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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Nov 20. 2023

- 물림 주의 -

미친 고양이 주의보


몇십 년째 고양이를 키우고, 그 세월만큼 많은 고양이를 겪었지만 은단이만큼 지랄 맞은 고양이는 처음이다. 어쩌면 그동안 키웠던 냥이들이 얌전한 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랜 집사 경력으로 웬만한 냥아치짓은 그냥 웃고 넘어갈 정도인데, 이 녀석은 묘하게 진상과 정상의 경계를 오고 가서 나를 헷갈리게 만든다.

고양이들은 사냥할 때 신호를 보내온다. 몸을 낮추고 웅크린 다음 동공을 키우고 엉덩이를 슬쩍슬쩍 움직인다. 그 자세를 취하고 종종 집사도 사냥한다. 놀아주고 싶을 땐 사냥 당해주기도 하지만 제대로 물리면 아프기 때문에 적당히 피한다. 피할 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타이밍은 엉덩이의 씰룩임과 동공의 쪼그라듬을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그런데 은단이는 타이밍을 알기가 어렵다. 순식간에 덮쳐온다. 신호도 나발이고 없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자고 있었는데 살짝 몸이 닿았다고 물거나, 기분 좋게 서로 스킨십 중이었는데 갑자기 공격한다. 이 녀석이 아기 때는 힘조절도 못해서 발톱에 많이 긁혔는데 몇 번 혼내고 같이 물어줬더니 이제는 조절은 한다. 그러니까 이 허연 고양이에게는 악의는 없었다는 얘기다. 장난으로 사냥하는 모양인데 대중이 없다. 게다가 너무 신나면 세게 문다. 며칠 전에도 손장난 치다가 내 어깨에 구멍이 났다.

재미있는 점은 그런 장난을 나와 딸에게만 건다는 점이다. 아빠나 아들한테는 낯가리는 모양인지 장난을 안 친다. 친하다고 생각해서 나름 애정표현이라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갑자기 물리면 타격이 너무 크다. 다른 때는 참을 만 한데 자다가 발 물리면 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눈빛 신호라도 줘서 예상이라도 가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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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과 궁상사이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일상툰입니다.

매주 월(정기) 목(부정기) 업로드하여 주 1-2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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