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쓴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가 Oct 19. 2019

바보야 문제는 디자인이야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과 인간 심리>


마조히스트를 위한 커피 주전자 / 따르다 화상을 입을 지도 모른다




바보 같은 엘리베이터

삼성동의 씽큐베이션 모임 장소에 가 보았다면 승강기 호출 버튼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왜 승강기 버튼에 처음부터 빨간 불이 들어와 있도록 해 놓은 것일까? 버튼 위치를 명확히 알려주려고? 승강기 호출 버튼은 어딜 가나 승강기 문 오른쪽 옆에 있는데 굳이 그런 쓸 데 없는 일을? 한술 더 떠 눌렀을 때 아주 미미한 색 변화만 있을 뿐이어서 확인삼아 한 번 더 누르는 게 예사다. 대단히 불편하여 일상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지만, 보통은 별 생각 않고 해도 되는 일을 괜히 불편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은 떨칠 수 없다. <디자인과 인간 심리>의 저자 도널드 노먼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7명의 디자이너 중 한 사람(『Business Week』, 2010)이다. 그는 디자인이 인간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주구장창 말한다. 앞에서 말한 엘리베이터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을 때, 그것은 부주의한 나(인간)의 탓이 아니다. 그런 수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기계 탓, 디자인 탓이다.




여명부터 황혼까지

어릴 때에는 디자인의 역할이 공간과 사물의 심미성을 높이는 데에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디자인은 인간 전생애와 이 세상을 설계한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 직전까지 디자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때가 없다. 그것은 개개인의 일평생부터 사회 시스템까지 유무형을 막론한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있고, 우리의 의식 흐름을 타고 흐르거나 조종하며 삶의 질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디자이너들은 작은 신이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고, 깊지 않다면 깊어야만 하는 이들이다.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눈치 챌 수 없도록 삶의 구석구석에 의도를 심어놓았다. (의도라 함은 디자이너의 자기주장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득이 되겠다는 의도이다.) 우리는 모든 의도를 인지하지 못한다. 왜냐면 디자이너들이 너무 능숙하게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은 나쁜 디자인보다 알아차리기가 훨씬 힘들다. 좋은 디자인은 우리 필요에 잘 들어맞아서 디자인이 보이지 않으며 그 자체에 대한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봉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쁜 디자인은 그 자체가 매우 눈에 띄어 부적합성을 고함쳐 알린다.                      -서문 중-




디자이너의 사고방식 본받기

조너선 아이브, 카림 라시드 같은 사람들이 잘들 하고 있는데 굳이 우리까지 디자인적 사고를 해야 하겠느냐고 한다면 뭐 그것도 맞는 말이겠다. 전문 디자이너가 고민해야 하는 영역까지 신경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종사하는 일의 영역, 혹은 일상에 반영을 해 보자는 말이다. 


내가 일에 있어 고민할 영역은 학생의 학습 경험에 관한 것이겠다. 학습 여정은 최대한 자연스러워야 하며, 필요하지 않은 지점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하면 안 된다. 더 많이 알려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공부는 효율적이어야 한다. 또, 사용자의 정서가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 생각해 가며 학습 도구를 배치해야겠다. 단 한 시도 나의 프레임대로 생각하여 우기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오로지 학습자의 입장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상에서는 행위의 일곱 단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달성하기를 원하는지 활동의 최종 근본 원인에 도달할 때까지 ‘왜?’라는 질문을 해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고 그 일을 어떻게 할지 작게 나누어 설계하고 배치해야겠다. 활동의 경과와 결과를 관찰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일, 스스로 돌이켜 보며 고칠 부분은 없는지 숙고하는 일들이다.  


나의 잘못에서 부정적 감정만을 얻어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게 나쁜 것이 아니다. 소를 잃었기 때문에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고침으로써 두 번째 소와 세 번째 소는 잃지 않게 될 것이다. 좀 뚱딴지같은 소리이긴 하지만 ‘물리적 열쇠의 모양을 개조하는 대신에 그것들이 무관하게 하는’ 사고를 할 필요도 있다. 잘못된 것을 고칠 때 현상만을 파악하여 자꾸 덧대려 하지 말고, 근본적인 목적의 지점으로 돌아가 아예 다른 방식을 적용해 보아야겠다.





디자인 책인데 편집이 별로야




#체인지그라운드#씽큐베이션 #씽큐베이션3기 #만담 #디자인과인간심리 #도널드노먼 #디자인 #인간중심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