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의도
최근 아들의 관심사는 마인 크래프트다.
지나가는 말로 마인 크래프트 이야기했던 게 기억이 나서 70퍼센트 할인할 때 사줬다. 우리 집은 게임에 돈을 들이는 건 현재까지는 금지다. 유료게임은 무료 이벤트 할 때 사거나, ‘쿠키런 킹덤’ 같은 게임은 과금은 못 하게 했다. 그런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던 엄마가 게임을 사줬으니 아들은 깜짝 놀랐다. 정말 너무 하고 싶었던 게임이었는데 유료라서 사자고 말을 안 했더란다. 그 이후로 아들은 마인 크래프트에 푹 빠졌다. 누나와 함께 유튜브로 공략을 찾아보고, 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를 빌려다 봤다. 도면을 프린트해서 뽑더니만 종이 공작으로 마인 크래프트의 모형을 잔뜩 만들었다. 그런 다음은 마인크래프트 레고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매달 만 원 미만의 용돈을 입금받는 아들은, 그마저도 쓸 일이 없어 통장에 쌓아둔다. 그래봐야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그 돈을 모은다고 갖고 싶은 걸 사기는 힘들다. 그래서 정말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년 4회 있는 특별한 날(어린이날, 아이들 생일, 크리스마스)에 지급되는 용돈을 모아 산다. 아들은 레고를 사려고 가용 범위의 돈을 따져본다. 사용하는 돈의 단위는 많아야 10만 원대까지다. 따로 조부모님께 받은 돈도 있지만, 사고 싶다고 바로 사는 게 아니라, 한두 달 후에도 갖고 싶으면 사기로 엄마와 약속해서 때를 기다린다.
때가 올 때까지 레고를 사는 상상을 반복한단다. 내가 지금 얼마가 있지만, 그 걸 다 쓸 수 없으니까 얼마짜리 레고를 산다. 이런 계산도 한다. 너무 비싼 레고는 살 수 없다. 그러면서 슬쩍 나에게도 한 번씩 질문을 던진다.
“엄마에게 갑자기 백만 원이 생긴다면?”
“갑자기?”
아이가 질문을 던지면 엄마이기에 절대로 무시하는 일은 없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답해줘야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질문의 의도도, 원하는 대답도 쉽게 보였다. 지금은 좀 컸다고 질문을 흘려들으면 대답하기 힘들다.
“음, 100만 원으로 지금 당장 딱히 할 건 없는데. 일단 저금할까?”
“그럼, 천만 원은?”
금액의 단위가 올랐다.
“글쎄. 오래된 아이패드나 바꿀까? 나머지는 저금하고.”
“그럼 십억 생기면 뭐 살 거야?”
아무래도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계속해서 금액이 올라가고 있다.
“뭘 꼭 사야 해? 아파트라도 한 채 사둬야 하나? 집도 차도 있어서 더 필요는 없는데.”
“그럼 1조는?!”
아들이 눈을 빛내며 계속해서 큰돈을 불렀다.
“1조? 1조가 대체 어디서 생겨? 1조가 얼마나 큰 단위인 줄은 알아?”
“그냥~ 엄마라면 뭐 할 거야?”
그러고는 또 10조, 50조 금액이 점점 불어난다.
“도대체 이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궁금해서.”
혹시 내가 “돈 생기면 우리 아들 레고 사줘야지.”라는 말을 안 해서 그런가? 집에 얼마쯤 돈이 있어야 레고 편하게 사는 건지 궁금해서? 미안 어쩌냐 아들. 얼마가 생기든 나는 내가 사고 싶은 거만 살 건데.
며칠 간격으로 아들은 이 질문을 반복했다. 나는 질문의 의도를 사실 아직도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 했다. 그저 사려는 레고가 손에 들어오면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아들은 왜 이런 걸 묻는 걸까?
-----------
소박과 궁상사이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일상툰입니다.
매주 월(정기) 목(부정기) 업로드하여 주 1-2회 연재합니다.
#돈이생긴다면 #백만원이생긴다면 #천만원이생긴다면 #십억이생긴다면 #1조가생긴다면 #소박한상상 #마인크래프트 #레고시리즈 #사고싶어 #질문의의도 #아들스타그램 #소박과궁상사이 #컬러툰 #목요일연재 #일상툰 #인스타툰 #4컷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