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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리 Jan 13. 2020

새해에 가장 먼저 한 일

심리학 모임을 시작하는 5가지 이유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다. 한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했다. 그리고 몇 가지 유혹에 넘어가 허송세월을 보냈고 그 대가로 의지에 대한 불신을 선물 받았다. 알고 보니 나는 의지가 강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유혹에 노출된 적이 별로 없었다. 유혹에 약한 사람이 의지를 믿고 있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먹잇감이 없었다.


대부분의 행위는 자율적인 의지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설정되어 있는 신경회로대로 일어난다.
- 시어도어 다이먼


회사일에 육아, 취미 생활까지 짜임새 있게 하기에는 나의 의지 에너지는 턱없이 부족했다. 회사에서 일이 조금만 몰아치면 TV를 켜고 맥주를 찾았으며, 책, 운동 등 새해의 야심 찬 계획과는 조금씩 멀어져 갔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매년 비슷한 계획을 세웠지만, 다이어리만 바뀌면 새로운 것인 양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다행히 미루기와 작심삼일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었다. 계속되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환경 설정의 묘를 얻었고, 여러 차례 다양한 시도 끝에 나만의 노하우도 찾았다. 무엇을 해야지 생각하며 움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미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환경 디자인은 우리가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
- 제임스 클리어


매년 글로 정리하는 10대 뉴스는 내게 질문을 던졌다.


네가 생각만 하고 아직 하지 않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지?

그렇게 시작된 몇 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심리학 독서모임 '마음담론(이하 '마담')'이었다. 마침 새해 첫날에는 인터넷도 잘 되지 않는 필리핀의 어느 시골에 있었지만, 왠지 지금 일을 저질러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굳이 마담을 왜 만들었을까.





01 도반 커뮤니티


Alcoholics Anonymous.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으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동그랗게 마주 앉아 자신들의 스토리와 생각을 꺼내 놓는다. 해외에서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교수님은 이런 모임이 상대적으로 한국에는 많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교수님은 AA는 아니었지만 대학의 교수로서 일상의 주제를 다루는 집단 모임을 진행했는데, 이미 수년간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깊이가 있다고 했다.


체험을 통해 진입로를 알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들을 귀도 없는 법이다.
- 니체


몇 년 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나는 언젠가 비슷한 모임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심리학 기반으로 일상의 이슈를 가볍게 공유하는 모임. 수년 동안 모임에 참여하며 나눈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간접 체험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귀를 만드는 모임. 심리학 박사만큼의 박학다식한 관점과 자유로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모임. 이런 이유들이 마담을 만든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도반이란, 함께 수행하는 벗을 의미 한다.


나는 마담에서 오랫동안 함께할 도반을 찾고 싶다.





02 마음의 관성을 관리


지금보다 과학이 훨씬 아쉬운 시절, 심리학은 내성법을 사용해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관찰하며 심리와 본성에 관한 일반 이론을 정립해 갔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은 어느 정도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마음을 알기 위해 첨단 장비를 항상 가지고 다니거나 측정하지 않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내성법 만한 게 있을까 싶다. 


자기 이해를 전문가에게 의탁하기보다 스스로 성찰하고 풀어가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며 그중 가장 손쉬운 하나가 내 생각에는 글쓰기다.
- 은유


어느 날 이가 아프기 시작하고 치통으로 잠을 못 자게 되면 갑자기 이빨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고 치과를 찾게 된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거나 혼란스러울 때는 마치 아프지 않거나 괜찮은 것처럼 위로하며 병원에 가지 않을 때가 많다. 심지어 마음의 소중함까지 가벼이 여길 때가 있다.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의 도는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 맹자


마담에서 나는 꾸준히 글을 쓰며 잃어버린 마음을 찾거나 가지고 있는 소중한 마음을 지키고 싶다.





03 글 쓰는 환경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작가 신청을 하고 통과만 되면 매일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지만 1년이 지나도 아직 40개도 쓰지 못했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던데 나에게는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의지도 환경도 없었다. 


습관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더 나은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제임스 클리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로 하고 기존에 발행했던 글을 다시 한번 쭉 읽었다. 브런치북 발행을 위해 목차를 아무리 엮으려고 해도 이야기의 흐름이 맞지 않았다. 어떻게든 일부 글을 목차로 엮고 흐름이 이상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급하게 몇 개의 글을 추가로 써 내려갔다. 어떤 날은 글이 너무 써지지 않아서 회사나 다니지 이런 일을 왜 시작했을까 생각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특별상을 받긴 했지만, 잘 써서 준 상이 아니라 '좀 더 써볼래'라는 의도로 준 상이 아닐까. 마담이라는 환경으로 꾸준히 써볼 생각이다.





04 브런치북 연재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했다. 목차를 만들어 글을 쓰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한번 해보고 나니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이번에는 심리학으로 브런치북을 엮어보면 어떨까. 이미 시중에는 심리학 책이 많지만 심리학 이론을 읽고 내 맘대로 해석하고 삶에 적용해본 경험을 글로 써보고 싶어 졌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어서 내가 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은 그다음의 행복이다. 일단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 이다혜


이번에도 상을 받거나 어떤 출판사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으면 좋겠지만, 뭐 어떤가.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부터 온전히 만끽하고 싶다.





05 심리학 강의 교안


콘텐츠를 가장 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 보는 것이다. 물론 하브루타 등의 다양한 교육법이 소개되면서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막상 가르치거나 발표할 기회가 생기면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나처럼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무대에 서라.
- 오상익


연말에 12개의 챕터로 된 심리학 교안이 만들어지는 것을 목표로 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 앞에서 강의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역시 나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는 마감과 입금이 최고의 동기부여임이 분명하다.





마담을 공지할 때는 이런 내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구구절절 표현하면 없어 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왠지 자연스럽게 모집해서 어떤 분들이 함께하게 되는지 지켜보고도 싶었다. 어떤 책의 도움이 필요할 때 갑자기 내게 다가오듯 이 모임 또한 누군가에게 그렇게 다가가길 바랬다.


모든 위대한 변화는 차례로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시작된다.
- 쏜턴


과연 마담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도미노의 작은 조각이 될 수 있을까. 새해에 가장 먼저 한 일이 되돌아봤을 때 가장 의미 있는 일로 남았으면 좋겠다.




입장코드: saram

https://open.kakao.com/o/giXw9m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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