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애완동물 01
집에 들어오면 나를 반겨주는 생명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할 때가 있다.
안타깝게도 내가 사는 건물은 반려동물 기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은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
우리집 강아지 슬링키다.
어린 시절 용자물이라고 부르는 "K-캅스"나 "선가드", 혹은 아이언리거 같은 로보트 취향을 지니고 있던 나는 토이스토리를 볼 때 "아, 앤디의 장난감 취향은 나와 맞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곤 했다. (버즈빼고)
특히나 저런 스프링 달린 강아지는 누굴 위한 물건인가라는 생각을 종종했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게 되면 많은 책임이 뒤따른다. 그런 점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꽤나 존경스럽기도 하다.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슬링키를 입양한다는 건 그런 책임감에서 자유로운 일이다.
짖지도 않고, 산책시켜주지 않고, 밥 주지 않아도 되고, 예방접종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물어와!! 엎드려!! 손!! 같은 행위도 하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땐 해도 된다.)
우리 집 슬링키는 산책도 할 줄 안다.
아무튼, 이 친구는 커먼그라운드에서 성수 방면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장난감 편집샾 에서 보호하고 있던 친구다. 그 곳에 토이스토리 장난감이 꽤 많은데, 커다란 슬링키와 작은 슬링키가 있길래 작은 슬링키를 충동 입양했다.
집이 좁아서 대형견을 기르긴 어렵기 때문이다.
배 쪽 스프링은 폼으로 달고 있는데, 이 친구는 사람들이 자신을 무엇으로 인식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 설령 모양뿐인 슬링키라 해도 어떠냐, 너는 그것대로 슬링키로 보이는데.
(우리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무지개 스프링 이름이 슬링키다.)
오늘은 우리집 반려견 슬링키를 소개했다. 지금도 내 모니터 밑에서 나를 보고 있는 이 자그마한 강아지는 부직포 같은 귀때기를 가지긴 했지만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늘도 빼먹지 않고 테엽 한번 감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