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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유 May 26. 2024

자유부인 라라크루 합평회에 가다

고마운 남편, 보고 싶은 아들아 엄마 서울 다녀올게!

수호작가님이 운영하는 라라크루에서 주 2회 글쓰기를 하고 있다. 언제부터 함께 라라크루가 되어 글을 썼는지 보니 2022년 8월 중순이다. 라라크루 1기, 2기, 3기, 4기, 7기 이렇게 5번을 같이 달렸다. 매일 쓰는 건 힘들고, 그래도 주 1,2회는 쓸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달리는 라라크루 '라이트 라이팅' 모임에 들어갔다.


7기에 참여하면서 퇴고를 앞두고 있었다. 퇴고를 하면서 새 글을 쓰고 싶어도, 손이 퇴고로 가서 이번 7기는 완주하지 못했다. 그런데 신긴 한 건 계속 달리다 보니 힘이 들어갔던 내 글에 힘을 빼고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결 더 가볍게 글을 쓰게 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라라크루 합평회에 참석했다.


남편에게 "나 서울에 합평회 가고 싶어!"라고 말을 하니,  "그래. 당신이 가고 싶으면 다녀와."

와우! 역시 우리 남편은 YES 맨이다! 오예! 라라크루 하면서 쓴 글을 카페에 올리고, 합평회 글도 올렸다.


합평회가 있는 토요일. 아기가 6시쯤 기상했다. 아기 얼굴도 못 보고 가면 어쩌나 못 안아 주면 어쩌나 했는데, 용케 일찍 일어나서 나를 반겼다. 아기와 같이 놀고, 걸음마 연습도 하고 놀았다. 그리곤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남편을 깨웠다. 남편에게 아기를 부탁하며 가방을 둘러 맺다. 아기가 왠지 내가 나갈 걸 알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한번 꼭 안아주고 남편에게 안겨주었는데 찡얼거리며 떨어지기 싫어한다. 어머나! 이제 내가 가는 걸 알고, 자기를 두고 가지 말라는 걸까? 하며 심쿵했다.


이제껏 손을 흔들고 "잘 다녀올게~" 해도 감흥이 없던 아이였는데, 이제 엄마 아빠를 인지하고 낯가림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이제 뭔가 아는 눈치였다. 남편이 아기를 안고 잘 다녀 오라며 배웅해주었다. 연신 여러 번 빠이빠이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 느낌이 이상하게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기를 두고 온 엄마의 마음이랄까. 남편에게 이틀 동안 아기를 부탁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난 가방을 둘러메고 씩씩하게 걸어 나왔다.


서울에 오면서도 남편에게 3번이나 전화를 했다. 아기 잘 있는지, 남편이 밥을 못 먹을까 봐 무얼 시켜줄까 괜스레 더 연락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남편과 내가 같이 붙어 있을 땐 당연히 카톡과 전화를 할 일이 없었는데, 내가 나와있을 땐 꼭 남편에게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했다. 좋을걸 봐도 맛있는 걸 먹어도 남편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신사역 근처에 일찍 도착해 초밥집에 들렀다. 점심 특선으로 모둠초밥과 냉메밀, 튀김 세트를 시켰다. 왜일까? 남편이랑 먹던 초밥 보다 맛이 덜했다. 순간. 아 맞아 여긴 서울이지. 부산과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서빙하시는 사장님께서 "아이고~ 예쁘다. 앉아서 책 읽는 모습이 예뻐요."라고 하셨다. 젊은 게 좋다고 하셔서, "저 에 아기도 있어요."라고 했더니, "어디 가서 애기 있다고 말하지 마요. 말 안 하는 게 더 낫지. "라고 하셨다. 사장님은 음식이 입에 맞는지, 잘 먹었는지 재차 확인하셨다. 이렇게 다정하게 말하고 챙겨주시는 분은 오랜만이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밤에 손님들이 바글 바글한 음식점이었다.)





