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을까?
아프다.
오늘도.
그래도 어제보다는 몸이 조금 회복된 것 같았다.
회사로 출근했다.
출근하자마자 소속 크리에이터가 일으킨 문제제기로 시작해서
팀원들이 보고체계를 거치지 않고 비용지출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 크리에이터가 대놓고 문제제기를 해서 논쟁의 씨앗을 퍼뜨린 것 같아서 1차로 열이 받았고
2차로는 비용지출로 인해 윗선에 다시 보고를 하고 상황 설명을 하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휘청'
머리는 어지럽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어느 정도 몸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서 회사로 출근했거늘
출근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벌써부터 위기였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지금 상황을 돌아보기로 했다.
업무 특성상 낮밤이나 주말에도 일해야 하고 팀원들 눈치 보랴, 크리에이터들 눈치 보랴, 경영진 눈치 보랴, 옆 사업부 눈치 보랴...
사업부 성과 내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야 하지, 비용관리 해야 하지...
고민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스트레스가 과했는지
면역력과 체력이 떨어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대상포진이 걸린 거지...
그래도
돈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에 꾸준히 다니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
따지고 보면 창업해서 회사를 1년 유지한 것보다 더 오래 회사를 다닌 건 지금 회사가 유일하다.
일도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최근 들 때가 종종 있지만
그래도 나름 관심 있던 메타버스 분야, 크리에이티브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팬층이 꽤 두터운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여러 회사들을 다니면서 쌓아왔던 경험치를 잘 풀어낼 수 있다.
응?
생각을 바꿔서 이런저런 것들을 따져봤을 때 감사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았다.
게다가 비루한 몸뚱이라고 생각했던 내 몸은 어떤가?
감사하게도 사지나 주요 장기 모두 지금까지는 큰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
물론 건강검진에서 안 좋게 나와서 걱정을 최근에 꽤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뭔가 튀어나오거나 잘리거나 출혈이 있거나 한 것까지가 아니라면 그래도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느새 어질러진 집과 방, 책상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어지럽혀질 수 있는 공간이 내 명의로 내가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한 게 아닐까?
잠깐 생각을 바꿨을 뿐인데 다르게 느껴진다.
감사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책으로도 여러 번 접했고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은 오늘대로
이번은 이번대로
그 의미가 또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이 새로운 느낌을 만끽해 본다.
지금도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이 생각으로 돌아왔구나, 이 한심한 녀석!'
이라고 나 자신을 탓하는 생각을 하는 대신에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이 생각으로 돌아왔구나, 잘했다! 다시 언제든지 돌아오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자, 기특한 녀석!'
이라고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잘했다고 토닥인다.
생각, 관점, 태도만 바뀌었을 뿐인데
기분이 달라졌다.
기분(氣分)이 달라졌다는 말은
글자 그대로 따져보면 기(氣) 혹은 기운(氣運)의 분포(分布) 혹은 분배(分配)가 달라졌다는 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몸의 기운이 달라졌다.
생각과 관점과 태도가 달라지면
몸을 이루고 있는 기운이, 기분이 달라진다.
기운이, 기분이 좋아진다.
뭐든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하지 않던가?
원망과 탓할 것 투성이로 보이던 삶이
어느새 축복하고 감사할 것 투성이로 보인다.
기분이 좋아지는 게 기분이 좋아지는 거로 느껴진다.
이거 하나만 해도 오늘 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