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체력 만큼이나 중요한 학교에서의 스포츠 리터러시 함양
2021학년도 2학기, 대한민국 수도권 소재 학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도 전면적으로 등교 수업 확대에 나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하여 학생들을 학교에 모이지 않게 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선언을 하게 된 것일까.
교육부는 등교수업의 이유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와 '가정 환경에 따른 학력 격차 심화'등의 현상에 대한 우려, 그리고 '학생들의 사회성 함양 기회 부족',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학교체육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학력'이라는 말을 '스포츠 리터러시' 또는 '운동소양'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스포츠 리터러시 함양 기회 부족'과 '가정 환경에 따른 스포츠 리터러시 격차 심화'라는 표현으로 학교체육의 과제를 정리하고 싶다.
학교에서 체력 운동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시대
'입시'라는 교육의 블랙홀에 '체력장'이라는 이름의 신체능력 검사가 한 자리를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학생이라면 턱걸이 열 개는 하고 여학생이라면 철봉에 일 분은 매달려 있을 수 있어야 원하는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학생의 체력을 상급학교 입학 시험에 반영하는 것이 옳은 정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보다 나은 점수를 얻기 위한 무한 경쟁 속에서, 체력장 만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고, 시험 스트레스 못지 않게 체력장 스트레스 역시 컸을 것이다. 내 기억을 더듬어봐도 고입에 반영되는 체력장 시험에서 만점을 받지 못하던 학생은 걱정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2021년 현재, 체력장은 사라지고 학생건강체력평가 'PAPS'라는 이름의 학생 대상 체력검사가 있지만, 보다 높은 등급을 받고자 노력하는 무한 경쟁은 보기 어렵다. 건강을 위해서 적정한 수준의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체육 교과 수업을 통해서 학습해야 하는 주제가 되었다. 학생의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교사들이 고민을 하고 연구해야만 하는 시대다. 학생들이 체력 향상을 위해 하기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목표에 도전하다가 몸이 견디지 못하여 사고까지 발생하는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교사라는 사람들은 원래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며, 그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단지,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만 해도 이렇게 어려운 일인데, 한 사람이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당연하다.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체육 교사들은 매일같이 이 기적에 가까운 일에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학교 체육의 책무성을 규정하는 근거가 체력장과 함께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주어졌던 책무성이 아닌, 학교 운영의 책임자인 학교의 장에게 학교체육 진흥의 책무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학생의 건강을 위하여 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은 학교체육의 근거가 되는 '학교체육진흥법'에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학교체육진흥법 [법률 제17960호, 2021. 3. 23, 일부개정]
제6조(학교체육 진흥의 조치 등)
①학교의 장은 학생의 체력증진과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 체육교육과정 운영 충실 및 체육수업의 질 제고
2. 제8조에 따른 학생건강체력평가 및 제9조에 따라 비만 판정을 받은 학생에 대한 대책
3. 제10조에 따른 학교스포츠클럽 및 제11조에 따른 학교운동부 운영
4.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인권보호
5.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6. 유아 및 장애학생의 체육활동 활성화
7. 학교체육행사의 정기적 개최
8. 학교 간 경기대회 등 체육 교류활동 활성화
9. 교원의 체육 관련 직무연수 강화 및 장려
10. 그 밖에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
②학교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비를 학교 예산의 범위에서 확보하여야 한다.
③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은 제1항에 따른 조치가 적절하게 취하여지고 있는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기적으로 감 독하여야 한다.<신설 2020. 10. 20.>
제8조(학생건강체력평가 실시계획의 수립 및 실시)
①국가는 학생의 건강체력 상태를 측정하기 위하여 매년 3월 31일까지 학 생건강체력평가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학교의 장은 실시계획에 따라 학생건강체력평가를 실시하여야 한다. <개정 2021. 3. 23.>
②제1항에 따라 학생건강체력평가를 실시한 학교의 장은 평가결과를 교육정보시스템에 등록하여야 하며, 해당 학생과 학부모 에게 알려야 한다.
