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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븟 Aug 29. 2021

딱새우?!

딱새우 살을 발라먹는 일은 무척 고되다. 부드러운 속살을 감싼 단단한 껍질 때문이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인 사람에게 손으로 딱새우를 발라먹는  절대 권할 일이 못된다.


검색하여 본 적은 없지만, 단단한 껍질 덕분에 '딱'새우란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나는 제주에 사는 동안, 딱새우를 제법 사 먹었다. 괜히 장을 보러 나갔다가 상태에 비하여 값이 좋은 딱새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버리는 무계획적인 소비 덕분이었다.  


딱새우의 조리법은 정말 간단하다. 싱싱한 상태라면 곧바로 회로 먹을 수 있고, 아니면 커다란 찜통에 쪄서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딱새우 살을 바르는 일은 요령이 필요하다.


잠시 설명을 보태면,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딱새우 한 마리를 일자로 곧게 편다. 머리와 꼬리 부분을 떼어내고 몸통을 잡고 젓가락으로 살을 쓱 밀어내면 된다. 온전하게 딱새우 한 마리의 살을 발라내면 자연스레 성취감이 뒤따른다.


아무리 손이 바쁘더라도 양 손바닥으로 맥주 캔을 야무지게 잡고서 한 모금씩 마시는 일을 건너뛰면 안 된다. 


딱새우 살을 바르고 맥주를 마시는 동작이 점점 익숙해지면, 그것은 일종의 패턴처럼 무한히 반복된다. '딱새우와 맥주, 맥주와 딱새우...' 그러다 눈앞에 껍질이 수북이 쌓이는 순간에 이르면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어버린다. 아무런 근심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다부진 딱새우 가시 발에 손끝을 공격당하면, 다시는 딱새우를 안 먹겠노라고 선언을 한다.







문제는 남아있는 딱새우였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대부분은 공산품과 달리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라 발라먹기에 곤란한 것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냉동실 행이다. 


그러다 육수가 필요한 순간에 꺼내어 쓰게 되는데, 된장찌개에도, 어묵탕에도, 라면에도... 어디든 잘 어울린다. 쌀쌀한 날에 딱새우 육수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이면, 나도 모르게 그것이 품은 감칠맛과 단맛에 조용히 감탄한다. 얼얼한 손끝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딱새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단한 껍질'로 정리된다. 딱새우란 이름도, 귀찮은 일도, 무아지경도, 손 끝의 상처도.


하지만 육수의 맛을 완성해내는 건 갑옷처럼 단단한 껍질이었고, 것은 무엇보다 과한 설탕이나 조미료보단 재료 본연의 은은한 맛을 즐기는 사람에게 맛의 근원이 되어주었다 - 딱새우 스톡(육수)을 활용한 파스타를 만들게 했다.


'딱새우 스톡'을 그림에 비유한다면 연한 미색의 가이드라인을 그려두는 일과 다름이 없었고, 든든한 밑바탕은 어떤 파스타를 만들어도 근사한 한 그릇이 될 듯한 두근거림을 선물해주었다.


아무튼, 시작은 '딱'새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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