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던진 질문

내 마지막 순간

by jiwu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MBC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을 봤다. 주인공은 응급의학과 의사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겪는 극심한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조력 사망을 비밀리에 돕는다. 그녀는 치료 불가능한 질병으로 약물로도 조절 불가능한 견딜 수 없는 신체적 고통을 겪는 환자들을 만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함께 고민한다. 그녀는 환자에게 "이제 어떻게 살아갈 건가요?"라고 묻는다. 그 질문 속에는 남은 시간을 어떤 의미로 채울지,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할지를 함께 고민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드라마 속에서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아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덜 아름답다. 전국 곳곳에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숫자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언론에서도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 많은 환자들이 연명 치료 속에서 가족과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여전히 불길한 단어다. 나조차도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기를 피하고, 그 날의 얼굴을 그리는 일에 서툴다.


아툴 가완디는 <어떻게 살 것인가(Being Mortal)>에서 이렇게 말한다. "죽음은 실패가 아니다. 삶의 일부다." 그는 병원이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곳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며 끝까지 살아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질과 자율성을 너무 쉽게 포기하게 만든다. 환자는 자신의 마지막을 선택할 권리를 잃고, 시스템이 깔아놓은 길 위를 무기력하게 흘러간다.


이제 우리는 병원의 역할을 다시 묻고, 사회가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생명을 연장하는 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삶의 주도권을 환자에게 돌려주고 존엄한 마무리를 함께 준비하는 공간으로 바꿀 것인가.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도 질문해야 한다.


내 마지막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을 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작가의 이전글좋아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