③제1항에 따른 학생건강체력평가는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이나 전문기관ᆞ단체 등에 위탁할 수 있다.
④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학생건강체력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학교보건법」 제7조에 따른 건강검사 중 신체능 력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본다.
⑤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학생건강체력평가의 시기, 방법, 평가항목, 평가결과 등록 및 학생건강체력평가를 위 탁받을 수 있는 대학이나 전문기관ᆞ단체 등의 자격요건 등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개정 2013. 3. 23.>
제9조(건강체력교실 등 운영)
①학교의 장은 제8조에 따른 학생건강체력평가에서 저체력 또는 비만 판정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 로 건강체력증진을 위하여 정규 또는 비정규 프로그램(이하 “건강체력교실”이라 한다)을 운영하여야 한다.
②건강체력교실 등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개정 2013. 3. 23.>
학생은 자신의 수준에 맞게 최선을 다 하여 검사에 임하고 결과를 받기만 하면 되지만, 학교는 체력 수준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학생들을 위한 '건강체력교실' 운영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학생건강체력평가 결과 저체력(4등급 또는 5등급)으로 판단되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법률에 명시된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 학교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을 위하여 오랜 시간 동안 교사들의 현장연구와 정책연구가 계속되었고, 다양한 사례와 정책을 통하여 학교체육 활성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재앙 앞에서 학교 교육은 중단되었고, 학교체육이 그동안 노력해서 쌓아왔던 많은 것들이 멈추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체육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학교체육의 책무성은 무엇일까
교육부의 등교수업 확대 관련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학교 교육에서 어떻게든 체육 교과의 중요성을 인정받고자 노력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체육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학습하는 것을 넘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체육 수업이고 스포츠 프로그램이라는 사실 역시 대부분 공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역사상 가장 학교체육이 위축된 시기에 학교체육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체육은 그 단어의 의미부터 본질적으로 몸(體)을 다루고 있으며, 초중등 교육의 필수 교과 중 유일하게 신체활동 그 자체가 목적인 교과이다. 하지만, 단순히 건강한 육체를 만드는 것만으로 체육 교육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만족하기는 어렵다. 우리의 몸은 마음, 정신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으며, 신체활동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서는 체육 교과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인간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학교 교육은 정규 수업시간, 그러니까 시간표로 표현되는 정규교육과정이 핵심이다. 현재는 정규교육과정 외 교육활동이 사실 상 멈추어버린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정규 교과 수업의 내실화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체육 교과에서 길러주고자 하는 역량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중등학교 체육 교과 수업의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바로 스포츠다. 체육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학습내용 중 스포츠의 비중이 가장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학교 교육이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스포츠'라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체육 교과의 입장에서 보면, 스포츠는 체육 교과에서 길러주려고 하는 '건강 관리 능력, 신체 수련 능력, 경기 수행 능력, 신체 표현 능력'을 모두 함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학습내용이기도 하다.
지금의 학교는 20~30년 전의 학교와 다르다. 성인들이 학창 시절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야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배울 수 있었던 스포츠를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80~90년대 학교에서 정규 배드민턴 경기장이 준비된 체육관에서 정식으로 배드민턴 경기를 하는 경험을 체육 교과 수업시간에 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21년 우리나라 학생들은 탁구, 배구, 농구 등 우리 사회에서 사랑받고 있는 다양한 스포츠를 학교의 정규 체육 교과 수업 시간에 배우고 있다. 단지, 학교를 다닌 것만으로도 성인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배드민턴, 탁구 경기를 할 수 있는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과거에는 과소비와 사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골프와 같은 스포츠도 학교 체육 수업시간에 다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체육 교과 수업시간의 스포츠 학습을 위해 학생이 지불하는 비용은 거의 없다. 우리네 어린 시절만 해도 미술 수업을 위한 준비물, 음악 수업을 위한 준비물, 과학 실험을 위한 준비물 등 대부분의 수업을 위한 비용 부담을 학생이 부담해야 했다. 현재, 학부모라면 모두 알겠지만 학교에서 수업을 위해 이런 준비물들을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는 세상이다. 체육 수업 역시 마찬가지로, 배드민턴 수업을 위해 학생들에게 배드민턴 라켓을 가져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탁구 수업을 한다면 충분한 수량의 탁구 라켓을 미리 준비하여 학생들이 부담 없이 수업에만 참여하면 되도록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물론, 관리 상의 이유 또는 학교 예산 등의 이유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 있지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이라는 학교 교육 기간 중 2년은 정말 긴 시간이다. 학생들은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성장하며,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시간을 보낸다. 2020년과 2021년, 2년이라는 기간의 결정적인 시간 동안 많은 학생들이 학교 체육 교과 수업에서 제대로 된 스포츠 경험을 하지 못하였다. 말 그대로 '스포츠 결핍'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문제는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격차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게 느껴진다.
