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코리 Jun 28. 2020

대전에 집을 하나 사고 싶어

회사보다 투잡, 투잡보다 투자

* 이 글은 전문적인 투자나 부동산을 배운 사람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 셀프 분석과 판단으로 진행한 투자 이야기 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전에 집을 하나 사고 싶어.
응? 무슨 대전? 그 대전? 충청도의?
맞아, 그 대전. 주말에 아이들 맡기고 다녀오자.


몇 년 전 주말 아침, 아내는 갑작스러운 저의 말에 영문도 모른 체 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동네 앞에서 저의 투자 설명회를 들었지요.


여기 학군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문화센터와 도서관은..
마트의 밑반찬에 대한 평판은..


그리고 그다음 주, 아내는 회사에 출근한 저를 대신해서 혼자 대전에 갑니다.


다 이야기해 놓았으니, 도장만 찍고 오면 돼.


그때까지만 해도 아내, 부모님을 포함한 주위 지인들은 저의 대전 투자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지요.


대전에 살아본 적이 있어? 아니..
그럼 누가 정보를 준거야? 아니..
시세보다 저렴해? 아니..


심지어 당시 저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사람은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이런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말도 안 되게 비싸요.
대전에서 이 가격은 말이 안 되죠.


게다가 그 부동산 인근에는 하수처리장까지 있어서 밤마다 냄새가 진동하고 인근 아파트는 여름에 베란다 문을 열지 못한다는 소문까지 무성했지요.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했는지 간략하게 기술해 보겠습니다. 저처럼 회사만 다니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01 학군 불패


직장일 때문에 여러 도시에서 근무해 본 경험으로 보면, 학군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어느 정도 디펜스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로 대학을 많이 보내는 여고가 많은 지역은 딸을 가진 부모님들의 관심 지역이 되는 것이지요. 최소한 딸이 고등학생이 되는 전후 5년은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회사 동기들 중에서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에게 대전 제1, 제2의 학군이 어디인지 확인했어요. 그리고 그 인근을 탐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출퇴근 거리가 30분을 초과하면 행복도가 저하된다.


성인이 30분이라면 초중고는 10분으로 생각하고 실제 도보로 걸어봤습니다. 주위에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문화센터 등의 시설도 꼼꼼히 확인했어요. 대전에 출장이 있을 때마다 회사 동료들은 서울로 돌아가느라 바빴지만 저는 일이 있다며 대전에 남아서 임장을 계속했습니다.


출처: 학교알리미 홈페이지



02 편리한 교통


기본적으로 지방은 상대적으로 자가용 운행이 많아 역세권 등 교통 환경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편입니다.


일본의 트렌드를 보면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


똑같은 느낌으로 서울과 부산의 현재를 보며 대전의 미래를 생각해 봤어요. 서울은 예외로 보더라도 대전 지하철을 이용한 후에 부산 지하철을 이용해 보면 깜짝 놀랍니다. 정말 한산한 대전 지하철과 다르게 부산은 거의 서울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같은 지방이라도 노선이 확대되고 광역으로 펼쳐지면 이용률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출처: 대전광역시청 홈페이지


당시에 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대전 출신 동기들은 하나 같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 대전 1호선 적자가 얼마인지 알아?
그거 알면 2호선 이야기 못할 거다.


저는 이것을 일종의 확증편향이라고 판단했어요. 이미 노선이 많은 서울과 부산도 계속 노선을 늘려가는데, 대전이나 광주도 언젠가는 2호선을 하지 않을까. 다만 시기의 문제겠지.


만약에.. 정말 만약에.. 2호선이 생긴다면..
어디부터 오를까?


저는 한남대학교 인근의 오정역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전 2호선과 충청권광역철도가 연결되는 곳으로 예상이 되었지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오정역 인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학군과 원도심 침체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직장인의 소심한 투자 제1법칙이 이때 적용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내가 이주한다는 마음을 가져라.


떼돈은 벌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절대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03 도시 계획


회사를 다니다 보면 비전 작업이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제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2020 비전'이라며, 회사의 2020년 미래를 위한 세부 실행계획 수립이 한창이었지요. 2020년이 된 지금은 비슷한 방식으로 2030, 2050을 그리는 기업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도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첨부 파일은 제가 투자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책 보다 열심히 읽었던 자료입니다. 날짜를 보시면 2013년, 2016년에 공시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정보가 있는데, 몇 가지만 살짝 볼까요?


출처: 2030년 대전도시기본계획


2030년의 대전 생활권입니다. 제가 대전에 관심을 가질 때는 이미 도안 지역은 분양이 완료되어 부동산 가격이 종잣돈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종의 위치를 볼 때 저는 아무래도 대전 북쪽이 장기적으로 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신탄진을 방문했습니다.


출처: 2025년 대전광역시 도시재생전략계획


신탄진은 아파트 가격이 정말 합리적인 곳이었어요. 대전 유성의 아파트보다 공간은 2배였지만, 가격은 절반이었습니다. 터무니없는 가격 차이의 원인이 궁금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인근의 타이어 공장이었어요. 공장이 이주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신탄진은 가볍게 포기합니다.


출처: 2025년 대전광역시 도시재생전략계획


대전의 도안, 노은이 개발되면 이후는 어디일까. 저는 계족산 인근의 연축지구에 관심이 갔습니다. 충청권광역철도와 세종시로 향하는 BRT버스가 지나는 회덕역과 연축지구. 향후 대전이 추가 개발을 계속한다면 이 지역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진행되었던 서울 직장인의 지방 투자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2호선도 생기지 않을 것인데 광역철도는 꿈도 꾸지 말라던 지인들의 조언이 무색하게도 대전광역시는 작년 말에 이런 공지를 합니다.


출처: 대전광역시청 홈페이지


처음 투자할 때는 10년 내로 착공이나 하려나 농담했는데, 2024년에 개통이 되면 진짜 10년이 안 걸릴 것 같습니다. ㅋ 또 다른 공지도 볼까요?


출처: 대전광역시청 홈페이지


지난달 연축지구가 대전시 혁신도시 최종 대상지로 선정되었습니다. 소름 ~


와 ~ 코리님, 예측 잘했네요?


사실 아니에요. ㅎㅎ 위에서 공유한 첨부 파일에 이미 다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인근에 이틀 전에 오픈한 현대 아울렛과 내년에 완공될 신세계 사이언스 콤플렉스도 오래전부터 했던 이야기입니다.



코리님, 왜 제1법칙만 있고 2법칙은 없나요?



바쁜 직장인에게 1법칙이면 충분합니다. 심플하게 갑니다.


최악에 상황이 오면 내가 들어간다.


이 기준만 잘 지키면 부동산을 보는 안목도 생기고, 안정적인 투자 수익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박은 모르겠어요. ㅎㅎ


회사보다는 투잡. 투잡보다는 투자.



회사원이라면 꼭 기억하세요. 짧은 글이지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주도 연락 안 올 것 같은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