직, 비디오, 광고 등은 성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의 대부분 성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극히 상업적이며 쾌락적인 면에 집중된다.
가정에서의 성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가정에서의 성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임신, 피임, 성병 등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 부모는 성에 대해 자녀와 대화할 기회가 생겨도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자녀에게 성이나 남녀 관계, 피임, 성병 등에 대해 이것저것을 설명하는 것이 번거롭고 쑥스럽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녀들의 성교육이 학교에서 잘 이뤄졌으면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학교는 부모들이 만족해할 수준의 성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 중 입시 위주의 교육이기 때문에 실제로 중학교 이상에서 성교육을 위한 시간을 배정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가정에서의 성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한 TV 드라마를 보았는데,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 드라마였다. 그 내용이 10대들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었다. 그들은 대학을 목표로 학교에서 1.2등을 다투는 모범생이지만, 2번의 성관계로 인해 임신이 되었다. 주인공은 임신 중단을 하고자 생활비를 아껴 비용은 마련하지만 어렵게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24주(6개월)가 지나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처럼 부모가 TV를 잘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건전한 성교육을 시킬 수 있다. 즉 자녀들과 함께 성적인 내용의 TV 프로를 시청했을 때 주인공들이 연출한 성에 관한 내용과 현실에서 지켜야 할 성에 대한 모든 것, 즉 상대방에 대한 배려, 임신, 성교 등에 관해 대화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부모가 TV를 매개로 자녀와 대화할 대상은 성 말고 여러 가지가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 가운데 자녀가 멋지다고 여기는 대상과 그 이유 등에 관해 대화하는 것도 좋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은 대부분 잘생긴 외모에, 표준어 사용, 모범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 등에 대한 이유, 고정관념 등에 관해 대화하는 것도 좋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는 성인의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의 시작이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나 가족이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영역을 지니면서 생활하고 싶어 한다. 신체적으로도 남녀의 구별이 확연해지는 제2의 성징이 뚜렷해지는 연령대다. TV도 혼자 시청하고 싶어 하고 가족과 같이 시청하려 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전달하는 정보의 추상적인 의미도 이해할 수 있는 지각 능력을 갖춘다. 하지만 자녀의 가치관이나 사상 등은 아직 완성되기 이전의 설익은 상태다. 부모가 가능하면 TV나 영화 또는 뉴스 등에서 나오는 사례 등을 대화 주제로 삼아서 인생철학의 형성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과외와 대학 입시에 짓눌리면 TV 시청이나 인터넷은 잠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하게 된다. 물론 학업에 흥미를 잃어버린 학생은 TV와 인터넷 등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고, 성인물에 빠져 탈선하기도 한다.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녀와 미디어를 통한 성교육 지도 방법을 정리해 본다.
★자녀가 TV나 영화를 멍하니 즐기는 자세에서 벗어나 비판적으로 논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아이들은 TV의 내용이나 전체적인 인상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들이 TV나 영화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진수를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아이들이 TV나 영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하는 것에 달려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전부라고 인식하는 단순한 시각에서 탈피하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 TV의 드라마나 영화는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작품은 하나의 허구이며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감독이나 평론가 시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비디오로 영화를 시청했을 경우 문제의 장면은 반복해 시청하면서 대화한다. 이야기가 연결되는 부분이 어색하지 않은지, 주인공의 연기나 대사가 적절했는지 등을 살피고 자녀와 이야기 나눈다.
★아이들은 자신과 닮거나 자신이 열망하는 대상과 닮은 스타나 가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어떤 TV 드라마 주인공이나 영화배우를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보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가 자녀에게 감동적이었는지를 말하게 하면 자녀가 어떤 심리상태인지 등을 알 수 있다.
★ TV 등을 시청한 다음 자녀에게 어떤 장면이 어색했는지, 그리고 상식에 비추어 부적절한 것인지 등을 물으면서 대화한다.
자녀들은 TV에서 방영된 것이라 해도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TV 프로와 광고의 관련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안방극장과 같은 TV 드라마에 어떤 상품의 광고가 많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자녀에게 묻는다. 계층에 따라 좋아하는 프로가 다르고 그에 따라 광고 내용도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 대화한다.
성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 임신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성에 대한 가치관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끄러워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만들면 안 된다. 성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설명해서 아이가 바른 성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한다.
피임법을 알려주면 성관계를 해도 된다고 용인하게 될까 봐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그런 학생들은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쉬운 피임법인 콘돔 착용법을 알려주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실제적인 교육이 좋다. 직접 콘돔을 보여주면서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더욱 좋다. 월경, 배란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성 지식도 정확히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