특정한 상황을 들어서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해 보면, 중학교 3년은 우리나라 체육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 시기의 결핍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3년 동안 중학교 교육을 받았다면, 비록 수준 높은 경기는 할 수 없더라도 친구나 가족과 함께 배드민턴 또는 탁구 경기 규칙을 준수하며 배드민턴 또는 탁구 경기를 즐길 수는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식 배드민턴 또는 탁구 경기 한 번 못 해보고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경우에 따라 체육 교과 수업시간에 배드민턴 또는 탁구라는 종목을 배우지 못하고 성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개인이 안전하게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집 앞 마당에서 개인용 농구 골대에서 농구 연습을 할 수 있는 학생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학교에 가서야 농구공을 잡을 수 있고 농구 골대에 슈팅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 비용에 따른 격차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스포츠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형제자매라는 가족과 함께 언제든지 안전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상대가 있지만, 누군가는 마음 편하게 함께 스포츠를 즐길 가족이 없을 수도 있다. 혼자서 축구공 다루는 기술만 학습한 학생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간을 활용하며 축구 경기를 경험한 학생의 '축구라는 스포츠 문화'에 대한 이해의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학교 교육이 우리 사회의 스포츠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 교육이 멈춤으로써 학생의 학력 격차 못지 않게, 스포츠 결핍으로 인하여 발생하고 있는 스포츠 리터러시의 격차 역시 점점 벌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스포츠 결핍은 단순히 체육 교과에서 길러주고자 하는 역량 중 '경기 수행 능력'의 부족으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나만의 착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스포츠는 삶의 다른 부분들에서 발생하는 결핍을 치유하는 비타민 역할까지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등교 수업의 확대와 맞물려 학교에서의 스포츠 교육이 다시 회복되기를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포츠권'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에서의 '스포츠 리터러시' 교육
우리 사회에서 스포츠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 생각보다 더욱 크다. 내가 대단한 학자도 아니고, 권위도 없는 일개 체육 교육 담당자에 불과하기에 합리적이고 거창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2021년 6월 '스포츠기본법'의 취지는 문장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스포츠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포츠기본법
제2조(기본이념) 이 법은 국민 모두가 스포츠 및 신체활동에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스포츠의 가치가 교육, 문화, 환경, 인권, 복지, 정치, 경제, 여가 등 우리 사회 영역 전반에 확산될 수 있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다하며, 개인이 스포츠 활동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도록 하고, 스포츠의 다양성, 자율성과 민주성의 원리가 조화롭게 실현되도록 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제4조(국민의 권리) 모든 국민은 스포츠 및 신체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이하 "스포츠권"이라 한다)를 가진다.
