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브런치를 추천했다. 글 쓰는 것 좋아하니, 브런치에 글을 올려보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잘 하면 어느 출판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책을 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속삭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무엇이든 해야 했다. 뭐 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지내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브런치 작가로 통과하기까지 3번이나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내게 브런치 작가 실패는 또 다른 좌절을 넘어서, 꼭 합격하고 싶은 열망으로 이어졌다. 브런치를 블로그와 같은 플랫폼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어찌 어찌하여 합격해, 다른 작가들의 글들을 보며 깨달았다. 브런치는 블로그가 아니며, 단순히 글 쓰는 플랫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브런치는, 기회였다.
글 쓰는 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기회.
나처럼 브런치를 통해 강연이나 출간 제의를 받지 못한 사람에게도 브런치는 기회다. 브런치를 통해 글을 지속적으로 써서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누구나 자신의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었다. 내 글을 써서 어딘가에 올리고, 그 글들을 읽은 누군가가 피드백을 해주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블로그처럼 자신의 목적을 위해 '들렸다 갑니다'라는 멘트가 아닌, 진정으로 내 글에 반응해주는 피드백들이 있었다. 덕분에 나는 점점 자존감을 회복했고, 어찌 어찌하여 스스로 1인 출판사를 창업해 글 쓰는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를 등한 시 했다.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내 1인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렇게 다시 또 브런치를 기웃거린다.
그렇다. 나는 또 자신감이 없어졌다. 앞으로 또 어떻게 내 진로와 인생을 이끌어가야 할지 막막해졌다. 브런치에서 나의 이 어려운 마음들을 풀어내고 싶다. 그리고 다시 발견하고 싶다. 새로운 길, 희망의 길, 역전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