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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 Apr 23. 2024

빛으로 그려낸 삶과 풍경

<새벽부터 황혼까지 -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북유럽 특유 미술 화풍의 태동부터 예술적 성숙까지의 흐름을 담아낸 <새벽부터 황혼까지 -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이 3월 21일부터 8월 25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된다.  



스웨덴 - 대한민국 수교 65주년을 기념하며 스웨덴국립미술관과 마이아트뮤지엄의 협업으로 성사된 이번 전시는 칼 라르손, 한나 파울리, 앤더스 소른과 같이 북유럽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79점을 선보이며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전환기에 북유럽 미술이 걸어 온 길을 조명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비교적 드물게 소개되었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지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통해 북유럽 미술의 전형적 화풍으로 여겨지는 민족 낭만주의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접어드는 그 전환의 시기 북유럽의 예술가들은 경직된 기존의 예술계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화풍을 확립해 민족 낭만주의로 발전시켰고, 이는 오늘날까지 북유럽 미술을 대표하는 화풍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흐름에서 가장 중점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빛’이다. 세상의 ‘빛’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림이라는 평면에 포착해 낸 전환기 북유럽 예술가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빛을 활용해 거대한 자연과 자신의 내면까지 드러내며 북유럽만의 낭만주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빛을 이용해 표현한 삶의 다양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빛으로 그려낸 그들의 삶과 풍경은 오랜 시간을 건너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선사한다.   



제 1장 혁신의 새벽



첫 번째 섹션에서는 풍속화, 역사화에 국한되어 있던 북유럽 미술이 인상주의 등의 영향을 받아 전환을 맞기 시작했던 북유럽 미술의 ‘동 트는 새벽’을 만날 수 있다. 


기존의 보수적인 예술계에 회의를 느낀 예술가들은 프랑스 파리로 향해 인상주의와 자연주의 등 새로운 회화 경향을 접하며 회화 실험을 이어갔다. 이들은 귀국 후 새롭게 체득한 화풍을 풍경과 노동 장면을 비롯한 고국의 현실에 접목하기 시작하였고, 풍속화와 역사화만을 고집하던 북유럽 예술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악셀 융스테트, <스위스의 채석장에서>, 1886. Oil on canvas, 120 × 138 cm.© Nationalmuseum Stockholm

이 시기에는 인상주의적 화풍을 기반으로, 대자연의 장엄함과 자연 속 인간을 담은 자연주의적 작품부터 여백의 미를 살린 동양화풍의 작품까지 다양한 이국의 회화 경향들을 접목시킨 회화 실험이 이루어진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브루노 릴리에포르스, <여우 가족>, 1886. Oil on canvas, 112 × 218 cm.© Nationalmuseum Stockholm

이 시기 돋보이는 또 다른 작품은 싱그러운 봄을 연상시키는 자연의 정취가 인상적인 브루노 릴리에포르스의 작품들이다. 브루노 릴리에포르스의 ‘여우 가족’은 미화시키지 않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야생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단란한 여우 가족의 모습 속 이와 대비되는 사냥당한 새의 사실적인 모습이 한 프레임 내에 등장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제 2장 자유의 정오 



두 번째 섹션은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스웨덴 여성 작가들을 대거 소개하고 있다. 인상주의 화풍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였던 한나 파울리부터 직접 극지에 상주하며 그 풍광을 그려낸 안나 보베르크까지, 북유럽 예술의 변화를 이끈 다양한 여성 작가들을 바로 이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나 파울리, <아침 식사 시간>, 1887. Oil on canvas, 87 × 91 cm.© Nationalmuseum Stockholm

 특히, 한나 파울리의 ‘아침 식사 시간(Breakfast Time)’은 인상주의적 경향을 반영하며 빛에 따른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 “캔버스에 붓을 닦아냈다"는 당대의 혹평이 무색하게 생동감 넘치는 아침 식탁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묘사해 냈다. 


그녀의 캔버스 속 일렁이는 빛은 한순간에 관객을 따사로운 아침 풍경 속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림 속 풍경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나무 사이 스며드는 아침 햇살과 산들바람이 느껴지는 듯하다. 



제 3장 거대한 황혼


감정적인 풍경화가 다수 제작되었던 북유럽 미술의 ‘황혼’과도 같은 성숙기를 포착하고 있는 섹션이다. 주변의 풍경과 장면들을 묘사하는 경향은 이어졌으나, 점차 사실적인 자연 묘사보다도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 작품들이 제작되었다.  

프린스 어젠, <스톡홀름의 벡홀멘에 있는 증기선>, 1894. Oil on canvas mounted on cardboard, 29 × 23 cm.© Nationalmuseum


브루노 릴리에포르스, <솜털오리들>, 1894. Oil on canvas, 80 × 96 cm.© Nationalmuseum Stockholm

특히 황혼을 모티브로 한 대형 작품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 경향으로, 황혼을 맞은 대자연의 장면들에 자신의 마음을 반영해 멜랑콜리와 기쁨, 괴로움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아냈다. 이렇듯 빛을 활용해 그려낸 그들의 삶의 풍경은 나아가 그들의 감정과 내면까지도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제 4장 아늑한 빛



마지막 섹션에서는 실내 풍경을 묘사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포스터에 활용된 칼 라르손의 <정원>도 바로 이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베르타 베그만, <정원에 있는 젊은 어머니와 아이>, 1883. Oil on canvas, 135 × 87 cm.©Nationalmuseum Stockholm

마치 르누아르를 연상시키는 베르타 베그만의 <정원에 있는 젊은 어머니와 아이>는 싱그러운 밝은 빛으로 행복한 삶의 장면을 충실히 담아내었다. 어찌 보면 익숙한 일상의 장면이지만, 따스한 햇살 아래 웃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의 모습에서 화목하고 안온한 기쁨이 물씬 전해져 온다. 


비고 요한센, <예술가들의 모임>, 1903. Oil on canvas, 148 × 222 cm.©Nationalmuseum Stockholm

비고 요한센의 ‘예술가들의 모임’은 화면 중심의 샹들리에로부터 아른거리며 확장되는 빛의 표현을 통해 당대 사교 모임의 현장을 생동감 있게 드러내고 있다. 어두운 방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잔과 접시가 인상적이다. 특히 원탁 앞에 앉아 방 안을 들여다 보는 듯한 구도는 관람자로 하여금 모임에 함께 참석해 있는 듯한 생동감을 극대화한다.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자면 여유로운 저녁 모임의 식기 소리와 말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9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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