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코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코리 Apr 15. 2021

네가 없다면 세상은 무채색이 될 거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생애 최초의 외국 영화는 중국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멋있었던 영화, '지존무상'이었다고 해두고 싶어요. 유덕화가 독주를 마시고 진옥려와 함께 피를 흘리며 걷던 장면은 정말 잊을 수가 없지요. 맴찢.


영웅본색, 정전자, 첩혈쌍웅, 도신 등.. (아.. 나이가 드러나는 이 취향.)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중국 영화를 좋아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철이 들면서 조금씩 진행된 중국 영화와의 거리두기. 어느새 중국 영화는 약간 지루하고 유치한 장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건 다 주성치 때문이야!


물론 취향과 상관없이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 놓치지는 않았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이별계약', '시절인연' 등 어린 시절과 다르게 잔잔한 드라마 같은 영화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수년 만에 넷플릭스에서 제 취향의 영화를 다시 한번 만나게 됩니다. 먼 훗날 우리. 아직 안 보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면서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정리해 봅니다.



영화 시작은 이렇게 무채색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영화 촬영 기법이라고 생각했지만 후반부에 중요한 이야기와 연결이 됩니다. 2018년 새해, 옛 연인은 우연히 오랜만에 비행기에서 만나게 되고, 둘이 처음 만났던 11년 전의 새해를 회상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젠칭과 샤오샤오는 같은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친구가 되고, 고향에 가족이 없는 샤오샤오를 젠칭이 가족 식사에 초대하면서 둘은 가까워집니다. 여자 친구가 아니라는 젠칭의 소개에 털털한 샤오샤오는 '언제까지 결혼 안 하면 우리 결혼하자.'라는 식의 아무 말 대잔치를 어른들 앞에서 시전 합니다. 이미 한가족이 된 것처럼 젠칭의 가족 식사 자리에 적응하는 샤오샤오. 



그리고 꿈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로 상경을 하듯 둘은 베이징으로 함께 돌아가고, 힘든 타지 생활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인생의 성공이란?


시골 출신인 두 사람은 뻔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 도시로 왔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도시 삶에 대한 두 사람의 입장차를 느낄 수 있게 되죠. 도시의 삶에서 성공했다는 것을 고향에 보여주고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남자. 반면에 안정적이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여자. 



샤오샤오는 신분 상승을 위해 베이징 남자들을 계속 만나려 하고, 그런 샤오샤오를 젠칭은 멀리서 응원하며 짝사랑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가게에 오는 손님을 일부러 샤오샤오에게 보내기도 하고 그녀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해결해주려 하죠. 자기 자신도 어려운 상황에서 말이죠.


그렇게 한 동안 돈을 벌지 못한 젠칭은 불법 복제 사업을 하게 되고, 그것이 발각되어 감옥에 가게 됩니다. 이런 안타까운 그의 마음을 그녀는 알게 될까요?



새해가 되자 샤오샤오는 감옥에 있는 젠칭을 대신해 고향에 내려가 젠칭의 아버님을 찾아뵙습니다. 젠칭은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대신 왔다는 말과 함께 선물을 전하는 샤오샤오. 왠지 모르게 이 장면이 찡했답니다. 



그리고 다시 사회에 나온 젠칭에게 고백하는 샤오샤오. 그렇게 아름다운 연애가 시작되고 둘은 순탄치 않은 도시 생활에서 서로 의지하며 함께 헤쳐나가는 단단한 커플이 됩니다. 



너무나도 좋아 보이는 두 연인.


영화의 영상미가 전반적으로 훌륭하지만 두 사람이 뜨겁게 연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장면들이 특히 아름다웠답니다.



사랑으로 마음을 다잡은 젠칭은 자신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스토리를 기획합니다. 이른 본 샤오샤오는 이런 질문을 하죠.


남자가 여자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 그래서 2018년이 무채색인 거야? 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거야?



순탄한 것 같은 러브스토리는 복선처럼 느껴지는 이 대화를 통해 무엇인가 불안해질 것 같은 느낌을 흘려보냅니다. 앞선 장면들과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현재의 두 연인이 무채색이기 때문일까요.



우리 헤어지면 다신 보지 말자.


무채색이었던 세상은 다시 색을 찾을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의 사랑,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끝났을까요? 



영화 '먼 훗날 우리'는 성공, 사랑,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젠칭과 샤오샤오의 관계를 통해 복합적으로 보여줍니다. 뼈 때리는 대사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다양한 상념을 불러일으키고, 따뜻한 가족애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참기 힘든 영화입니다. 중국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버린 영화, 먼 훗날 우리. 애틋한 사랑을 하는 연인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