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한마디로 시작된 여행
같이 여행 가자고 해놓고 계획은 없었다. 그냥 우리 스타일대로 대충 가고, 대충 먹고, 멍 때리다 오자 거제는 그런 데였다. 대충이 좋은, 대충이 충분한 곳.
바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야, 너 피곤해 보인다” 별말 아닌데 묘하게 무지갯빛 케이크 앞에 두고 둘 다 아무 말 없이 찍기만 함. 맛있냐고도 안 물어봤다. 그냥 웃음으로 다 전해졌다.
밤엔 조용히 술 마셨다. 위스키, 탄산수, 분위기.라이터도 안 켜지는 조명 아래 우리 둘 다 폰 들고 이상한 사진찍다가 그냥 픽 웃고, 심야괴담회 보면서 또 한잔.
별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사진 하나 찍는 모습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산책길에서 봤던 전깃줄과 벚꽃, 그리고 바다. 우리 둘 다 말 없이 멈춰 서 있었다. 서로 사진 찍어달란 말도 안 했는데, 그 장면을 같이 바라봤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