2시 합평회 장소인 예술가방에 도착했다. 10분의 작가님이 모였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의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일 멀리서 온 사람부터 해보자고 하셔서, 아침부터  SRT를 타고 온 내가 먼저 운을 띄었다.


https://brunch.co.kr/@so82so82/93


이번 합평회 글의 제목은 '나 오늘, 나랑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거든!'이다. 돌아기를 키우면서 막바지 퇴고를 하며 내가 나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글이었다. 물론 남편의 배려와 희생도 있었지만, 난 내가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남편에게 부탁했다. 나는 아기를 출산하고부터 늘 이 고민에 빠져있다.


나는 나로서 꿈을 펼치고 싶은 마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해!라는 마음.

나는 엄마이니까 아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


아이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도 엄마의 꿈을 이루어가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난 참 결혼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고 나서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마음도 편해지고,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내 곁에 소중한 한 존재가 있어서 더 행복하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잘할 수 있는 법.


나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그전에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늘 내가 뒷전이었던 사람이기에. 이제는 내가 나를 손님 대하듯, 약속을 잘 지키고 싶었다. 이 글을 쓰고 나서도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려 노력했다. 내 일 중 가장 중요한 걸 해내고 몰입했던 순간의 기록이다. 지금 시점으로 퇴고를 마치고, 곧 투고 예정이다.


나는 주책맞게도 합평회에 가서 내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이 났다. 그건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었던 것, 힘들었던 순간을 잘 헤쳐나갔다는 후련함, 남편과 아이를 두고 온 엄마의 짠 한 마음.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합평회에 참여할 수 있게 자유부인을 시켜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아마도 앞으로의 여정도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정이 반복되겠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하는 마음도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내 남편이 겪어야 하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ㅎㅎ)


다른 작가님들께선 아기가 어릴 땐 이렇게 글을 쓰고 뭔가 해보려고 못했다고 하시며, 잘하고 있다는 응원을 해주셨다.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글 벗, 말 벗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나의 왼쪽으로 돌아가며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지호 바스락 작가님.

"남편을 버리기로 했다"

https://cafe.naver.com/lala337/2689

남편의 지방 발령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야기. 그런 남편을 둔 작가님.

CC인 남편의 뒤처리와 아이 둘 육아인 워킹맘인 작가님.  작가님의 글 말미에 핵심이 담겨있다.

"어제 남편을 버리고 오늘 다시 주워 담는다." ㅋㅋㅋ


작가님의 글이 너무 재밌다. 남편을 보면 속이 터질 법도 한데, 참 재밌게 표현하셨다.

이야기하실 땐 부글부글 하는 것도 있지만, 해탈하신 느낌도 들었다.

왠지 행복을 추구하는 남편이 나와 조금 비슷하다고나 할까.

집집마다 WINNER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속으로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로 살아가기에 내가 위너가 아닐까 웃었다. ㅎㅎ

작가님은 어제의 남편을 버리고 또 주워 담고 계시겠지?


안유림 작가님

"아이를 낳을지 고민인 후배에게"

https://cafe.naver.com/lala337/2678

작가님은 자기 계발에 관한 이야기와 워킹맘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계속 좋은 말로 마무리하려는 자신이 보인다고 하셨는데. 책에서 처럼 꼭 좋은 말로, 좋은 조언으로 마무리할 필요는 없으니.

아이를 낳을지 고민인 후배에게 말을 했는지? 물어보니, 말을 하진 못했다고 하셨다. 아마도 이 글을 쓰면서도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숙희 작가님

"온 세상이 첫째들에게"

https://cafe.naver.com/lala337/2692


블로그에 일상을 올리는 게 처음엔 어색했다고 하셨다. 나도 물론 그랬고, 누가 볼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아무도 보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아니하고 싶은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났다.

작가님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한다. 맞다. 글을 쓰려면, 자세히 관찰하고, 듣고, 기억해야 쓸 수 있으니까.


작가님의 글은 짧지만, 그 상황이 다 그려졌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가 재밌었다. 특히 제목부터.

나도 둘째라 첫째의 마음을 잘 모른다. 작가님의 장녀가 "엄마는 둘째니까 절대 첫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을 했다. 뼈 때리는 말이다. 앞으로도 작가님이 아이들과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올려주셨으면 좋겠다.


