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수련회에 참여하며 1박 2일 집을 비울 일이 있었다. 수련회가 처음이라 부담되고, 내가 없는 집안이 걱정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가족들 모두 다녀오라고 적극 격려해주었다. 결국 1박 2일의 수련회를 잘 다녀왔다. 물론, 1박 2일의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온 집안은 매우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접시에 말라붙은 음식물과 가스 위 알 수 없는 액체들이 즐비했다.
역시, 내가 없는 집은 엉망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며 화가 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화가 나면서도, 나라는 존재가 이 집안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꼈을 것 같아 으쓱했다.
그러나 남편과 아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앞으로도 친구들과 1박 2일로 여행도 좀 다니고, 자유롭게 살아보라는 것이다. 이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다. 결혼 후, 지난 18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1박 2일을 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을 다니지 않는 프리랜서이고 늦둥이 둘째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으며, 코로나에, 저녁 수업까지 뭐 하나 자유로울 것이 없었다. 그러니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결혼 10년 차 전후로는 자유롭지 못한 삶에 대해 갑갑하게 느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와 여러 집안 대소사를 경험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 나만의 여행이나 사치를 부려본 일이 없었다. 가끔 친한 친구를 만나 몇 시간 수다를 떨다가 들어오는 것이 유일한 일탈이었다.
반면, 남편은 외향적인 성격이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에너지를 얻는 편이라 늘 밖으로 돌아다녔다. 그래봤자 몇 시간이긴 했다. 남편도 가정적인 면이 큰 사람이라 몇 박 며칠 친구들과 놀다 오는 일은 없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스케줄을 만드는 것은 일 외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부부가치관이 통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서로의 눈치를 보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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