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유럽 현대 미술의 대표 주자로 평가받는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삶과 죽음, 사랑, 불안, 고독과 같이 인간의 일생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낸 표현주의의 선구자이다. 그의 독창적인 기법은 회화부터 연극,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독일 표현주의 예술에 큰 영향을 미치며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남겼다.
9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은 에드바르 뭉크의 삶을 관통하며 그의 회화적 표현주의와 급진적 실험성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뭉크 작업의 최고 권위 기관으로 알려진 노르웨이 뭉크 미술관을 비롯하여, 23곳의 소장처에서 공수한 오리지널 작품 140여 점을 통해 뭉크의 예술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특히, 밤과 멜랑콜리, 풍경, 누드, 초상 등 다양한 회화적 표현주의 작업과 판화가로서의 예술 실험까지 폭넓은 뭉크의 작품 세계를 드러냄으로써,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뭉크의 대표작 <절규>를 넘어, 모더니즘에서 뭉크의 예술적 공헌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에드바르 뭉크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매우 핵심적인 프로젝트로 알려진 작업은 삶과 죽음, 사랑, 불안과 같은 인간의 실존적인 경험들을 담아낸 <생의 프리즈> 시리즈이다. 이 작업에서 뭉크는 삶의 순환, 수정, 유년기, 키스, 이별, 절망,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루며 사랑, 고통, 절망, 불안과 같은 감정의 강렬하고도 상징적인 표현을 발전시켜 나갔다.
<프리즈 오브 라이프>를 구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뭉크를 대표하는 작품 <절규>이다. 뭉크는 <절규>에서 깊은 불안감으로 고통을 겪는 고립된 개인을 강렬한 색채와 형태 왜곡 등의 표현주의적 특징을 통해 표현해 낸다.
한편 유사한 형식의 또 다른 작품 <불안>은 <절규>에서와는 대조적으로, 현대 사회의 초석적인 불안과 공포, 그리고 이러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면적 강박을 드러내고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의 무미건조한 표정과 지워진 입은 내면의 고통과 공포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무능을 상징한다. 현대인이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쓰는 ‘가면’과 그 가면에 가려진 불안과 공포, 강박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작품에서는 석판화를 찍어 낸 후 그 위에 채색을 하는 독창적인 핸드 컬러드 판화 기법이 활용되었는데, 이렇게 판화 위에 다양한 재작업을 함으로써 뭉크의 판화 작업은 일반 판화와는 구별되는 작품의 희소성과 독자성 또한 확보할 수 있었다.
에드바르 뭉크가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탐구했던 또 다른 중요한 모티프는 바로 <키스>이다.
뭉크는 ‘함께함’이란 개인성을 희생하는 대가로 달성되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키스'는 이러한 일시적 ‘합일'의 단적인 사례이자 불타는 사랑의 절정을 상징한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키스'는 남녀가 서로에게 굴복하는 순간 이루어지는 융합이며, 동시에 이들이 각자의 개성이나 정체성과 결별하는 분리의 상징이다. 뭉크는 1880년대부터 오랜 시간 <키스> 모티프를 발전시켜 나갔으며, 그의 후기 작업에서 키스하는 연인의 형상은 ‘사랑'의 상징으로 변화한다.
에드바르 뭉크는 자신의 불행한 생애와 고통을 인간 존재론적인 차원으로 확장시켜,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간 삶의 본질적인 감정과 요소를 사유하고 표현해냈다. 특히 그의 다양한 기법 실험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연에서 끌어올린 이러한 사유와 감정들이 더욱 섬세하고 강렬한 표현적 예술로 현시될 수 있었다.
뭉크는 오늘날에도 그만의 예술적 언어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그림을 사이에 두고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보며 삶과 죽음, 사랑, 불안, 그리고 좌절에 대해 사유하고, 비로소 시공의 간극을 넘어 뭉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0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