권수호 작가님 (수호대장님)

https://cafe.naver.com/lala337/2684

수호 대장님이 먼저 시킨 치킨 냄새를 솔솔 맡고 라라크루에 들어왔던 걸까. 치킨과 글쓰기의 공통점을 이렇게 재밌게 찾아내시다니. 수호작가님의 글을 수호체가 있다. 수호스토리가 있다. 짧고, 재미있게, 흠뻑 빠져들어 읽게 된다. 라이트 라이팅의 정석!


7기 시작과 동시에 작가님의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책이 출간되었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45307403622?cat_id=50005777&frm=PBOKPRO&query=%EB%A7%88%ED%9D%94%EC%97%90+%EA%B8%80%EC%9D%84+%EC%93%B4%EB%8B%A4%EB%8A%94+%EA%B2%83&NaPm=ct%3Dlw5ad0ig%7Cci%3D4631e166fea625e6e7af3bf2a1b8980e71d5e858%7Ctr%3Dboknx%7Csn%3D95694%7Chk%3Dcb7890996efffcf0d9f28328c2d03a3a52c91777


글을 쓰면서, 3독이나 했던 책이었다. 책에 사인도 받았다. WOW! 도장과 친필 사인. 무려 글씨체도 너무 예쁘다는 사실!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라라크루와 잔가지 프로젝트에 더 중점을 두고 싶다고 하셨다.



신재호 작가님 (실배 작가님)

https://brunch.co.kr/@xcape77/575

실배작가님은 브런치에서도 구독자 1,899명이 계신 분이다. (지금은 더 많이 구독자가 늘었는지도 모른다.)

작가님은 현재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원고를 써 나가고 있다고 하셨다. 축하드려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회사에서 겪는 일인 것 같아 공감되는 글이었다.


민세정 작가님

작가님은 처음 예술가방에 들어갔을 때 뵈었던 분이었다. 재즈피아니스트이자 강아지를 키우고 계신 집사님이셨다. 유기견과 인연이 되어 글을 쓰셨고, 합평회 글을 '사랑으로 지키는 동물의 권리'였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자신의 시간과 따뜻한 마음을 내어주는 따뜻한 분이셨다.

https://cafe.naver.com/lala337/2682


박재은 작가(오븟한 일상)

예술가방 장소도 제공해 주시고 자신의 일에 있어서도 열정적인 분이셨다. 지금은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일태기와 외로움이 작가님 곁에 있다고 하셨다. 현재 맡아야 할 기획 부분이 '외로움'이라고 하셨다. 아마도 외로움이라는 게 지금 이 순간 작가님에게 다가온 동시성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외로움을 담담히 마주하는 작가님을 응원한다.


https://cafe.naver.com/lala337/2732


안희정 작가님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에세이 저자인 안희정 작가님. 라라크루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 따스함의 대명사. 작가님께 책에 친필 사인도 받았다! 토요일인데도 일을 마치고 비 오는 날 합평회에 달려오셨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에도 좋은 부분과 격려의 말씀도 해주셨다.

작가님은 아이와의 일상에서 느낀 점을 적어주셨다. 덕분에 아이유의 Love is All 노래도 들었다.


사랑은 모든 감정을 이기지 않는다.

대신 모든 감정이 스스로 이길 수 있도록 안아줄 뿐이다.

사랑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다.


https://cafe.naver.com/lala337/26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2541671


권오민 작가님(흑고양이)

라라크루 최연소 작가님이자, 합평회 당일 일일 스탭처럼 세심하게 와이파이 번호도 알려주신 친절한 작가님이다. 작가님은 공대생이지만, 글을, 그것도 소설을 쓰는 재미난 분이셨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그 장면이 그려지고, 그 속에 내가 있는 것만 같다.


https://cafe.naver.com/lala337/2705



글을 쓰면서 글동무 말동무를 만난다는 건 참 행운이다. 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나의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작가님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지만, 심적 거리가 가까우니 이렇게 합평회까지 오게 되는 것 같다. 합평회의 늦은 후기지만, 한분 한분 생각하며 후기를 쓰고 싶었다. 그때의 그 느낌. 그 감정. 일이 생겨서 합평회에 못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계속해서 끈끈해지는 연대감이 있으니 계속해서 라라크루에 머물며 글을 써 나가셨으면 좋겠다. 라이트 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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