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 마!! 건드리면 쏜다!!!
세상에 물을 뿜는 오이가 있습니다!
(영상을 먼저 봐주세요!)
이 오이는 squirting cucumber 라고 불립니다.
직역을 하자면 ‘뿜는 오이’ 라는 뜻인데, 혹자는 ‘폭발하는 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게 그야말로 폭발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씨앗과 함께 점액질을 내뿜는 신기한 녀석이죠.
그런데 이 위력이 생각보다 훨씬 어마어마합니다.
이 오이는 대략 크기가 4cm 정도입니다.
이 오이가 씨앗을 내뿜을 때 씨앗의 속도는 시속 72km이며,
내뿜은 씨앗은 10m까지 날아갑니다.
그러니까 자기 몸 길이의 250배에 달하는 거리까지씨앗을 던져버리는 건데
사람으로 따지면 키 170cm의 성인 남성이 425m까지 공을 던지는 겁니다.
축구 경기장 4개에 달하는 엄청난 거리를 말이죠.
근육도 없는 식물이 어떻게 이렇게 황당할 만큼의 힘을 낼 수 있는 걸까요?
이걸 밝혀내기 위해 수학자와 식물학자가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밝혀낸 매커니즘은 식물이 보여주는 거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연구 방법이 인상적이었는데, 우선 오이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CT 촬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이와 줄기의 위치 변화, 씨앗이 발사되는 속도와 각도, 발사 과정에서 오이의 부피 변화,
발사 후 씨앗의 분포 등을 면밀히 조사해서 수학적 모델링을 거쳤다고 하는군요.
무슨 오이 하나에 이정도로 공을 들이나 싶은데 그 결과를 보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이 오이는 안쪽에 점액질을 가득 채워 내부 압력을 크게 높입니다.
이 압력이 추진력이 되는 거죠. 로켓 발사와 같은 원리입니다.
그런 다음 스스로 발사 각도를 조절합니다.
오이 안쪽에 있던 점액질을 줄기로 보내서 줄기를 곧게 펴는 겁니다.
그러면 오이가 위쪽으로 들리면서 발사 각도가 조절됩니다.
씨앗을 가장 멀리 보낼 수 있는 37도에서 45도 사이로 말이죠.
이제 발사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드디어 발사가 시작됩니다!
오이가 줄기에서 떨어져 나오며 안에 있는 씨앗들이 분출되기 시작하는데,
이때 오이가 분출되는 힘에 의해 회전을 합니다.
이 회전 덕분에 씨앗은 한 방향으로 나가지 않고 넓은 범위로 흩뿌려질 수 있죠.
관찰 결과, 각각의 오이들이 회전하는 방향과 속도가 모두 일정했는데
이건 오이가 분명한 의도를 갖고 회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발사 각도나 회전 속도 등을 조금씩 바꿔봤더니 씨앗이 덜 흩뿌려지더랍니다.
그러니까 최적화가 상당히 잘 이뤄져 있다는 거죠.
얼핏 보기에 가만히 멈춰 있는 걸로 보이는 식물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의 최적화 전략을 갖고 치열하게 살고 있는듯 합니다.
역시 세상은 넓고 자연의 경이로움은 끝이 없네요.
참고 논문 : Uncovering the mechanical secrets of the squirting cucumber (PNAS, 2024)
참고 뉴스 : Squirting cucumbers thicken and stiffen to eject seeds with 'remarkable speed and precision,' study finds (LIVE Science, 2024)
참고 뉴스 : Scientists solve centuries-old mystery of how a cucumber explosively squirts its seeds (CNN,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