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맛집①] 후쿠오카에서 만난 덴푸라 오마카세
요즘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외우고 있어 공부라 하기에 약간은 민망하지만요. 아무튼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일본 대표 음식인 ‘덴푸라’를 주로 외래어를 표기할 때 쓰는 가타카나로 표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음식이 아니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음식이라 하더라고요. 참 신선했습니다.
잠깐 얘기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튀김’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튀김 반죽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달걀과 밀가루 반죽으로 튀겼다면 ‘덴푸라’, 전분 반죽이라면 ‘가라아게’, 빵가루를 썼다면 ‘후라이’로 말이죠. 돈가스는 후라이로 구분됩니다.
올해 초 후쿠오카에 갈 일이 두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덴푸라 나가오카’라는 튀김 전문점에 들렀습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한 가게더라고요. 이곳의 메인 요리는 덴푸라. 튀김 5종, 7종, 오마카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첫 방문에서는 튀김 7종, 두 번째 방문에는 오마카세를 주문했습니다. 느끼한 음식을 잘 못 먹어 남기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기우였습니다.
오마카세를 기준으로 설명드리자면 애피타이저에 이어 순서를 신중히 고려한 듯한 튀김 6종이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가지튀김이 나왔는데요. 한입 베어 먹자마자 ‘아 그동안 맛있는 걸 먹어보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뜨겁고 바삭한 튀김 옷, 혀에 감도는 신선한 기름, 잘 익어 부드럽고 단 맛을 뿜어내는 가지튀김이라니!
뒤이어 향긋함이 살아있는 버섯튀김, 매콤한 간장소스가 올라가 중식 느낌도 났던 돼지고기튀김, 고깃결이 살아있던 소고기튀김, 통통한 새우튀김, 부족한 탄수화물의 맛을 채워줄 김밥튀김까지 단연코 지금까지 먹어본 튀김 중 손에 꼽을 맛이었습니다.
이렇게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데는 소스도 한몫했습니다. 자칫 느끼할 수 있지만 맛의 균형을 잘 잡아줬는데요. 짜지 않은 간장에 시원한 무를 갈아 넣은 소스였습니다. 해산물, 육류, 채소 등 튀김 종류에 따라 곁들이는 소금도 달라졌습니다. 요리를 내놓을 때마다 어떤 소금에 찍어 먹어야 맛있는지 친절하게 안내해줍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한보따리 남았는데 튀김에만 집중하고자 애피타이저, 디저트, 술 등 다른 음식들을 생략하려니 너무 아쉽네요. 따뜻하고 아늑했던 실내, 손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요리를 만들던 활기찬 직원들, 아담한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던 젊고 열정적인 분위기의, 정말 아쉬울 게 하나 없던 음식점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아침 8시 30분. 아침부터 고소한 기름이 탁 터지는 튀김이 당깁니다. 다음에는 한국에서 튀김 요리를 잘 하는 가게에 들러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K-패치된 음식이 제 입맛에 더 잘 맞을 수도 있겠죠. 맛있는 집을 아시면 저에게 추천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