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굳이 하지 말자'라는 다짐과 함께 약속 장소로 향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런 날은 어쩐지 꼭 신나서 훌훌 이야기하고 온다는 것을. '절대 말하지 말아야지'하고 늘 마음속에 꾹 눌러 담은 속내가 사실은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고 싶은 이야기였나 보다.
어쩌면 위로를 받고 싶다거나, 내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을 때 입 밖으로 내뱉는 의미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함으로써 꾹 눌러 담아 무거웠던 내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집을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견고했던 내 다짐은 은은한 조명과 사소한 이야깃거리로 달궈진 분위기에 쉽게 무너진다. 이럴 거면 차라리 다짐이나 하지 말던지 싶다.
이제 그만 보따리로 풀어줄 때도 된 것만 같은 내 이야기들은 아직 준비가 안되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굳이 먼저 말하지 않는 각자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지곤 한다. 언젠가 서로 준비가 된다면 사소한 이야깃거리 대신, 마음속에 눌러 담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들로 대화를 시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