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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Jul 15. 2020

소비꾼의 장보기 01

Costco 소등심 초이스편


코스트코에 마음먹고 간 김에 마음먹고 고기를 사왔다. 그냥 잘먹었다고 끝내기엔 커다란 양만큼이나 커다란 가격이 나를 성실하게 한다. 내 얼굴보다 많이 찍은 덩거리를 보는 마음이란. 

Where u come from?

오늘은 이놈을 해체하도록 한다. 꽤 오랜만에 만져보는 덩거리 고기.

핏물이 많아 물로 한번 행군 후 키친타올로 물기를 정리했다.



  코스트코에는 여러 종류의 고기가 있지만 그중에 등심을 구매했다. 새우살도 잘 붙어있고 뼈마디의 구간이 가장 많고 핏물이 적은 아이로 모셔왔다. 


한창 근무할 때는 캐주얼 다이닝에서 등심이나 채끝을 많이 사용했고, 

파인 해질수록 안심 위주로 다루는 일이 많았다. 

안심은 정리할게 별로 많지 않아 뭘 한다고 말하기도 뭐하다만, 개인적으로 채끝이나 등심을 선호하는 편이다. 

프롬 아메리카 비프는 프라임 등급이 가장 맛있다. 

막내 때 가게에서 호주산, 국내산, 미국산, 그리고 기억 안나는 곳 어딘가의 산 안심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한우 역시 끝내주게 맛있었지만 프라임 등급의 소는 다른 소들의 장점을 합쳐놓은 맛이라 오랫동안 남아있다. 


이야기하다 보니 손질이 끝났다.

손질을 하는 방식은 여러가지다. 지방과 실버스킨을 가급적 많이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초점이 잘 맞았다.


  이번 등심의 손질 기준은 실버스킨(힘줄/ 혹은 질긴 놈)과 지방의 제거다. 집에 교정을 하고 있는 가족이 있어 특별히 신경 써야 했다. 고기 한채 값이면 다이닝에서 혼자 식사가 가능하지만(무쏘는 열 번 가고 사이다도 마실 수 있다.) 함께 즐기는 이타적 마음가짐을 가지고도 눈치가 보이는 가격이므로 소중히 손질하도록 한다. 

  

  4 분위로 나눠 놓은 것은 순서대로 실버스킨(힘줄/ 혹은 질긴 놈)/ 지방/ 고기가 붙은 실버스킨 그리고 실버스킨을 기준으로 따로 떨어져 있는 고기 부위이다.  

손질을 할 때 실버스킨이나 지방의 배합을 기준으로 세 개의 덩어리로 이미지화한다. 

새우살이라고 부르는 부위 외에 떨어져 나가는 놈이 한 덩어리 있는데, 그 부분은 따로 분리해서 육수를 낼 때 사용하거나 스탭 식사로 사용하기도 하고, 랩으로 돌돌 마는 룰라드라는 놈을 할 때 고기 본드로 붙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허나 집에 고기 본드도 없고 소스를 만들 일도 없으므로 소고기 뭇국의 재료로 사용하도록 하자. 


중간계투 팁

 선배에게 검사받을 땐 고기가 붙은 실버스킨은 빼놓고 보여주도록 하자. 그러면 언젠가 그 선배의 자리는  네 것이 된다.

 고기가 붙은 부위의 실버스킨은 칼을 눕힌 채 밀어내면 떨어져 나온다. 차곡차곡 모아서 국 끓일 때 잘 넣어 사용하면 국에 든 고기를 혼자 먹을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지방은 모아서 잘 얼려두었다가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한다. 고기 굽는데 동물성 지방만 한 게 없다. 

노트에 써놓도록 하자. 서로의 정신건강에 좋다.


고기를 숭덩숭덩 자른다. 

셀카는 안찍지만 고기는 찍는다.

어차피 집에서 먹는 거 기왕이면 두껍게 먹자 싶어 숭덩숭덩 자르다 집에 오븐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쭈뼛거린 게 느껴지는 고기의 단면이다. 

숙련자라 보면 딱 안다. 


숙련자의 정리정돈

 부루쥬아들이나 사용하는 진공 실링기가 없으므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지퍼백으로 처리한다. 고기는 저것보다 훨씬 많이 더 있지만 찹 스테이크 용 따로, 오늘 저녁에 먹을 용 따로 정리해두고 저만큼만 처리해 놓는다. 


곁들임으로 토마토 살사를 준비한다. 토마토 살사 준비과정은 따로 준비해 두었으니 그걸 참고하도록 하자.


포인트

고기는 고기다. 사실 이래 써나 저래 써나 씹어야 제 맛이다. 

지퍼백에 공기 없이 어떻게 담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안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테니 알려주지 않는다.

고기와 같이 마늘을 넣은 이유는 미국산 소에게 한국이란 걸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다.

마늘 먹인 소 아니다.

번외로 코스트코에서 같이 산 마늘인데 국내산이라고 쓰여있어서 혼란스러웠다.

코스트코 입장에서의 국내산인 건지 판매처의 위치 입장에서 국내산인 건지 알 수 없었다. 

농담이다.

참고사항


한 번씩 꺼내 먹기 위해 냉동 보관할 예정이다. 냉장-냉동-냉장이라 썩 내키진 않지만 한 채를 사본 김에 사서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확인도 좀 해보고 싶다. 이래저래 계산해보니 저게 더 많이 싸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실험 중이다. 


초이스의 경우 프라임보다 덜 부드럽고 풍미도 덜 하게 느껴진다. 마리네이드나 연육 하는 형태로 고기를 굽거나 사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포장을 할 때 향신료를 같이 넣어두면 더 맑은 향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보통 로즈마리나 타임, 월계수 통후추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 산미를 추가하기도 한다. 


나중에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늘만 첨가한다.


또 냉장보관으로 오래 가져가고 싶을 경우 바스켓 하나에 얼음을 잔뜩 받아놓고 안에 파묻어 두었다가 얼음이 다 녹기 전에 또 얼음을 갈아주거나 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육식 마니아입니까? 채식주의자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질문을 쓰다가 대답을 해버렸다. 영생을 주지 않는 이상 채식주의자가 되진 못할 것 같다.


소기름이 몸에 안 좋다던데 왜 모아서 쓰십니까?

소기름이 몸에 안 좋다고 느껴진다면 중간중간 채식주의자로 생활하면서 영생을 섞자.


숙련자치고 칼질이 허접한 것은 기분 탓입니까?

손에 맞는 칼이 없어서 그랩니다.


이래저래 계산했다는 게 대체 어떤 겁니까?

숙련자만이 할 수 있는 계산이다. 넌 알 필요 없다.


아무도 안 물어보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질문지를 만드는 겁니까?

....


혼잣말하는 것처럼 자꾸 반말하시는데 너무 무례하신 것 아닙니까?

혼자서 존댓말로 말씀 나누시면 안타까워 보이지 않겠습니까? 만? 


그 말씀은 아무도 물어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대답입니까?

무례해 너


탄 거 아닙니까? 

그만해 바보야



끝으로 작업도구 자랑

자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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