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5.(목) 인사발령일

by 김의진

오늘은 1년에 두 번 있는 우리 교육청의 교장·교감·교육전문직원 인사 발령이 있는 날이다. 내가 교육전문직원 생활을 끝내고, 다시 교감으로 교원으로 돌아갈 학교가 발표되는 날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청의 정기 인사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이루어진다. 교사는 상반기 3.1.자 정기전보만 실시되지만, 교장·교감·교육전문직원 인사는 정년퇴직 및 승진과도 연동이 되어있어 하반기 9.1.자 인사도 실시한다. 참고로, 교육청 내 교육공무원이 아닌 공무원들 이른바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상반기는 1.1.자, 하반기는 7.1.자로 인사가 이루어지는데, 인사발령일부터 실제 근무시작일까지 주어지는 시간이 채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교육공무원도 2월 말에 인사발령이 있었다고 하는데, 내실있는 신학년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2월 첫 주에 실시하고 있다. 오늘은 바로 그 인사이동이 발표되는 날이다. 나는 이번 인사에 교감으로 전직이 예상되는 사람이기에 가슴이 떨리는 날이었고, 내 자리에 누가 올지를 궁금해하는 우리팀 사람들 역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보통 이런 날의 풍경은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하다가, 공문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여기저기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고 축하 또는 위로의 인사로 하루를 채우며 흥분된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바로 이 날, 사랑하는 둘째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겹쳤다. 교사들은 잘 모르는 사실인데, 장학사들은 변경하기 어려운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자녀의 졸업식·입학식·학부모총회에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교사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졸업식·입학식과 자녀 학교의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참석하지 못하여 아쉬운 일이 많지만, 나는 장학사 전직 이후에 자녀 셋의 유치원·초등학교 졸업식에 모두 참석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평일·주말·휴일도 없이 돌아다니며 일을 했던지라, 이마저도 참석을 못했다면 집에서 쫒겨나지 않았을까. 어쨌든, 오전에 자녀 졸업식이 있다는 핑계로 가족돌봄휴가를 내고 오후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인사발표가 예정된 시각은 오후 두 시. 14:00이 되자 정확하게 공문이 게시되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새로운 근무지를 확인했다. 예전에 근무했던 교육지원청 바로 옆의 일반고등학교 교감이었다. 내가 발령받을 수 있는 여러가지 예상가능한 변수 중 한 곳이었다. 교육지원청에서 잠시 관내 중학교 교사들의 전보 업무를 담당했을 때, "공무원이라면 원칙에 따라 시행된 인사발령을 받아들여야 할 책무성이 있다."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막상 내 인사이동을 앞두게 되니 이곳 저곳 머리 속으로 비교하며 행복회로를 돌려봤었다. 새로운 근무지에 대하여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주변의 축하가 이어지는 상황을 보니 '좋은 곳인 모양이구나' 싶어 점점 더 행복해졌다.



서울특별시교육청 2026.3.1.자 중등 교장·교감·교육전문직원 인사발령 알림 공문


교감이 되는 길을 찾아 장학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교체육 정책 추진에 참여해보고 싶었고, 체육 교사들의 역량 함양과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보고 싶어 교육전문직원 전직에 도전했다. 장학사가 되어 실제로 그 일을 하면서 행복했다. 내가 이루어낸 눈에 띄는 획기적인 변화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학교체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고민하고 설정하는 일에 함께 한다는 경험만으로도 즐거웠다. 다만, 교육전문직원 인사 시스템에 따르면, 그 시간이 영원할 수는 없기에 다시 학교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을 뿐이다. 오래전부터 꿈꾸고 기대했던 날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시 '우리 애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설레는 일이었다. 3월부터 우당탕탕 시행착오 속에 허우적대겠지만, 그래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는 그 곳이 기대된다.


자신의 인사이동이 있을 때는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일터의 분위기는 나 때문에 바뀌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났더라도 내가 가면서부터 안 좋은 곳이 될 가능성도 있고, 안 좋은 곳으로 알려졌어도 내가 가면서부터 나 또는 나와 함께 새롭게 온 사람들 때문에 행복한 일터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도 교직원들에게 행복한 일터였으니 앞으로도 계속 즐거운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는 부담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민은 나중에 하고 싶다. 오늘만은 행복을 누려야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