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집밥 15
느끼하고 짠걸 단번에 느끼고 싶다.
맥 앤 치즈라는 이름을 들어봤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왠지 모르게 땡길때가 있다. 보기만 해도 느끼한 치즈맛이 잔뜩 느껴지는 거.
(보통은 피자를 시켜먹는다. )
살다 보니 세상에 안 파는 것도 있다. 맥 앤 치즈는 특별한 가게가 아니라면 맛보기 힘들다.
그래서 만들어 먹기로 했다.
몇 년째 웰빙이네 밀가루 혹은 탄수화물을 끊어야 하네 하고 그런다.
나는 워낙 시대를 역행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거 없다.
맛있는 게 단연 최고다. 먹고 싶은 음식에 필요하면 사용하는 거지 탄수화물을 어떻게 끊으란 말이람.
누군가 나에게 네가 제일 잘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살찌우는 일이라 대답하겠다.
물론 여러모로.
재료
쪽파
모닝빵
마카로니
슬라이스 햄
할라피뇨
체다치즈
밀가루
우유
버터
별로 할 게 없는 이 음식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루(ROUX)를 만드는 것이다.
프렌치 음식에서 설명하는 모체 소스를 기본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오늘 사용하게 될 것은 베샤멜(Bechamel)의 모네(Mornay) 소스에 가깝다.
정석은 아니라서 그것이다. 하고 표현하지 않는다.
알아보니 원래 베샤멜소스를 맥앤치즈 만들 때 사용한다고 한다. 나는 몰랐다.
왜냐하면 맥 앤 치즈를 처음 만들기 때문이다. 아닌가..? 최근 들어 기억력에 확신이 없다.
밀가루가 볶이면서 색이 나는 과정을 따라서 3가지로 루를 분류한다. 화이트 브론즈 브라운.
버터와 밀가루의 비율, 색을 얼마나 낼 것인지 등 루를 만드는 것은 까다롭다.
다만, 베샤멜이나 벨루떼에서 유제품을 넣을 땐 색이 난 루보다 더 밝은 색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쨌든 나는 Bronze Roux를 만들었다. 캐러멜 색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쯤이 가장 좋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밀가루가 덜 볶여 루에서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
Roux가 뭔지 이해할 필요까진 없다. 버터랑 밀을 많이 먹던 지역에서 농도를 만들어줄 때 사용했던 것이다.
김치 담글 때 쓰는 풀도 그렇고 전분물도 그렇고 원리나 목적은 같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단, 루는 자체로 풍미를 가지고 있어 만들 줄 알게 되면 수프를 끓일 때, 카레를 만들 때, 소스를 끓일 때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음식은 맥 앤 치즈를 만드는 게 전부다.
일종의 파스타지만 딥 소스에 가깝고, 이 자체를 굳혀 튀겨서 튀김을 만들기도 한다.
남은 맥 앤 치즈를 튀겨 먹을 예정이다.
그걸 또 빵에 끼워 먹으면 맛있겟다.
내가 할 수 있는 FLEX는 탄수화물 뿐이다.
재료의 정리가 끝났다면 이제 맥 앤 치즈를 만든다.
루는 식히는 과정에서 표면이 굳어 덩어리를 만들기도 한다.
종이호일을 덮어두거나 하면 그럴 일은 없지만 굳고 나서야 생각났다.
하지만 내가 먹을 것이므로 괜찮다.
벌크업 하는 사람이 봐도 와.. 이건 먹으면 진짜 살찌겠는데? 해야 맥 앤 치즈다.
담백한 맥 앤 치즈는 없다.
있나..?
이 음식은 바로 살이 된다고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 겁먹는 순간 끝이다. 심지어 짠맛의 끝판왕이다.
그저 지금까지 쌓아온 인덕을 하나 더 쌓는 작업일 뿐이다.
루를 만들 땐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어주는 게 좋고, 바닥이 두꺼운 팬으로 해야 쉽다.
만들어보면 꽤 재밌다. 밀가루가 액체화된 버터를 끝없이 먹는다.
우유나 크림으로 농도를 맞추고 나면 엄청 고급스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내열 고무 주걱이 있으면 훨씬 쉽게 일을 마친다.
루를 만드는 게 번거롭다면 마카로니에 녹인 치즈를 섞고 마요네즈랑 섞어놔도 될 것 같다.
마카로니 샐러드 비슷한 느낌을 만들 순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누가 입에 치즈를 퍼서 넣은 느낌이 필요하다면 루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게 좋다.
사실 그러려고 먹는 게 맥 앤 치즈 아닌가.
할라피뇨는 잘 짜고 쓰는 게 좋다.
마음의 살을 찌우랬다. 어떤 형태로든 살은 찌우고 있다.
..... 그런 드립은 참으면 좋겠다. 미니 햄버거 비슷한 걸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버터롤 같은 걸로 해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햄이야 따로 한 게 없다. 그냥 사서 넣은 것이다. 근데 그런 건 있다. 얇게 썰려서 여러 겹으로 접혀있는 햄에 대한 로망이 있다. 편의점에서도 맨날 그 햄 들어있는 샌드위치만 사 먹었었다.
그걸 잘 모르겠다. 학습일까? 진짜 지방이 필요해설까?
술을 마시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 술을 마셔야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