제5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국가는 스포츠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스포츠에 관한 정책을 수립ㆍ시행하고, 이를 위한 재원(財源)의 확충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스포츠 관련 계획ㆍ시책과 자원을 존중하고, 지역 간 스포츠 격차의 해소를 통하여 균형 잡힌 스포츠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적ㆍ사회적ㆍ지리적 제약 등으로 스포츠를 향유하지 못하는 스포츠 소외계층의 스포츠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스포츠 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 청소년, 노인 및 장애인의 스포츠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고, 시행령도 시행규칙도 정비되지 않았지만 법률의 문장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특히, 스포츠기본법 제4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스포츠 및 신체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른바, '스포츠권'을 법률상 용어로 공인해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포츠권을 누려야 하며, 시민들이 스포츠권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해 버렸다. 스포츠기본법이 제정된 이상, 스포츠와 관련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스포츠권을 누릴 수 있도록 법률의 취지를 실천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https://www.korea.kr/news/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887388
체육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체육은 스포츠를 아우르는 더 큰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스포츠기본법을 살펴보지 않아도, 학교체육진흥법이라는 학교 체육의 근거와 책무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존재하고 있다. 학교체육진흥법에서 학교체육의 목적과 책무성을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학교체육진흥법
제1조(목적) 이 법은 학생의 체육활동 강화 및 학교운동부 육성 등 학교체육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학생들이 건강하 고 균형 잡힌 신체와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학교체육”이란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체육활동을 말한다.
2. “학교”란 「유아교육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유치원 및 「초ᆞ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를 말한다.
3. “학교운동부”란 학생선수로 구성된 학교 내 운동부를 말한다.
4. “학생선수”란 학교운동부에 소속되어 운동하는 학생이나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와 제34조에 따른 체육단체에 등록되어 선수로 활동하는 학생을 말한다.
5. “학교스포츠클럽”이란 체육활동에 취미를 가진 같은 학교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학교가 운영하는 스포츠클럽을 말한다.
6. “학교운동부지도자”란 학교에 소속되어 학교운동부를 지도ᆞ감독하는 사람을 말한다.
7. “스포츠강사”란 「초ᆞ중등교육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초등학교에서 정규 체육수업 보조 및 학교스포츠클럽을 지도하는 체육전문강사를 말한다.
8. “학교체육진흥원”이란 학교체육 진흥을 위한 연구, 정책개발, 연수 등을 실시하는 조직을 말한다. 제3조(학교체육 진흥 시책과 권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교육감을 포함한다)는 학교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학생 의 자발적인 체육활동을 권장ᆞ보호 및 육성하여야 한다.
학교체육진흥법은 정규 체육 수업 외에도 다양한 책무성을 규정하고 있다. 정규 체육 교과 수업의 경우에는 교육과정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문서화된 자료가 이미 많이 있다. 교사들의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도 나누어지며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체육진흥법의 효용성이 더욱 큰 부분은 정규 체육 교육과정 외 학교체육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학교체육은 크게 보면 정규 체육 교육과정과 정규 교육과정 외 체육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정규 교육과정 외 체육 활동은 다시 학교스포츠클럽 활동과 학생선수로 대표되는 학교운동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정규 체육 교육과정 외 학교체육은 곧 스포츠 활동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에 등록한 학생선수이던, 학생선수 외의 대다수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이던지 간에 '스포츠를 한다'는 것은 차이가 없다. 스포츠권을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학교에서의 스포츠 리터러시 교육이 그동안 얼마나 큰 역할을 해 왔는지 느낄 수 있다.
'스포츠리터러시(운동소양: Sports Literacy)'의 관점에서 학교 교육은 한 사람의 인생 중 결정적 시기에 많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학교는 마음만 먹으면 체육 수업시간에 배운 농구라는 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있고 공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포츠리터러시는 단순히 스포츠를 이해하고 잘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향유하기 위해서 필요한 교육이다. 학교교육이 멈추면서 동시에 스포츠가 멈추어버린 느낌을 받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스포츠가 멈추었다고 해서 학교 교육이 멈출 수는 없었다. 체육 교사들은 학교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체육 활동인 정규 체육 교과 수업에서 어떻게든 스포츠 리터러시 교육을 실천하였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적절한 혼합 설계, 즉 '블렌디드 러닝'을 통해 스포츠 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있는 체육 교사들이 참 대단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체육 교육 업무 담당자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교사들을 어떻게든 지원하고 싶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기에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결핍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정규교육과정 외 체육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스포츠클럽'은 지난 십여 년 동안 학교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꾸어버렸다. 1%의 학생선수 전문체육을 위해 희생되었던 99%의 비 학생선수 스포츠 활동을 회복시키는 차원을 넘어, 학교 교육을 통한 스포츠 문화의 확산을 이루어낸 느낌도 받았다. 단순히 양적으로만 폭발적인 확산이라는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학생 스포츠 활성화로 연계되는 등 더욱 다양한 질적인 발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 문화의 핵심이었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멈추었다는 사실이 다른 그 무엇보다 아쉬움이 컸다.
