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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Sep 03. 2020

집에서 타코를 해먹는다는 것

소비꾼의 집밥 08

올라 세뇨리따 역시 멕시칸 푸드를 무척 좋아하지 않았을까?
매일같이 맛있는 멕시칸 푸드는 내가 만들어도 맛있을까 궁금해서 해보기로 했다.
이거 근데 만두 아냐?


세뇨리따가 먹다 기절할 만큼 제공하는 소비꾼네 타코 S


멕시칸 푸드의 매력은 뭘까?



어느 나라에서든 왠만해선 인기 많은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멕시칸 푸드. 한입 한입에서 매번 다른 맛이 느껴질때도 있고, 입에 꽉 찬 자극적인 맛이 혓바닥을 쫙 쬐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한 가지 맛도 따로 놀지 않는다.

가끔은 비빔밥 같기도 하고, 가끔은 김밥 같기도 하고, 또 가끔은 쌈밥 같기도 해서 한식의 매력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러니까 타코라면, 어쩐지 실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진을 엄청나게 찍었으므로 엄청나게 등장할 예정이다.

   

타코를 만들어보자 했으니, 타코의 특징을 상상해봤다. 또띠아 사이에 잘게 썬 채소가 잔뜩 들어있는데, 거기에 매운맛, 새콤한 맛, 진한 지방의 맛, 그리고 쪼는 단맛 등 온갖 맛이 생각난다. 정리해보자면


잘게 썬 재료

구운 향

고기

형형 색색

신맛 유지방 크림

정도가 되시겠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야 하므로 두 종류를 만들기로 했다.

기왕 만들 거 (내 입에) 맛있는 게 최고니까 다양한 이들의 취향(내 취향)에 맞게

하나는 가급적 타코라 생각한 맛에 가깝게, 또 하나는 스테이크 샌드위치에 가깝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고기 한번 사다가 오래오래 잘도 해 먹는다. 이쯤이면 잘 먹고 잘살라고 말했던 사람들도 진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나를 보며 당혹스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준비한 재료 사진에 겹치는 친구들이 있다. 겹친다고 빼버리면 사진에 공간이 남기 때문이다. 귀찮아서가 아니다.또띠아랑 요거트가 너무 같은 위치에 있는게 아니냐고? 아니거든?


초리조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없다. 준비하면서 보니 재료가 무지하게 필요했다.

그래서 친절하고 알기 쉽게 표로 정리해봤다. 종종 실수하는 것들도 챙겨 보았다.

근데 만들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무도 안 볼 것 같다.


다음부턴 무엇인가를 넣었다. 이렇게 쓰기로 했다.
그렇지만 표를 만드는 행위는 이번 재료 손질보다 백배는 쉬운 일이었다.
칼질하면서 다신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짜다. 다신 안 할 거다. 썰어도 썰어도 썰어야 할 게 더 많은 재료들을 보면서 엄청 소름 돋았다.
(누가 나 몰래 계속 갖다 놓는 기분이었다.)
외국에서 만났던 남미 쪽 친구들은 타 대륙 출신들에 비해 게으른 비율이 좀 높았는데
밥 해 먹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딴 데 쓸 기운이 있을 리가 없다.
입장을 바꾸고 나서야 이해가 되니, 난 아직 멀었다.

재료를 미리 준비해두면 물이 생기므로 가급적 먹기 전에 하는 게 좋다.

파인애플은 크러쉬드 레드페퍼+올리브 오일+까나리액젓으로 드레싱 하고,

토마토는 올리브 오일+후추+쌈장으로 간 한다.  이거 되게 맛있다.


타코용 고기를 준비한다. 사실 제일 처음에 해야 한다. 염지 되는 시간은 대충 2-3시간 잡기도 하고, 얼추 30분 잡기도 하고, 구울 때 붓고 조리기도 한다. 중요한 건 셰프의 마음가짐이라고 말해본다.


또띠아 깔고, 섞은 재료 얹고, 그 위에 쌈장 토마토 얹고, 고기 얹고, 소스 뿌리고, 실파 뿌리면 끝이다.


염지는 알아서 되고, 고기를 볶을 땐 오래 볶아준다. 불향이 나면 정말 좋다.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해서 불향을 넣자. 스테이크용은 그냥 간만 해서 굽는다. 염지 안해도 된다.






(정말 가끔) 제공하는 쓸만한 조리 노하우



고기 굽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야 한다.

이런 형태다. 내 경우는 해동을 덜 하고 구웠다. 내가 원하는 익힘 정도에 가깝게 구울 수 있었다.

타코는 식감이 부드러운 느낌이라, 조리 방법으로 식감을 다양화하면 지루하지 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스테이크용 고기는 구울 때 가급적 기름의 양을 최소로 하고, 레어에 가깝게 굽는다.

