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 패스 신청을 위해 본 영화들
7월 23일 브런치 어플에서 브런치팀의 푸시가 핸드폰의 화면을 강타한다. 브런치 무비 패스!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모 시네마 공채까지 통과했던 나는 지난번 무비 패스 참여 방법을 보고 좌절했다. 브런치 작가만 신청 가능!
What? 도대체 브런치 작가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놓쳐버린 2018년 첫 번째 무비 패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잊고 있었던 무비 패스는 브런치 작가 통과 직후 그 두 번째를 알려왔다.
오호, 무비 패스를 위한 신의 안배인가?
그렇다면 어떤 영화에 대한 리뷰로 신청을 하지. 아빠로서 의미 있게 다가왔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음악이 좋았던 '라라랜드'?, 한 편도 놓치지 않았던 마블 시리즈? 빨리 정해서 글이나 쓸 것이지 봤던 영화들을 리뷰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결론은?
그래도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야지, 안 본 영화를 보고 쓰자!
그래서 그동안 시간을 짜내고 짜내서 7편의 영화를 거침없이 봤다. 여름휴가가 임박하여 너무 바쁜 시기였지만, 무비 패스를 위한 열정으로 질주!!
'오션스 8'의 산드라 블록에게 흠뻑 빠졌던 영화 '투윅스 노티스'에서 착안해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리틀 포레스트'로 결정. 선정 이유가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여주인공 김태리가 주연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까우니까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며 다른 영화도 살짝 살펴보자.
첫 번째 이야기보다는 뭔가 조금 아쉽지만, 난 마블 팬이니까 용서한다. 영화가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쉬웠던 이유는 절대적인 악이 등장하지 않아서 긴장감이 조금 없다랄까. 고스트도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처럼 나름 사정이 있게 나온다. 마지막 장면은 인피니티 워와 연결되어 역시 다음 어벤져스 시리즈를 기대하게 되었다.
어릴 때 좋아했던 산드라 블록과 지금도 좋아하는 앤 해서웨이를 보는 재미로 이미 영화는 충분하다. 범죄 영화라서 결말이 조금 궁금하긴 했는데,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패스. 영화 보는 내내 미드 '레버리지'가 연상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레버리지'의 네이트 포드 역할을 산드록 블록이 연기한 느낌이랄까.
첫 번째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다.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느낌으로 파헤쳐지는 진실을 가슴 두근거리면서 봤다. 두 번째 이야기도 나쁘지 않다. 관객수도 전편을 추월했다고 하니, 3편까지는 한번 가보자. 두 편 모두 시나리오가 기본적으로 괜찮다.
반전이 있다는 주위의 호들갑을 듣고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측이 된 영화랄까. 이런 비슷한 스토리를 그전에 본 적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기억을 못 하겠다. 하지만 마약과 이를 추적하는 경찰들의 이야기, 애정 하는 조진웅과 류준열, 그리고 김주혁까지 눈이 즐거운 영화였다.
'상사에게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라는 제목으로 검색되는 넷플릭스 영화. '미녀 삼총사'의 루시리우가 출연한다.(너무 오래된 영화를 언급한 건가;;) 아는 배우가 루시리우 말고는 없었지만,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 조이 도이치에게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눈을 뗄 수가 없음. '500일의 썸머' 같은 영화로 꼭 국내 개봉 한번 해주시길 기대한다.
뭔가 여주인공을 보자마자 떠오른 영화는 유해진이 첫 단독 주연했던 '럭키'. 왠지 에이미 슈머에게도 비슷한 영화가 아닐까. 유해진의 연기가 환상적이듯 에이미 슈머의 연기도 환상적이다. 특히 세탁소 장면에서의 능청스러운 연기. 엄지척. 혹시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은 꼭 보자. 마지막에 의미 있는 내용까지 그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담으로 너새니얼 브랜든의 '자존감의 여섯 기둥'을 읽고 보면 좋은 글의 소재도 함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김태리 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개봉한지도 몰랐다. (올해 바쁘긴 했지만, 그 정도였나?;;) 올레 TV에서 추천하는 영화 Top 10에서 보고 김태리 주연이라는 소개글로 바로 시청. 근데 이건 뭐지! 삼시세끼 영화인가? 애정 하는 박신혜가 출연했던 tvn '숲 속의 작은집'도 이 영화를 벤치마킹한 것인가. 어쨌든 영화를 다 보고 떠올랐던 세 가지 키워드를 정리해본다. 역시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영화 속 혜원은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도시의 사람들이 흔히 사 먹는 음식들을 요리한다. 엄마에게 배운 요리 솜씨로 직접 양파도 심고 감을 딴다. 술도 내리고 떡을 만든다. 그것을 어릴 적 친구들과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한 해를 보낸다. 좋은 음식과 사람은 행복의 기원이라고 했던가.
행복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 서은국, 행복의 기원
혜원은 정말 행복했었는지, 도시로 돌아가는 것을 잠시 미룬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자전거 타며 나무들 사이를 달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잠시 자연이 그리워졌다.
겨울만 보고 올라가기엔 너무 억울하잖아. 긴 겨울을 뚫고 봄의 작은 정령들이 올라오는 그때까지 있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 혜원
혜원의 소꿉친구 재하는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과수원을 한다. 내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으로서 자연과 가까워지면 행복해지는 이유는 회사와 멀어져서가 아닐까 생각도 해보게 된다.
회사 생활이라는 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 생각할 여유도 없이.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월급날이나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 - 재하
인간의 동기와 행복을 다룰 때 빠지지 않는 '자기결정이론'을 살펴보면 항상 첫 번째로 자율성이 강조된다. 회사와 가까운 삶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하루 24시간 중에서 자율성이 가장 최소화되는 시간이어서가 아닐까.
자율성은 자신의 행위가 자신의 의지에서 나왔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행동의 원천이 자신이라는 인식이다. - 수전 파울러, 최고의 리더는 사람에 집중한다
이거 받아.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거 아냐. 이 태풍에 끝까지 버티더라. 너랑 다르게 - 재하
태풍으로 사과가 많이 떨어진 과수원에서 재하는 아오모리 사과처럼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은 사과를 혜원에게 건넨다. 혜원은 처음 고향에 내려왔을 때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이 파편화된 상태가 아니었을까.
미숙한 자기를 통합시키는 자기 대상 반응의 만성적인 결핍 상태를 '파편화된 자기'라고 한다. 경미한 수준의 일시적인 파편화는 흔한 일이다. 오랫동안 자존감이 상한 상태가 지속되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 최영민, 자기심리학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상한 도시락을 먹는 혜원의 모습은 이 시대의 많은 청년의 모습을 대변한다. 부의 불균형과 낮은 취업률은 많은 청년들을 만성적인 파편화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고향에서의 혜원이 보낸 일 년 간의 삶은 이런 파편화된 자기를 다시 통합하는 과정이 된다. 관객은 아름다운 영상과 자연의 음식, 그리고 통합의 과정을 목격함으로써 함께 위로받는다.
자기심리학의 하인츠 코헛은 자기 파편화의 치료를 위해서는 적절하게 반응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며, 공통성과 연대감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혜원은 친구들과의 삶에서 공통성과 연대감을 느끼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통해 통합의 과정으로 전진한다.
그동안 엄마에게는 자연과 요리, 나에 대한 사랑이 그녀만의 작은 숲이었다. 나도 이제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 혜원
브런치 무비 패스를 생각하며 2주간 영화를 가열차게 봤다. 덕분에 무비 패스 결과와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과 만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행복했던 2주가 되었다. 다음 주 휴가 때는 무슨 영화를 봐야 할까. 행복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