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tco 소등심 초이스편
코스트코에 마음먹고 간 김에 마음먹고 고기를 사왔다. 그냥 잘먹었다고 끝내기엔 커다란 양만큼이나 커다란 가격이 나를 성실하게 한다. 내 얼굴보다 많이 찍은 덩거리를 보는 마음이란.
오늘은 이놈을 해체하도록 한다. 꽤 오랜만에 만져보는 덩거리 고기.
코스트코에는 여러 종류의 고기가 있지만 그중에 등심을 구매했다. 새우살도 잘 붙어있고 뼈마디의 구간이 가장 많고 핏물이 적은 아이로 모셔왔다.
한창 근무할 때는 캐주얼 다이닝에서 등심이나 채끝을 많이 사용했고,
파인 해질수록 안심 위주로 다루는 일이 많았다.
안심은 정리할게 별로 많지 않아 뭘 한다고 말하기도 뭐하다만, 개인적으로 채끝이나 등심을 선호하는 편이다.
프롬 아메리카 비프는 프라임 등급이 가장 맛있다.
막내 때 가게에서 호주산, 국내산, 미국산, 그리고 기억 안나는 곳 어딘가의 산 안심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한우 역시 끝내주게 맛있었지만 프라임 등급의 소는 다른 소들의 장점을 합쳐놓은 맛이라 오랫동안 남아있다.
이야기하다 보니 손질이 끝났다.
이번 등심의 손질 기준은 실버스킨(힘줄/ 혹은 질긴 놈)과 지방의 제거다. 집에 교정을 하고 있는 가족이 있어 특별히 신경 써야 했다. 고기 한채 값이면 다이닝에서 혼자 식사가 가능하지만(무쏘는 열 번 가고 사이다도 마실 수 있다.) 함께 즐기는 이타적 마음가짐을 가지고도 눈치가 보이는 가격이므로 소중히 손질하도록 한다.
4 분위로 나눠 놓은 것은 순서대로 실버스킨(힘줄/ 혹은 질긴 놈)/ 지방/ 고기가 붙은 실버스킨 그리고 실버스킨을 기준으로 따로 떨어져 있는 고기 부위이다.
손질을 할 때 실버스킨이나 지방의 배합을 기준으로 세 개의 덩어리로 이미지화한다.
새우살이라고 부르는 부위 외에 떨어져 나가는 놈이 한 덩어리 있는데, 그 부분은 따로 분리해서 육수를 낼 때 사용하거나 스탭 식사로 사용하기도 하고, 랩으로 돌돌 마는 룰라드라는 놈을 할 때 고기 본드로 붙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허나 집에 고기 본드도 없고 소스를 만들 일도 없으므로 소고기 뭇국의 재료로 사용하도록 하자.
선배에게 검사받을 땐 고기가 붙은 실버스킨은 빼놓고 보여주도록 하자. 그러면 언젠가 그 선배의 자리는 네 것이 된다.
고기가 붙은 부위의 실버스킨은 칼을 눕힌 채 밀어내면 떨어져 나온다. 차곡차곡 모아서 국 끓일 때 잘 넣어 사용하면 국에 든 고기를 혼자 먹을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지방은 모아서 잘 얼려두었다가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한다. 고기 굽는데 동물성 지방만 한 게 없다.
노트에 써놓도록 하자. 서로의 정신건강에 좋다.
고기를 숭덩숭덩 자른다.
어차피 집에서 먹는 거 기왕이면 두껍게 먹자 싶어 숭덩숭덩 자르다 집에 오븐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쭈뼛거린 게 느껴지는 고기의 단면이다.
숙련자라 보면 딱 안다.
부루쥬아들이나 사용하는 진공 실링기가 없으므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지퍼백으로 처리한다. 고기는 저것보다 훨씬 많이 더 있지만 찹 스테이크 용 따로, 오늘 저녁에 먹을 용 따로 정리해두고 저만큼만 처리해 놓는다.
곁들임으로 토마토 살사를 준비한다. 토마토 살사 준비과정은 따로 준비해 두었으니 그걸 참고하도록 하자.
고기는 고기다. 사실 이래 써나 저래 써나 씹어야 제 맛이다.
지퍼백에 공기 없이 어떻게 담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안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테니 알려주지 않는다.
고기와 같이 마늘을 넣은 이유는 미국산 소에게 한국이란 걸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다.
마늘 먹인 소 아니다.
번외로 코스트코에서 같이 산 마늘인데 국내산이라고 쓰여있어서 혼란스러웠다.
코스트코 입장에서의 국내산인 건지 판매처의 위치 입장에서 국내산인 건지 알 수 없었다.
농담이다.
한 번씩 꺼내 먹기 위해 냉동 보관할 예정이다. 냉장-냉동-냉장이라 썩 내키진 않지만 한 채를 사본 김에 사서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확인도 좀 해보고 싶다. 이래저래 계산해보니 저게 더 많이 싸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실험 중이다.
초이스의 경우 프라임보다 덜 부드럽고 풍미도 덜 하게 느껴진다. 마리네이드나 연육 하는 형태로 고기를 굽거나 사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포장을 할 때 향신료를 같이 넣어두면 더 맑은 향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보통 로즈마리나 타임, 월계수 통후추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 산미를 추가하기도 한다.
나중에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늘만 첨가한다.
또 냉장보관으로 오래 가져가고 싶을 경우 바스켓 하나에 얼음을 잔뜩 받아놓고 안에 파묻어 두었다가 얼음이 다 녹기 전에 또 얼음을 갈아주거나 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질문을 쓰다가 대답을 해버렸다. 영생을 주지 않는 이상 채식주의자가 되진 못할 것 같다.
소기름이 몸에 안 좋다고 느껴진다면 중간중간 채식주의자로 생활하면서 영생을 섞자.
손에 맞는 칼이 없어서 그랩니다.
숙련자만이 할 수 있는 계산이다. 넌 알 필요 없다.
....
혼자서 존댓말로 말씀 나누시면 안타까워 보이지 않겠습니까? 만?
무례해 너
그만해 바보야
끝으로 작업도구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