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집밥 025
잘 익은 열무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상은 풍족하다.
거기에 청국장을 더한다면?
그런데 그것이 강된장 이라면?
엄니께서 챙겨준 청국장을 끓일 준비를 하다 보니 국물 많은 청국장을 먹기엔 심심해서
강된장 스타일로 끓여보기로 했다.
어차피 청국장 끓여도 나는 비벼먹는 타입이라 사실 달라진 건 없다.
두부
양파
무
마늘
대파
된장
청국장
멸치
애호박
돼지고기 간 것
김치 남은 것
열무김치
돈민찌는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많다. 한번 사면 두 번 정도 해먹을 양이 나온다.
두 봉지로 나눠 냉동시켜놓고 한 봉지는 얼마 전에 마파두부를 해 먹고, 한 봉지를 남겨두었었다.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다고 해도 멸치를 안 넣으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멸치와 돼지고기를 넣고, 또 청국장과 된장을 넣어 만들기로 했다.
강된장을 끓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료의 크기를 정하는 것이다.
가급적 같은 크기로 재료를 썰고, 재료의 단단함에 따라 조리 순서를 정하기로 한다.
재료를 살살 볶다가 김치도 넣고 고기도 넣고 이래 저래 볶아준다.
된장과 청국장을 넣고 섞어준 뒤 물을 붓고 끓였다.
원하는 정도로 재료에 간이 스며들 때까지 졸여준다.
무나 배추같이 수분 함유량이 높고 수분을 저장하기 좋은 채소를 사용하는 경우 한번 식혔다 끓였을 때 맛이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콩이 들어가는 요리에선 항상 땅콩버터를 염두에 둔다.
고소한 맛이 부족하거나 풍미가 부족할 때 사용하면 꽤 흡족한 맛을 낼 수 있다.
찌개로 먹을 재료를 비벼먹는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선 아무래도 간에 주의를 해야 한다.
이번 경우는 야채 양을 늘려 채수로 조절했다.
무와 파, 마늘 등은 볶아서 사용하면 더 좋다. 무는 기름에 한번 볶아주면 굉장히 쫀쫀한 느낌을 준다.
들기름에 색이 나게 볶으면 좋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깜빡했다.
이런 음식을 만들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식감이다. 오늘 이 음식의 히든은 무 다.
서걱 거리는 식감에 짠맛이 터져 나온다.
맞다. 사실 저것만 비벼먹어도 된다. 만드는 김에 욕심냈다.
3일 먹었다. 청국장은 저장해 두고 먹어도 된다.
친구 없다고 맨날 놀리더니 그게 질문인가. 요즘은 옛날만큼 냄새가 강한 청국장이 많진 않은 것 같다.
맛도 좀 다르다. 할머니가 끓여줬던 청국장은 엄청 강한 맛이었는데 사실은 미원 맛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민족의 애환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은 막상 넣고 나니까 섞으면 왠지 없어 보일 것 같아서 고민하다 보니 다 졸여져서 건드릴 수 없었다.
온도가 높을 때 잡아두고 있던 무의 채수가 나오고 염도가 높은 국물이 무 안으로 들어가면서 기존의 국물이 채수 풍미가 높아지고 무에는 간이 잘 베개 된다. 그걸 한번 더 끓여주면 생 채소 향이 조금 날아가고 단맛이 느껴진다. 이건 무뿐 아니라 배추 같이 수분을 잡아둘 수 있는 대부분의 경우에 사용 가능한 방식인데, 김치찌개가 다음날 맛이 다른 것, 탕국의 무를 깍둑썰기로 써는 것 등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확인된 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