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 AI. 지겹게 들었지만 앞으로 더 많이 듣게 될 단어.
2001년,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엄마 손을 잡고 영화관에 따라가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라는 영화를 봤었다.
영화에 나오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는,
사실 사람이 아닌 AI 로봇이었다.
나이가 어렸음에도 내 뇌리에 깊게 박혔던 영화.
AI라는 단어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다양한 컨텐츠 소재로 소비되어 왔다.
소재 자체는 흥미롭지만,
여전히 AI는 인류에게 일종의 공포, 혹은
인간의 존엄성에 도전하며
'생명'에 대한 정의에 혼란을 주는 존재로
종종 그려지고는 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럴 때 마다
그것이 먼 미래의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해왔다.
2016년, 딥러닝 기반의 알파고가
세계 최강의 바둑천재 이세돌을 이기기 전 까지는.
그 이후부터 2022년의 끝자락에 다다르는 지금까지,
우리는 AI라는 단어를 쉴 새 없이 들어왔다.
뭐만 하면 AI, AI, AI.
생각난 김에 손정의 회장의 짤 하나를 두고 간다.
AI스피커, AI챗봇, AI자율주행,
AI상품추천, AI광고 최적화...
기술은 발달하고 관련 직업군들의 연봉은
공급부족으로 천정부지로 올라갔으며,
세계적인 기업들은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어왔다.
하지만 AI 분야의 가장 큰 고민은
아직 이렇다 할 훌륭한 사업 모델이
발굴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술만으로 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은 흔치 않더라도,
AI는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산업군에서
기업들의 비용 및 지출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등,
거대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AI는 기업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당장 사람들이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포털, SNS, OTT 영상매체, 커머스 사이트들은
모두 당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천을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까.
최근 들어서는 AI관련해서
좀 더 새로운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예를 들면:
그림을 생성해낸 사람이 우승을 했다거나.
TikTok에서 딥페이크 기술로
가짜 Tom Cruise 영상을 올리던 사람들이
실제로 AI 회사를 차렸다거나
국내에서는
네이버 웹툰이 그림의 채색을
AI로 손쉽게 해주는 툴을 만들었다거나
나는 IT 기획자인 것을 떠나서,
애초에 이런 기술 쪽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새로운 굵직한 기술이 나오면
베타테스터를 신청해서라도 직접 써보는 편이다.
몇 개월 전에는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직접 가사를 쓰고 음악을 녹음해서
인터넷에 올렸어야 했던 때가 있는데,
너무 창피한 나머지 주변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DALLL-E 2를 통해서
앨범 아트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
물론, 퀄리티는 매우 훌륭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경험을 방금 경험했다.
사실 나는 글을 쓰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편인데,
작정하고 쓰기보다는 간단히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브런치를 켰다.
ChatGPT 는 OpenAI에서
가장 최근에 만든 핫한 챗봇형태의 프로덕트다.
해외에서는 벌써 몇몇 얼리어답터들이
관련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성해내고 있다.
과거에 챗봇들은 많았는데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아래 요청들을 모두 해내는 챗봇을 본 적이 있는가?
- 질문에 답하기
- 수학 공식에 답 알아내기
- 시 써내려가기
- 통번역
- 긴 글에 대해서 요약본 만들기
- (무엇이든)추천하기
- 코드 디버깅 및 수정
- 짜여진 코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
- 말 그대로 '입코딩'하기
등등.
놀라운 건, 단일 질문에 대한 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가 시작된 이후에는 이전 질문들을 기억하고
context에 맞게 사용자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나는 ChatGPT에게 무엇을 물어볼지 잠시 고민했다.
첫 번째 질문
가장 최근에 맞닥뜨린,
익숙지 않은 SQL 구문에 대한 사용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구글 검색 결과보다 더 나은 설명을 해줬다.
원래 공부는 개념 이해도 중요하지만
예시를 통해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위에서 짜준 예시 쿼리에 대한
specific한 예시를 달라고 요청했다.
결과를 보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예시가 적절했고 너무도 잘 이해가 됐기 때문에.
코딩 학원이나 코딩 학습 관련 플랫폼들이
다소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었다.
두 번째 질문
AI가 시를 얼마나 잘 쓰는지 궁금해서,
최근에 이별을 겪어 가슴이 아픈
가상의 사람으로 빙의하여,
내게 위로가 되는 밝은 시를 써달라고 부탁해봤다.
내가 만약 정말 이별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큰 위로를 받았을 것 같은 시였다.
심지어 두 번째 라인마다 라임을 맞추는 것이
신통방통하지 않은가.
게다가 시만 띡-하고 뱉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단에는 실제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위로의 말을 추가로 건네주었다.
갈수록 온라인 연결을 많아지지만
실제로는 신체적, 정신적 연결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줄어들고 있는 현대 사회에,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신과 상담이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한국에서는 더더욱.
세 번째 질문
S&P500 ETF인 SPY의 가격이
200MA를 넘을 때마다
내게 알림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Python 코드를 짜 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나는 개발자가 아닌데다가
yfinance 라이브러리가 없으므로,
주변 개발자 친구들에게 슬쩍 물어보니
코드가 잘 작동한다고 답변을 받았다.
AI한테 코드 짜달라고 요청해서 받은 결과라고 하니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주석까지 달아준다는 것에 더 큰 충격)
개인적으로는 지난 24년간 검색 엔진의 절대강자,
구글이 경험할 가장 큰 도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를 검색하고,
3-4개의 광고들을 지나쳐서,
여러 아티클 중에 하나를 골라 선택하고,
글을 읽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훑고,
성에 안차면 뒤로가기를 눌러 반복하는.
이 모든 절차가 질문 하나로 끝날 수 있으니 말이다.
창작의 영역은 감히 넘보지 못한다는
과거 인간의 정신적 38선은 이미 AI가 넘은지 오래다.
AI에게 요청만 하면 콘테스트에서
우승할만한 그림이나 글들을 써주고,
간단한 코딩을 짜주거나
내가 쓴 코드의 버그를 찾아내 설명해준다.
누군가가 헤어져서 슬퍼하면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시를 써주기도 한다.
창조물이 어느 순간
그 창조주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공포감을 느끼게 되어
AI를 마치 사회악으로 표현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나는 그런 것들은 영화 시나리오 안에서만
머물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물론 기술 남용에 따른 적절한 대응과
통제를 위한 법규가 너무도 중요해지겠지만.
단순 노동은 빠르게 AI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것 같다.
여기서 ‘단순 노동’에 대한 정의도
결국 시시각각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틱톡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준 것처럼,
AI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그동안 개인이 꿈꿀 수 없었던
수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보통 세상이 10년에 한 번씩 바뀐다고 하던데,
이제는 5년, 3년 혹은 2년이 될지도 모를 세상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