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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유 Mar 23. 2024

격변의 시기 돌아기

1살된 거 축하해!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집을 보고 앉아 있건데, 꼭 내 머릿속 같다. 평소 집은 나름 청소도 매일 하고, 하루를 마감하며 정리해서 깔끔한 편이었는데 요즘은 정리를 해도 정리가 안된 느낌이다.


지난주말엔 아기 돌잔치가 있었다. 돌잔치 준비는 다해두었는데 마음이 바빴었다. 아기를 재우고 밤에 무언가 하려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해내는 것이 어려웠다. 돌잔치는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만족스러웠고, 가족과 친지들이 많이 오셔서 축하해주셨다. 다들 날 보고 결혼식 2번 하는거냐며 예쁘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아기가 이제 곧 걸을 텐데 베이비룸이 너무 작은 것 같아 확장을 시켰다. 거실의 90%를 차지 하는 아기매트와 놀이방. 좁을 땐 좁다고, 넓으니까 너무 많은 공간을 어지르니 대책이 없다. 심지어 일어나서 방문, 화장실 문을 열어서(사실 잘 하는지 몰랐는데 엄청나게 빠르고, 조작능력도 좋다.) 당황했다. 아기는 어른들을 보고 모방한다지만, 이렇게 빨리 문을 열 줄은 꿈에서 생각못했다. 


이제 두 손을 떼고 넘어질듯 말듯 걸음마를 하는탓에 옆에서 24시 항시 대기중이다. 이래서 아기는 잘 때 예쁘다고 하는 걸까. 잠시 시간을 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아기가 안자니까 도무지 무슨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기와 우리 가족의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첫번째는 쪽쪽이 떼기였다. 우리 아기는 원래 6개월까지 쪽쪽이를 물지 않았다. 구강기에 문화센터에 다니다 보니 이것저것 다 입에 가져가서 그 때 부터 쪽쪽이를 물렸다. 그러다보니 밤에도 잘자니까 쪽쪽이를 물렸다. 6개월에 뗀다고 하던데 우린 6개월에 물렸으니. 돌잔치 끝난 다음날 부터 쪽쪽이 끊기가 시작됐다. 물론 계획이 된건 아니었다. 아기를 재우려고 하다 문득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보이는 곳에 숨기고, 그대신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분유는 더 제공했다. 분유를 다 먹고도 이리저리 쪽쪽이를 찾았다.


아기야. 너 아기 아니고 1살 형이야.
이제 쪽쪽이 없이 자야해.


아기가 내 말을 알아 들을리 없다. 눈을 비비고 하품은 나오는데 쪽쪽이가 없으니 애벌레 인형의 더듬이를 빨았다. 싫지만 참아야 했다. 빈젖을 빨듯이 인형을 빨다가 강아지 인형을 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이 5일 째. 쪽쪽이를 찾지않고. 치명적인 뒷태를 자랑하며 자고 있다.


두번째는 아기의 이유식이였다. 이제 돌이 지나면 이유식이 아니라 유아식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주도식으로 7개월 때 부터 했는데, 손으로 주무르고 머리에 묻히는걸 남편이 싫어하다보니 나름 자제하고 있었다. 그리곤 돌을 맞이해 아기 식판도 사고, 레시피도 바꿔보았다. 글을 쓰지 못하고 바빴던 이유도 '돌밥(돌아서면 밥먹는)'것 때문에도 시간이며 체력적으로 딸렸다.  아기가 손으로 먹을 수 있게 밥볼, 슈렉소세지(수제 소세지), 치츠볼, 생야채(당근, 파프리카), 방울 토마도 등을 시도 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매우 분주하고 바쁘다. 레시피 고민도 해야하고.


세번째는 앞서 적은 베이비룸 확장이다. 활동 범위가 좁았다면, 이젠 여기저기 다 다니고, 다 만지고 꺼낸다.기어다니다보니 엄마의 무릎은 나갈 지경이다. 탐색 하도록 두고 싶으면서도, 엄마 몸이 쉬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어질러져 있는 꼴을 못봐서 매번 치워냈는데, 어질러져도 괜찮다고 마음 속으로 주문을 걸어본다.


네번째는 새벽 수유 끊기이다. 쪽쪽이도 끊은 대다가 새벽 3,4시에 깨서 분유를 달라고 하니 끊어 보고 싶었다. 계획된건 아니었다. 어김 없이 3시 반에 일어나 울길래 토닥 토닥 재웠다. "우리 분유 안먹고 자자. 낸네." 토닥 토닥거리며 재우는데 눈은 뜨지도 않고 칭얼 거렸다. 1시간 이후 다시 깨서 대성통곡을 하지 방법이 없었다. 오열하듯이 울었다. 예방접종을 해도, 열이 나도 한번도 이렇게 운적이 없었는데.


내가 너무 많은 시도를 한꺼번에 하고 있는건가.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나하나씩 천천히 해도 되는데 왠지 복직 전에, 어린이집 가기 전에 엄마가 있을 때 해주고 싶었던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제 복직이 2달정도 남다보니 마음이 급하다. 아기한테 해줄것도 많고, 시간을 더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 출퇴근을 하게 되면 아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저녁 고작 3-4시간 밖에 안될거니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새벽기상이나 자기계발을 하나둘씩 내려 놓았다. 자기계발은 나를 위한 것이지, 아기를 위한건 아니였다. 그리고 저절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시간이 있으면 체력적으로 딸리니 무언가 입에 가져가고, 잠을 잤다. 카페인에 취약한 몸인데 밤에 뭘 해보겠다고 오후에 커피를 마셨더니. 몇일간 각성상태였다. 할 일은 많은데 머리가 굳은것 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자고 나서도 풀리지 않은 무언가가 큰 장애물이 되어 나를 가로막고 있다. 빠르게 내가 살아왔던 패턴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마도 조금 다른 방법으로 방향을 조정해야 할것 같다. 


그 길과 방법을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것 같아. 이 글을 쓰고 복잡한 마음이 정리가 되었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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