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받는 리더가 되는 길
빈틈없는 리더,
완전무결한 리더,
약점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리더.
내가 어릴 적 꿈꿔왔던 리더의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나는 그런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
스타트업에서 팀 리더로 일하는 내가 지향하는 리더십.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완벽주의자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글자 하나 잘못 쓰면 종이 한 장을 통째로 찢어버리곤 했다. 볼펜으로 그은 자국이나 수정 테이프 자국조차도 싫었다.
줄곧 ESTJ였다.
완벽하게 통제하고, 완전히 수행하는 걸 꿈꿨다. 이상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맡은 일을 끝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힘든 것을 감내하고 절대 티 내서도 안되며 굳건하고 단단하게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존경하고, 닮고자 했다.
그런 내 앞에 특이한 리더가 나타났다.
그는 투명한 사람이었다.
감정이 너무나 투명하게 보이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부터 옆자리에 앉은 리더의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 눈치를 보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아 보였다. 계속 물으니 사실은 조금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도 괜찮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은 나를 믿지 않는구나. 그래서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거야. 나는 충분히 신뢰받고 있지 못한 걸 지도 몰라.’
그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팀 회고 날이었다. 감정 보드에 누군가 ‘힘들다’는 키워드를 적어 올려놓았다. 누군지 알 것 같았고 왜 힘든지 알고 싶었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돕고 싶었다. 그래서 이 카드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자기가 쓴 거라고 밝히며, 솔직히 지금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이유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이야기에 대해 공감했고 그를 위로했다. 그는 우리에게 위로받았다고 했다. 나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용기 있게 말한 그에게 신뢰감이 들었다.
‘아, 저 사람이 나를 신뢰하는구나.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까지 털어 놓는거야. 나는 지금 신뢰받고 있어. 나도 언제든 힘들 때 저 사람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되겠어.‘
나는 이전까지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며, 감정이 드러나는 리더는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도 스스로 감정이 드러나는 투명한 사람인 것이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힘듦과 즐거움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신뢰를 형성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그를 통해 깨달았다.
리더는 팀원들의 신뢰를 얻고 싶어 한다.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 카리스마로 휘어잡는 것,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키는 실행력을 보여주는 것 등.
그러나 나는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더가 먼저 진심으로 팀원을 신뢰하고, 팀원들이 신뢰받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더가 먼저 솔직해야 팀원들도 솔직할 수 있고, 리더가 먼저 신뢰해야 팀원들도 리더를 신뢰할 수 있다.
물론 리더가 솔직하게 말하고 팀원들을 신뢰한다고 해서 모든 팀원이 리더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리더를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팀원들에게 솔직할 기회, 신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리더의 선행된 행동임이 분명하다.
리더가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분명 팀원들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팀원들도 다 안다. 리더가 나에게 지금 솔직하게 말하고 있지 않음을.
물론 솔직함이 항상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팀원으로서 신뢰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소중한 경험 때문에라도 신뢰하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