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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숙 Sep 29. 2016

학교 공부보다는
다양한 세상 경험이 우선이다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기다란 쇠막대에 매달린 유리 덩어리가 뜨거운 용광로에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니 어느새 유리가 뜨거워져 말랑말랑 해진다. 장인은 잠깐 숨을 불어 놓고 굴리면서 모양을 다듬더니 투명한 예쁜 유리잔으로 바꾸었다. 대롱에 매달린 유리병에 입김을 불어 모양을 만드는 유리 공예 작업장 모습이다. 


아이들은 바람 불어 유리그릇 만드는 것을 숨소리도 안 내고 마음 졸여가며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무껍질과 자연의 거친 재료들로 종이를 만들고 수제 책을 만드는 장인, 자연염색으로 옷을 만드는 직물 장인, 나무 가구 만드는 장인, 색감이 빛에 따라 달라지는 스테인드글라스 장인들을 우러러보았다.


“이건 뭐예요?”

“이것은 어떻게 만들어요?”

“제가 한번 만들어 봐도 되나요?”

“어떻게 이것을 만들게 되었나요?”

“당신은 이 일이 재미있나요?”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나요?”

“제일 힘든 과정은요?”

“왜 이 일을 하시나요?”


어렸을 때 예술가의 작업실로 구경 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딸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그들에게 많은 질문을 하였다. 나는 아이를 보면서 외부로부터 강요나 주입을 받지 않는 아이들은 누구나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무척 즐긴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어른들에게는 다소 무뎌진 감각이 아직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아이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재미난 것들을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잘도 찾아내었다.


매년 10월 첫째 주, 둘째 주 주말 무렵 

우리 식구가 살던 볼더시에는 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 행사가 열렸다. 

바로 지역의 예술가들이 집과 작업실을 지역 시민에게 공개하는 날이었다. 

이른 봄부터 행사를 위한 기획단이 꾸려지고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그 행사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정보가 담긴 홍보물과 일반인들이 찾아가기 쉽도록 예술가들의 집과 스튜디오를 표시한 지도를 만들었다. 우리 가족은 미리 받은 지도에 나흘에 걸친 탐방 계획을 표시하며 이 행사를 기다렸다. 하루에 열 곳 정도를 방문했다.

 

행사 날 예술가들은 간단한 간식과 음료까지 마련해 두고 방문객을 맞이했다. 자신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또한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혹은 재료값만 내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코너도 준비해 놓았다. 도자기, 수제 책, 가죽, 금속, 가구, 유리, 서예, 꽃꽂이, 동서양화, 수채화 등 공방의 종류도 다양했다.

 

아이들은 가는 스튜디오마다 많은 호기심과 생생한 관찰력으로 새로운 모양이나 특이한 재료들을 발견하여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물으면 지역의 전문가에게서 바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꼭 논어에 나오는 문장인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첫 구절처럼 새로운 배움이 그 자체로 즐거움이었다. 이것이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소중한 배움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지금 25 살인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 옛날에 우리 오픈 스튜디오 구경 다닐 때 생각나니?”

“네. 재미있었어요. 하루 종일 가족과 함께 구경 다니면서 지내는 것도 좋았고요. 스튜디오 방문할 때마다 받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있는 엽서 모으는 재미도 있었고요.”

“나는 미술 좋아해서 신기한 미술, 그림들 구경하는 것 좋아했고 그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어요.”

“이제야 이야기 하지만 먹는 것도 좋았고요. 그때 우리 집에서는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단 것들을 못 먹었잖아요. 나랑 현이는 여기저기 다니며 눈치껏 단 것을 먹으며 즐거웠어요.”


10여 년이 흘렀는데도 그때의 느낌을 자세히도 떠올리는 것을 보면 산 배움이었던 것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미국 원주민의 격언이 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씨앗이다. 그들의 비어 있는 순수한 가슴을 사랑으로 채워 길러라. 삶의 학습과 체험의 지혜라는 물을 뿌려주어라.. 그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라.


오픈 스튜디오는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우리 가족의 추억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수공예, 예술 활동에 자긍심을 느끼는 많은 생활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을 방문하여 그들의 생활이자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내가 사는 마을에서도 꼭 기획해 보려고 재미있는 상상도 많이 했었다.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지역의 예술가, 수공예 장인들과 직접 만나 일상생활을 나누며 그들의 전문영역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학교 안팎에서 많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활동은 아이들의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아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일깨워 삶에 대처하는 자세를 가르쳐 준다. 또한 ‘나의 내면세계’를 만나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나가는 소중한 배움의 공간이다.


널리 배우며, 자세하게 물으며, 신중하게 생각하며,
명확하게 판단하며, 충실하게 행할 것이다. (중용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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