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2015년
감독/애덤 매케이
출연/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Money can be innocent. 직역하자면 '돈도 순수할 수 있다'겠고, 좀 매끄럽게 번역하자면 '타락하지 않는 돈도 있다' 정도겠다. 이 문장은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올해의 망작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빌려왔다. 이 비참한 영화에서 건질 거라고는 원더우먼의 테마곡인 'Is she with you?'와 이 대사뿐이었던 것 같다.
You want to know the oldest lie in America, Senator? It's that power can be innocent. (미국의 가장 오래된 거짓말을 아시나요, 의원님? '힘은 순수할 수 있다'는 말이죠)
렉스 루터의 이 대사는 슈퍼맨의 초인적인 힘(power)에 대한 말이면서 동시에 모든 권력(power)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역사학자인 존 에머리크 에드워드 달버그가 남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힘/권력을 돈/자본이란 단어로 치환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자본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시장은 합리적이고, 경쟁은 공정하며, 규제는 거악(巨惡)이다. 증대된 사회적 부(富)는 낙수 이론에 따라 구성원 모두를 이롭게 하리라. 지난 몇십 년 간 신자유주의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했다. 아니, 이 영화 [빅쇼트]에서 다루고 있는 2002년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까지 진리라고 믿었던 구호를 되풀이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영화는 신자유주의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월가(街)의 금융자본이 어떤 식으로 이익을 창출하는지, 어떻게 위험을 예측하고(그리고 위기 속에서 어떻게 이익을 창출하는지)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위태롭게 쌓아 올린 모순과 탐욕과 파생상품 이론으로 굴러가는 자본의 질서만 있을 뿐 사필귀정의 통쾌함도, 잭팟의 쾌감도 없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그럴듯한 거짓말에 대해서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답한다.
"타락하지 않는 돈은 없어, 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