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게 싫다. 밥을 코로 넣는지 입으로 넣는지 모르겠다. 가는귀가 먹은 탓에 시끄러운 가운데 팀장님의 썰렁한 개그에 제때 리액션을 하려면, 우주의 기운을 끌어 모아 집중해도 모자라다. 그 날도 잘 쫓아가고 있다가 그만 낯선 번호로 울리는 전화를 확인하는 사이에 사람들웃음이 터졌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같이 웃는다.
A는 소음이 많은 장소애서 특정인의 말소리에 최대한 집중했지만, 벨소리에 빈응해 휴대폰을 보았다. 낯선 번호의 주인이 누군지 생각하는 사이 팀장이 한 말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 우리의 사고체계에는 빠르게 생각하기 시스템과 느리게 생각하기 시스템이 있다. 빠른 것의 이름은 시스템 1, 느린 것의 이름은 시스템 2이다. 진동이 울리자마자 휴대폰을 본 것은 시스템 1이 한 일이고, 소음 속에서 특정인의 목소리를 알아들으려 노력한 것은 시스템 2가 한 일이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시스템 1: 본능이나 직관과 관련되어 있으며, 나의 의지와 관련 없이 자동으로 작용한다.
시스템 2: 분석, 추론, 계산 등 집중과 노력을 요하는 일을 한다. 자기 통제와 관련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당신은 시스템 1과 시스템 2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인가?
정답은 누가 됐든 1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어느 정도 분석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스템 2가 더 많은 일을 한다고 여기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작용하는 시스템 1이 우리의 판단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시스템 1은 시스템 2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한다. 주로 인상이나 직관, 의도, 감정 같은 것들이다. 이것을 시스템 2가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그것은 자기 안에서 기정사실이 되어 버리고 만다, 앞에 뭐라고 했는가. “인상, 직관, 감정”이라고 했다. 이것들을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직관과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은 까딱하다가는 ‘어림짐작’에 따라 ‘편향’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팩트가 아닌 것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우리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파악하고, 우리가 흔히 범할 수 있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시스템 1과 2의 작용 및 관계성뿐 아니라 바로 이런 오류에 대한 얘기를 한다.
이 책과 연결지을 수 있는 것은 「회복탄력성」이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관계는 편도체와 내측 전두엽의 관계와 비슷한 것 같다. 편도체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 반응에 관여하고, 내측 전두엽은 논리적 사고에 관여하는데, 이 두 가지는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내측 전두엽의 활동이 감소하고, 내측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편도체 활동이 감소한다. 전두엽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시스템 1이 내 사고의 고삐를 잡을 수 있다.
감정이 만들어낸 색안경을 끼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에서는 이것을 호흡과, 명상, 걷기 등 몸의 긴장을 풀고 의식을 나 자신에게 가져오는 활동을 통해 내측 전두엽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내가 행복하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를 꿈꾼다. 하지만 생긱에 관한 생각은 정확히 어떤 이유로 쓰인 건지 잘 모르겠다.
독서를 하면서 나를 둘러싼 세계의 불확실성, 인간의 비합리성과 편향성 등을 맞닥뜨리며 더없이 내가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팩트만 보려고 노력해도 잘 볼 수 없는 마당에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감정적인 부분에 맡겨 왔던가를 돌아보게 된다.
이런 어리석음이나 파악하라고 쓴 책은 아니겠지만, 내 그릇이 작은 것을 어떡하나. 이만큼 밖에 담지 못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다시 읽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