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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May 22. 2023

- 발바리 -

당연히 산타는 없다

스무 살 즈음의 나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존재 같았다.

머리도 숏커트로 항상  짧았고,

그저 사는 거에 급급해서 별달리 꾸미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의 삶이나 유행 따위에도 눈을 두지 않았고,

그저 내 관심사에만 집중했었다.

그래도 나름 좋았던 건,

나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그림을 그렸던 시절이라는 점과,

좋아하는 책과 전자기기만 있음 행복했었다는 것.

학교나 회사를 다녀서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주변에 사람이 많았지만, 친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에

나는 외톨이여도 고독하지 않았다.

누구의 말에도 상처 입지 않았다.

감정을 갖고 미워하거나 싸우는 일도 없었다. 혼자서도 잘 살아왔고, 스스로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를 향해 무언가를 휘두르면, 맞은 자리에 흔적은 남는 모양이다.

그 시절의 두 배의 나이가 되어가려고 하는 지금에서야,

갑자기 옛날 기억이 플래시백 되어 문득문득 떠올랐다.

누가 뭐라 해도 아무렇지 않았기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흘러들었던 말이,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그 사람의 속내를 깨닫는다.

가끔의 비난의 말도, 비웃는 말도,

아주 짧게 스쳐간 애정의 고백도.

그때의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찰흙을 빚듯 옛날이야기에 형체를 만들어

세상 밖으로 꺼내놓으면,

손이 아닌 눈으로 만져지는 나의 젊은 날의 어리숙함이

가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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