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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Nov 29. 2022

표백 - 2

/ 장강명


도전정신에 대하여


"그런데 왜 청년들한테 도전정신이 있어야 하는거죠?"


-


사실 도전정신이라는 말도 꽤 구시대적인 말인 것 같다. 요즘 누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할까. 그래도 저 지적은 꽤나 내가 곱씹게 되는 구절이었다.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과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그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


만약 내게 도전정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나는 필요하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내가 도전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난 항상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군대를 갈 때도 갑작스럽게 끌려가는 것도 싫고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도 싫어서 복무생활이 2달 더 길지만 확실히 언제 갈지 정할 수 있는 해군을 택했다. 공무원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도 벌이가 장담되지 않는 사업이나 합격할 것이라 확신이 서지 않는 시험을 보는 직업을 선택하기 보다 조금 덜 벌더라도 벌이가 확실하기 때문에, 빠르게 합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공무원이 되기로 결정했었다. 물론 남들이 가지 않는 해군을 가고 공무원이 되는 길에 대학은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나름 좋은 대학을 그만둔 것은 충분히 도전적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더 안정적인 선택을 위한 또 다른 선택이었을 뿐이지 실제론 전혀 도전적이지 않다. 난 포기가 쉬울 뿐이다.


도전정신이란, 큰 성취를 위해 충분히 도박을 걸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 반면 나는 도박이 아니라 더 확실한 결과를 위해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할 용기가 있었을 뿐이다. 끝내 실패했던 누군가는 내게 너처럼 뭔가를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기회를 잃었다. 그건 좋은 전략이었을 수도 있고, 멍청한 도망이었을 수도 있다.  


안정된 직업으로 빨리 자리를 잡은 나는 '좀더 다른 일에 도전해볼 걸'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확실한 것을 좋아하던 내 성격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내가 놓친 기회들이 많았을거라 확신하고 그래서 놓쳤을 그 기회들이 아쉽다. 어쩌면 그것들을 놓친 게 좋은 전략이었을 수도 있고, 역시 멍청한 도망이었을 수도 있다. 


-다시, '표백'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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