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그림에서 배웁니다

life lessons

by 쏭유

삶을 그림에서 배웁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저는 올해 새로운 일에 도전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아기를 임신하고 태교로 10월경에 처음 아크릴화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림을 즐겨 그리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를 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소위 똥손이라고 해서 그림의 수준은 초등학생 수준으로 그림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럼에도 잘 못하는 것임에도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예술적인 감각은 타고 난다고 하지만, 잘 그리지 못해도 취미로 제 자신이 즐기면 되는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20호 캔버스에 그린 그림을 완성하고 다시 새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에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첫 인연이 되어 다니던 화실에서 올해 5월에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와~ 전시회 너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했지만, 마음은 반반이었습니다. 몸은 점점 만삭이 되어가고, 그림 실력도 부족하기에 '내가 할 수 있을까? 괜히 고생만 하는거 아닐까?'하는 생각과 '잘 못해도 배우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슨 용기가 생긴건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저도 전시회 참여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이 말을 시작으로 저는 2월초에 다시 붓을 잡았습니다. 선생님과 상담 후 20호 사이즈가 아닌, 30호 사이즈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그림 소재는 30호에 그려야 더 풍성해 보이겠다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무슨 마음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어디 한번 해보자! 힘들겠지만 즐기면서 하는 거지!'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그림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2월 8일 부터 작업이 시작 되었습니다. 30호 제 키 반정도가 되는 크기에 넙적한 붓을 잡고 잿소(하얀색 물감)으로 밑바탕을 채색하였습니다. 2~3시간동안 서서 하얀 캔버스에 하얀색 물감을 칠하고, 또 말리고, 그위에 칠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림 명상이라는 말 처럼 하얀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또 채우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아무것도 스케치 하지 않았지만 캔버스에 무언가 채우기 위해 하얀바탕을 칠하는 작업은 제 마음을 맑게 해주었습니다.


아크릴화는 배경과 그림을 쌓고 또 물감을 쌓는 작업의 연속 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어떤 배경으로 색칠 할지 물감을 정하고 배경색을 만들고, 또 큰 캔버스를 채우는 작업을 하며 색을 만들고 칠하기를 반복합니다. 제가 마음에 드는 배경색을 만들어 가는 것이죠. 제가 표현해 내고 싶은 전체적인 그림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니 신중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림 배경을 채색하면서 제가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계속 사유하는 작업을 합니다.


4일째 그림 스케치를 하게 됩니다. 생각했던 그림이 있었지만, 이 그림을 그대로 그린다면 모작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또 사유하고, 사유합니다. 제가 그림에 담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고 그려냅니다. 저의 두번째 작품도 태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기를 임신했을 때 꾸었던 태몽과 제가 아이를 품으면서 생각했던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1주일에 1,2번 정도 시간을 내어 그림을 그리러 갔습니다. 임신을 한 상태에서 장시간 서있는 것도 힘들었지만, 뱃속에서 태동하는 아기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그 마음을 더 담아냈습니다. 그림은 잘 못 그리지만 그림에 의미부여 200%와 마음을 담았습니다.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온전한 가족이 함께 존재 하는 모습, 모성애 등을 늘 생각했습니다. 태몽에서 보았던 많은 물고기들 속에서 크고 예쁜 물고기를 떠올렸습니다.


하얀캔버스에 배경이 생기고, 아기 물고기가 놀며 자라는 바다가 완성되고, 남편과 저의 모습들도 나타냈습니다. 어떤 이미지로 담아낼까 고민도 많이 하며 쌓고 쌓아하는 과정을 통해 그림에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 후로 부터 75일간의 여정을 끝으로 그림이 완성 되었습니다. (오늘 그림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추후 다른 글과 함께 그림도 일부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설계도가 없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무형에서 유형의 무언가를 그려내는 일. 이런 모습일까? 저런 모습일까? 스케치하는 작업을 하며 조금씩 형체를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려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붓으로, 어떤 물감을 섞어서 만들어야 하는지도 어려웠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앞치마를 하고, 팔 토시를 끼고, 자리를 셋팅하며 물통에 맑은 물을 받고, 필요한 장비인 붓을 준비합니다. 자리를 정돈하고 그림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무엇을 담아내고 덜어내야 할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어설픈 설계도 한장만 있었고, 중요하고 좋은 장비인 붓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공용으로 쓰는 붓들은 상태가 좋지 않았고 취미 미술이라고 생각하여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입니다. 실력도 없는데다 장비도 손에 익지 않으니 어설프다 못해 못난 실력들이 드러났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외에도 그림에 대한 생각하는 시간, 소재를 찾는 시간들도 늘 필요로 했습니다. 일상 속에서도 그림 소재를 찾다가도 바쁘면 잊어 버리게 되는데, 그림을 그리러 가는 날은 집중해서 찾기도 하고 늘 어떤 것을 그릴지 구상을 하는 과정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직은 그림을 많이 그려보지 않았기에 이러한 작업들도 늘 생각해야 하는 과제였습니다.


75일간의 여정은 처음 만들어가는 작업이었기에 오랜기간에 고심의 기간도 있었고,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했습니다. 선생님이 하시면 금방하는 작업이지만 제가 하면 하나하나 오래 걸리고, 실수하고 고쳐가는 방법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렇지만 설계도가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처럼 저의 그림을 스케치를 해내고 하나씩 칠해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의 그림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과정을 통해 그림을 통해 삶을 배워갑니다.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이 또한 몰랐겠지요. 곧 있을 저의 전시회를 기다려주세요^^ (곧 중간 중간 그림 작업의 흔적들도 남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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