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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arer May 14. 2017

지능의 탄생 - 이대열

 생물학, 인지과학, 경제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과학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인간의 뇌의 기원과 발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인공지능과의 연관에 대해 설명해준다. 각각의 이론들에 대해 기본적인 단계부터 충실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각 학문에 대한 기반이 없어도 책만 충실히 따라간다면 이해 할 수 있다. 특히나 인지과학 분야가 가장 어려울 수 있으나 저자의 전공 분야인 만큼 충실하게 설명해 준다. '지능'과 '학습'에 대한 조각들이 이 책을 통해 정리되어 끼어맞추어지는 느낌. 한국인 저자인 만큼 유사 외국 서적에 비해 부드럽게 읽혀 더욱 좋다. 굳이 빠진 조각을 하나 찾자면 현재의 인공지능 (머신 러닝)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은 빠졌다. 하지만 지능과 인공 지능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포함되어 있다.

 관심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너무 얕지 않은 수준에서 잘 정돈된 글을 보는 것은 너무나 기분이 좋다.



"지능은 생명체의 기능이다. 생명체는 자기 스스로를 복제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 복제 과정이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에 복사본은 가끔 원본과 작은 차이점을 보이게 되고, 그 결과로 원본보다 더욱 능률적으로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복사본들이 진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된다. 지능이란, 이렇게 진화를 통해서 생명체가 획득하게 되는 능력들 중의 하나로써,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인간이 선택한 문제를 인간 대신 해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말기 때문에 참다운 의미의 지능이라고 할 수 없다."


 "인공지능을 진정한 지능이라고 여기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그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제시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번영과 복지를 위해 복무하고 있다. 같은 문제라도 그 문제가 자기 자신의 것은 경우와 다른 주체로부터 위임받은 것인 경우에 해결 방법 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선택가능한 해결법의 효용값은 문제풀이의 주체가 인간(생명체)일 때와 인공지능일 때 달라진다. 지능은 그것의 주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 A. 인공지능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분명하게 기술할 수 있어야 하고 해답의 시비를 가릴 수 있어야 한다. B. 인공지능의 문제는 인공지능 그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능에서 중요한 것은 지능을 그것의 주체의 선호도와 분리해서 평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C. 아직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능력. 우리는 하드웨어가 풀어야 할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를 풀기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일도 한다. 만일 인간 대신 이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참된 '지능'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가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세포 생명체의 부속기관이면서, 동시에 유전자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더라도 독립적으로 행동을 선택하는 유전자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개체의 주인은 뇌가 아니라 유전자다. 뇌는 단지 유전자의 안전과 복제기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임무를 부여 받은 일종의 대리인에 불과하다."


"생명은 자기복제의 과정이며,지능은 자기복제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생명체는 사회적인 생활을 한다. 비록 한 순간에는 고립된 생명체라 하더라도 자기복제를 통해서 개체수를 늘리고 집단을 구성하게 되면 개체들 간에 모종의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집단의 크기와 구조가 복잡해지면 문제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의사결정의 방법도 더 많은 정보와 학습 방법을 필요로 하게 된다. 특히 인간사회와 같은 복잡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마음이론처럼 타인의 생각이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통찰할 수 있게 된 것은 이처럼 타인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부수적으로 얻은 특전일지도 모른다."


" 인간의 지능은 다른 동물의 지능, 특히 다른 영장류의 지능과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하나는 인간의 사회적 지능이고 다른 하나는 메타인지능력이다. 인공지능이 보편화됨에 따라 나타나게 될 사회적 구조의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사회적 지능과 메타인지 능력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기술이 발전하게 됨에 따라 인간의 사회적 지능 및 메타인지에 관련된 기능마저도 점차 인공지능의 한 부분이 되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소위 기술적 특이점 같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당분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지능이란 근본적으로 자기복제를 핵심으로 하는 생명현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적 능력의 여러 측면에서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이 오더라도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자기복제를 시작하지 않는 한 인공지능은 인간을 본인으로 하는 대리인의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다.인간이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 있어서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단 한 가지이다. 그것은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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