겉면이 엄청 바삭하면서 쫄깃쫄깃한 식감이 나오는데, 이게 재료들이랑 엄청 잘 맞는다.












또띠아는 모양을 잡아주는 게 좋다.

겁나 뜨겁다. 얼마나 뜨겁냐면 겁나게 뜨겁다.


보통은 밀대로 하지만, 기름 없는 프라이팬에 구운 또띠아를 동그란 무엇인가에 얹어두어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주는 게 좋다.

먹기도 편하고 모양도 잡혀있어 속도 가득 채울 수 있다.

페트병 썼다가 녹아서 모양이 히쭈구레 해졌다.

가급적 가급적인 것을 사용하자

나는 호일을 써봤다.

통째로.


속이라는 말을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신선한 만두네 이거.






소스통이 없다고 해서 소싱을 포기하지 말자.

튜브 몇 개 사놓을 걸 하고 후회하지만 우리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집에 있는 비닐봉지에 요거트를 채우고 묶는다.

끝에만 살짝 잘라준다.


소스통을 완성하면 지그재그 왁자지껄 즐거운 소스 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

흐느적거리긴 하지만 쓸모 있다.

원래 꼿꼿한 녀석들 보단 흐느적흐느적 거리는 놈들이 사회생활 잘한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소스 마스터 기본 커리큘럼이다. 사진이 어둡게 나왔다. 탄 거 아니다.

보았는가?

이 기술을 마스터하면 타코뿐 아니라 계란말이, 스팸, 오므라이스 등에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외부 출장 시에도 명랑 핫도그 등에서 남들과는 다른 나를 보여줄 수 있다.

왔다 갔다 지그재그 티키타카 와리가리 전부 여기서 나온 기술이다.


여전히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안 하던 짓을 하니 피곤하다.


그래서 갑자기 완성하도록 한다.


스테이크 타코에는 사워크림 대신 마요네즈를 썼다. 이제 생각났다.



반찬 같은 거 없다. 그냥 라임 뿌리고 먹는 거다. 고추기름만 스테이크 타코에 뿌려주고 왕창 먹었다.

타코는 다른 거 없다. 그냥 왕창 먹어야 한다. 입안에 왕창. 타코는 예쁘게 먹는 사람 한 번도 못 봤다.

가급적 그런 사람하고는 안 놀고 싶다. 타코 먹을 때 놀면 좋은 사람은 나보다 손이 잽싸지 못한 사람이다.



이렇게 먹어도 멕시칸 음식은 먹고 나서 속에 부담이 크지 않다.
재료를 통째로 넣을 수만 있다면 맨날 해 먹을 텐데, 그럴 바엔 샐러드를 먹기로 했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칼질 진짜 빡세게 한 것 같은데 한 개도 티 안 난다.


내 가슴에 칼질하지 마라.



그나저나 쌈장을 썼다?


이날 점심에 버섯밥을 먹긴 했지만, 쌈장은 원래 타코에 쓸 예정이었다.

사실 버섯밥이 냉장고 열어보고 즉흥으로 한 음식이다.

집에서 해 먹는 거다 보니 재료가 자주 겹친다.

눈치 주지 마라. 몇 안 되는 구독자들도 가만히 계신데.



아니 타코에 쌈장을 썼다는 게 희한하다.


바토스를 자주 가는데 거기도 쌈장 쓴 타코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닌가?

아무튼 타코랑 안 어울리는 소스가 아니다. 단맛 짠맛 고소한 맛 다 있다. 콩인데 뭘.

그리고 토르티야를 상추라고 생각해봐라. 어색한 음식인가?



과일을 많이 쓴 것 같다.


파인애플이나 키위나 집에 있고 싸길래 썼다. 씹었을 때 과즙이 콱하고 나오는 느낌이 들어야 다른 재료들과 궁합도 더 좋아지고, 풍성해지는 느낌이라 썼다. 그리고 파인애플처럼 섬유질 강한 녀석들은 까나리 같은 친구들과 만나면 쫄깃해지는 느낌이 있다. 안 쓸 이유가 없다.



하와이안 피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게 피자는 페퍼로니 아니면 하와이안이다. 구운 파인애플은 정말 최고다.

그나저나 빅스타 피자에서 리턴 오리지널 피자에 페퍼로니 추가하고 레몬 제스트 빼 달라고 하고 후추 콱콱 뿌려달라 해서 시켜먹어 봐라. 입에서 영어 나온다. 진짜다.


제대로 된 Pizza picture 없다. Because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쩐지 고생해서 만든 타코보다 피자가 생각날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더 올려본다. 양해를 해보도록 하자.



근데 왜 먹은 기억이 흐릿한거냐?


다음은 새우 토마톳파스타다.

빨간맛은 새우로 충분하다. 근데 토마토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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