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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Jun 12. 2023

- 고양이는 원래 -

몸이 분리되지?


꿈 안에는 꿈의 설계자가 있다.

꿈의 주인이 어리면 꿈의 설계자는 좀 더 허무맹랑하거나 엉터리로 꿈을 설계해준다.

현실과의 괴리가 커도 어린이는 그대로 꿈을 받아들인다.

때로 하늘을 날개 없이 날기도 하고, 커다란 공룡을 피해 도망치기도 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나타나도 마치 소설의 세계관처럼 금방 설정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잠에서 깨면 “아, 꿈이었구나.” 깨닫는다.

딸이 잠에서 깨서 고양이를 유심히 보더니 이상하다고 한다.

분명 고양이 몸이 분리되어서 따로따로 돌아다녔는데 붙어있다면서.

“엄마, 원래 고양이는 몸이 분리되는 거지?” 하며 묻는데,

이런, 아직 어려서 꿈의 설계자의 어설픈 설정에도 속아 넘어갔다 싶어 웃음이 났다.


꿈의 주인이 자랄수록, 또 꿈속에서 꿈을 눈치챌수록, 꿈의 설계자는 좀 더 정교하고 디테일하게 꿈을 설정한다.

꿈이 현실에 가깝게 설정될수록, 잠에서 깨도 현실과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어느 날은 남편이 “우리 아파트 하나 더 어디다 사뒀지?”하고 물었다.

분명 아파트를 사뒀는데 이상하다면서 잠에서 덜 깬 소리를 하는 거다.

우리가 아파트가 어디 있어?

차라리 로또 당첨된 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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