스포츠 결핍 현상을 메우기 위해 내가 속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2020년부터 '온라인 스포츠 한마당'을 시작하였다. 스포츠 종목별 개인별 수행 과제를 제시하고 해당 과제를 수행하는 영상을 제출하면 이를 기준으로 경쟁하고, 상위 5개 팀을 뽑아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각자의 장소에서 결선 경기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것이 무슨 스포츠냐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비아냥댈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스포츠를 완전하게 멈추는 것보다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어떻게든 이어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의미있는 일이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다른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주관의 온라인 학교스포츠클럽대회가 이어서 개최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경험적 지식은 교육부를 통해 전국에 공유되었다.
2021.9.11.(토) '2021 서울학생 온라인 스포츠 한마당' 결선 경기가 진행되었다. 올 해는 정상적인 스포츠 경기를 중심으로 하는 학교스포츠클럽대회가 개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올 해도 제한적인 상황이 계속되었기에 온라인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아쉬웠지만, 조금이라도 더 실제 스포츠에 가까워지도록 개인별 과제에서 두 명이 함께하는 수행 과제로 재구성하였다. 결론적으로는, 2020년 1만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던 것이 2021년에는 2만 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했으니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CmwTcQP5arA
스포츠 결핍의 기간이 이렇게나 길어질 줄은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전혀 없던 새로운 시도가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쉬움을 표현할 단어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반대로 지금의 경험이 나중에 스포츠 현장에서 소외되었던 학생들을 스포츠 결핍을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고 싶다. 학생들의 스포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방식의 노력이 끊임없이 실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험 결핍의 대안, 디지털 테크놀로지
미래학교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현장 연구와 실천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교육과정 평가원에서 '2030년 미래학교 수업 미리보기' 연구를 할 때, 체육 교과의 일원으로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의 나는 여학생 체육과 일반적인 학생들의 체육 교과 수업 질을 높이기 위해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과별 회의를 위해 모였을 때 체육 교과 수석교사 선배님께서 '인구 소멸 위기의 지방 학교, 그것도 제대로 된 스포츠를 경험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학교'의 체육 수업을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하셨다. 내 상황에만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머리를 한 방 맞은 듯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래학교 연구학교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가 한 없이 부끄러웠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스포츠 경험은실제 스포츠가 아닌 단순한 체험에 불과하기 때문에 교육적 가치는 크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실제를 전혀 경험해 볼 수 없는 학생들에게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수업이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선배님의 조언에 따라, 지금 보다 훨씬 발전해 있을 미래의 테크놀로지 수준을 가정하여, 로봇과 증강현실을 융합하여 원거리에 있는 다른 학교 학생과 함께 경기를 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내용을 구성했었 다. 한 없이 부끄러운 내용이지만,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완벽하게 걸을 수는 없더라도, 전혀 걷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나마 걸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술이 크게 다가올 것이다. 미래의 체육 교육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체육 교사들은 스포츠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예를 들면, 원격수업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체육 교과 수업을 운영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였다. 코로나 국면 이후에 학교 체육이 완벽하게 회복된 상황이 되더라도, 이러한 경험들을 활용하여 학교체육에서 소외되었던 학생들, 스포츠 결핍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학생들의 스포츠 경험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활용된다면 아주 가치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체육 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일개 교육지원청 장학사에 불과한 내가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아 부끄럽다. 매년 가을이면 각 종목별로 결선이 진행되었던 학교스포츠클럽대회가 그리워 이상한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코로나 확산세는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학생들의 등교 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이 다시 ‘스포츠로 행복한 학교’에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코로나.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