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땀이 뻘뻘 나는 한여름에도 벗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이유를 알지만 모른 척한다. 고집이 센 엄마를 꺾을 수 없다는 체념과 큰돈이 들어갈까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라는 명분으로 모른척하는 불효녀의 외면이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억지로라도 병원에 모시고 가서, 임플란트든 틀니든 돈 걱정하지 말고 이를 만들어달라고 하지 못하는 능력 없음이 발목을 잡는다. 이제 자식들에게 돈 쓸 일도 없는 엄마에게 마음껏 자신을 위해 쓰시라고 하면 '살기가 얼마나 힘든 세상인데 그럴 수 없다'라고 하신다. 딸에게 부담을 지어주고 싶지 않아, 있는 돈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주 많이 긴장 중이시다.
인생의 끝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큰 병에 걸려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떠나게 될지, 밤새 잘 자는 줄 알았는데 아무도 모르게 생명이 식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창조주만 알고 계실 게다. 그러니 엄마는, 혹여나 딸의 돈을 축낼까 두려워 본인이 가진 돈을 잘 지키고 계신다. 혹시나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 실려가 매우 큰 병원비를 치르게 될 수도 있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물론 그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 아주 오랫동안 사실 수도 있고, 잠자듯이 아주 편안하게 가실 수도 있다.
그래도 같이 치과 가서 틀니든 임플란트든 하자고 이야기했다. 엄마가 안 가실 줄 알면서도 말을 던져보았다. 역시나 엄마는 금방이라도 역정을 낼 것 같은 표정으로 싫다고 하신다. 나는 그 표정을 안다. 걱정과 걱정, 걱정과 걱정이 담긴 표정이다. 그 표정을 알기에 더 말하지 않는다. 나랏님도 제가 싫으면 할 수 없다는 말처럼, 다 큰 엄마를 억지로 치과에 앉힐 수 없다. 70대 중반인 엄마는 어금니 두어 개, 앞니 두어 개만 남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치과 가기를 싫어하신다. 평생을 아끼며 살았고, 본인에게 들어가는 돈을 특히나 아까워하며 살아온 분이기에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엄마는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쓴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를 볼까 봐 걱정하시는 눈치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그리 이상해 보이지는 않으나 한여름에는 본인도 걱정이 되는 눈치다. 더운데 그것을 쓰고 있으려니, 여간 곤욕이 아니실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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