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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으로 떠나는 여행-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누구에게나 인생의 찬란한 한 페이지가 있다

by 소영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과거의 향수와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영화 <시네마 천국>이 영화 속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머시브 전시로 돌아왔다. 한-이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서울라이티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시네마 천국>을 몰입형 컨텐츠로 재해석하여, 많은 애호가들이 스크린의 경계를 넘어 영화의 감동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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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은 크게 Analog, Analog&Digital, Digital의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세 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전시관은 그저 영화를 좋아하던 어린 소년의 모습부터,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중년의 모습까지 토토의 일생을 순서대로 조명한다.


Analog: 추억과 노스탤지어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은 불후의 명작 영화 <시네마 천국>을 만들어낸 두 거장 쥬세페 토르나토레와 엔니오 모리꼬네의 협업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Analog’를 주제로 하는 이 첫 번째 전시관에서는 아이였던 토토가 알프레도와 시간을 보내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지나가 버린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일깨운다.


토토와 알프레도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정을 쌓았던 영사실은 토토에게 노스탤지어의 공간이다. 어린시절의 추억과 영화를 향한 꿈, 아버지이자 친구였던 알프레도와의 관계가 함축된, 그리운 추억의 공간이다. 영화 속 세계를 놀랍도록 재현해낸 이 공간에 발을 딛는 관객들은 토토의 향수를 몸소 경험해보며 개인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토토의 마음에 공감하는 한편, 영화 <시네마 천국>을 감상하던 추억도 되새겨볼 수 있다.



Analog & Digital: 현실과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두 번째 전시관은 아름다웠던 토토의 꿈과 사랑, 그리고 그가 맞닥뜨린 현실의 벽과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다. 두 젊은 연인은 함께 찬란한 청춘의 한 장을 보내지만, 이들의 사랑은 토토의 입대와 엘레나 부모님의 전근이라는 현실의 벽을 만나 좌절되고 만다.


추억은 우리의 머리 속에서 가장 아름답다. 시간이 흐르며 아프고 힘든 것은 조금씩 사라지고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은 또렷해진다. 기억은 상상을 만나 보정되어 점차 이상화된 과거로서 추억이 된다. 마찬가지로, 알프레도의 조언과 두 사람의 어긋남으로 인해 토토와 엘레나는 첫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서로를 그리워한 두 사람이 함께 보냈던 시간을 오랜 시간 곱씹었기에 그 기억이 바래지 않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이 섹션은 토토와 엘레나가 마음껏 사랑하는 낭만적인 시간들을 아름답고 생생하게 그려내면서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는 아름답고도 아픈 인생의 순리를 보여준다. 쉽게 깨어질 듯 연약하지만 분명하게 빛나던 토토의 청춘은 언젠가 그와 같은 시간을 보냈을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Digital: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된다


영화 속 두 연인 토토와 엘레나가 함께 시간을 보내던 갈대밭을 지나 마주하게 되는 전시의 마지막 장은 중년이 되어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토토의 모습을 그린다. 수십 년 만에 재회한 둘은 뒤늦게 과거의 오해를 풀고 서로를 생각하던 마음을 다시 확인하지만, 결국 지나간 과거는 과거에 둔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시간이 흘러 달라져버린 고향의 모습, 어긋난 인연과 서로 다른 궤적으로 흘러가 버린 두 사람.

어느 갈림길로 들어서든 결국 우리는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결국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 내고, 그 과정에서 놓친 것은 놓친 대로, 얻은 것은 얻은 대로,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된다.

많은 것을 얻고 또 많은 것을 잃는 과정이지만, 그 시간 동안 얻은 경험, 삶의 어느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눈 마음들이 여전히 반짝이는 유리구슬이 되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빛나는 유리구슬을 모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가진 듯하다가도 한 순간 사라져버리는 덧없는 인생 속에서도, 꿈과 희망과 사랑으로 충만했던 순간들이 있다. 때로는 모질기도 버겁기도 한 삶이지만 분명 찬란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온전히 경험했다는 사실이 곧 삶의 의미가 되어줄 것이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기념비적인 ‘사랑’ 테마가 흘러나오는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서는 영화의 결말과도 같이, <시네마 천국>의 감동적인 장면을 엮은 몽타주가 흘러나온다. 이제는 노스탤지어의 표상이 된 <시네마 천국>은 그리워지면 언제든 돌아와 들여다볼 저마다의 추억을 되살리는 마법이다. 그러다 그리운 순간을 뒤로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또 충실히 오늘을 살아갈 이 시대의 모든 ‘토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이다.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3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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