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함에 대하여
"그 사람들은 저희 회사에 아예 오지를 않아요.
저희가 가서 만나죠. 사실 그들이 필요해서 만나는 건데도 귀찮아해요."
과연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정답은 읽다 보면 아실 겁니다.
자신들이 디지털 기술이나 서비스가 필요한데 직접 찾아가지 않고 부른다. 그럼 IT 관계자들이 직접 온다는 건데, 이 무슨 배달의 민족도 아니고...제 생각엔 10년 전이니 지금은 일부, 아주 일부의 이야기일 겁니다. 일부요. 일부. 일. 부.
오늘 이야기는 협업의 기본에 대해 말하게 될 것 같습니다.
10년 전 저는 뉴스 개편을 하면서 디지털적인 부분도 새롭게 꾸미라는 주문 때문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특히 포털은 그 분야가 워낙 방대하고 구조를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건 뭐 감도 안 잡히고 뭐가 새로울까 고민만 하다 직접 이야기를 듣기로 하고 IT 관계자들을 소개받아 전화를 했습니다.
"OOO 담당자시죠"
"네"
"회사는 판교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 그쪽으로 저희가 갈게요"
"아뇨 저희가 갈 테니까 편한 시간과 장소만 알려주세요"
"아뇨 저희가 가겠습니다"
"아뇨 저희가"
"네 정 뭐 그러시다면..."
제가 꼭 그 회사로 가겠다는 의지가 보였는지
담당자는 줄다리기 '삼세판'까지 가진 않았습니다.
며칠 뒤 전 그 회사를 찾았고 과장급 담당자는
임원까지 소개해주며 저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보통 저희가 찾아뵙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쉬운 저희가 와야죠. 그리고 초면인데 방문해서 인사드리는 게..."
"보통 그렇게 생각을 잘 안 하시더라고요"
"네...?"
첫 미팅은 성공적이었고, 그 회사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우리 회사의 니즈는 꽤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미팅도 그 회사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관계자는 저희가 찾아가서 진솔하게 나눴던 게 참 좋았다고 했습니다.
비즈니스 하루 이틀 했던 분들도 아닐 텐데 내심 참 이상하다, 예의상 하신 말씀이겠거니 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전개가 좀 오글거리긴 하지만, 이런 경험이 한 번으로 그쳤으면 이렇게 챕터 하나를 통으로 쓰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전 많은 케이스에서 비슷한 경험과 답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답답한 나머지 관계자들에게 이런 말도 해봤습니다.
"그럼 왜 찾아가세요. 안 가면 되죠"
"그래도 컨택해왔으니 가는 거죠. 그런데 공부도 잘 안 하시니 보통 절반 이상은 일이 성사되긴 힘들어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성사율이 나쁘다는 겁니다.
이 배경에는 불신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IT 업계에서 언론사에 대한 불신은 꽤 컸습니다.
특히 상처까지 받았던 사람들을 이해시키려면, 적어도 직접 방문을 통해 기획의 진정성을 설득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선비 같은 소리' 하고 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디지털이던 인공지능이던 무엇이든 결국 그 끝엔 사람이 있습니다. 전 사람의 힘을 믿는데, 함께 힘을 합치면 결과도 대체로 좋게 끝났습니다. 꼬일 것만 같았던 일들마저도 언제그랬냐는듯 눈녹듯 사라지게했죠.
저를 디지털로 이끌었던 그 망할 놈의 말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알고리즘 인공지능도 결국 마지막 버튼은 사람이 누르는 거야"
_-_진실을 코딩하고 싶은데...방법이 읍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