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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서의 진화방식

일차함수: y=ax+b(a, b는 상수, a≠0)

y는 x의 함수이고, y가 x에 관한 일차식으로 나타내어질 때의 함수


기울기를 알고, b값을 알고 있으면 x가 어떤 값이라 하더라도 y값을 금방 구할 수 있다. 주어진 조건만 알면 일차함수 그래프를 금방 그릴 수 있고, 그래프가 그려지면 x값에 변화가 있더라도 변한 만큼의 y값을 산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a, b는 상수이고 a가 0이 아니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예외 없이 답을 찾을 수 있다. 조건 하에서는 충족하는 수학공식이라 a값과 b값만 알면 된다.


공부하면서 늘 어려워했던 수학도 원리와 조건만 잘 이해하면 답이 나오는데 우리 일상은 그렇지 않다. 충족해야 성립하는 조건이 변하기도 하고, 일차함수 같은 직선의 관계일 리도 없다. 이차함수, 삼차함수와 같은 조금 더 복잡한 계산식으로 풀어보면 더 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역시 공식 안에서만 움직일 때 가능한 일이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은 늘 쉽지 않다. 숫자들 간의 관계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상황, 사람, 조건, 예외, 환경, 자료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사업/프로그램을 계획하는 일이라 그렇다. x라는 사업을 하면, y라는 사업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지만, a, b값만 알면 해를 구할 수 있는 일차함수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일차함수처럼 생각해 보면, 일차함수 그래프가 다 똑같지 않고 각기 다른 모양을 띠게 하는 a값과 b값이 존재한다. x와 y는 어떤 사업을 계획하느냐 문제이기 때문에 평소 기울기(a)와 y절편(b)을 어떻게 찾고, 세팅해 놓을 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떤 사업을 했을 때, 기울기가 어떠하냐에 따라 y값의 좌표가 달라진다. 사업을 수행하는 담당 복지사의 경험과 역량 차이일 수도 있고, 자원 연계나 부서 간 협업, 슈퍼비전 등을 통해 기울기를 만들어 내는 조직 자체의 분위기, 시스템의 힘일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사업의 기대효과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 해 주는 b값의 존재는 든든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신입 사회복지사가 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답을 산출해 내게 하는 슈퍼바이저가 있고, 슈퍼비전이 시스템을 잘 작동하게 하는 조직이 있다.

사업 수행의 경험적 근거와 관련 현황/추이 자료를 반영하여 '그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로 잘 연결 짓던 경험, 사업의 평가 결과를 자연스레 새로운 기획 사업으로 연결해 냈던 경험, 프로포절을 통해 기존 사업의 방향을 조정하거나 다른 접근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활용해 온 경험 등은 높은 b값과 기울기의 각도를 크게 만들어 사업 수행의 영향력을 크게 확장해 내는 경우이다. 경험의 축적으로 한 번 높아진 높이와 커진 각도는 쉽사리 낮아지거나 완만해지지 않지만, 한편 그 높이와 각도를 유지하는 것은 그동안 높이를 키워왔던, 각도를 늘리려 애써왔던 것 이상의 섬세한 집중과 몰입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업계획서를 많이 작성해 본 경험은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경험 삼아 써 보는 게 아니라 실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니 계획서 작성 경험은 곧 사업 수행 경험을 의미한다. 단순히 사업계획서를 많이 작성해 보고 많이 수행해 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업들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해 봤는지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


1) 비슷하게 늘 하던 사업계획서를 조금만 수정해서 사업 수행으로 이어가거나

2) 늘 비슷하게 묻는 질문과 욕구 파악으로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니 사업 유지로 결론내거나

3) 비슷한 관점과 비슷한 시각을 유지하는 사람들과의 평가

로는 변화해야 할 사업계획서의 기울기는 점점 평평해지고,

높은 위치에서 시작했던 그래프의 y절편은 다시 0으로 수렴하거나 -(마이너스)로 향하게 된다.


기울기가 없는 그래프는 딱 한 만큼 정도의 결과와 성과를 내고, 정형화된 시각과 시선은 늘 하던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설레는 결과나 다른 사업 기획의 가능성을 엿볼 수 없는 사업계획서는 아무리 많이 작성해도 뭔가 하던 일만 반복하고 느낌만 줄 뿐이다. 유사한 반복으로 만들어지는 경험치는 낯선 분야와 방식이 주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기 어렵게 만들게 된다.


사업계획서 작성은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잘 계획해 보는 단계인데, 출발부터 '사업계획서 작성은 어렵다'에서 시작하게 된다. 이런 과정의 경험이 쌓이면 사업계획서는 늘 회피하고 싶은 출발이 된다. 점점 사업계획서 작성이 늦어지고, 임박해서야 쓰게 되거나 심지어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도 완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경험이 쌓이면 성장과 진화를 생각하게 되는데, 경험 여부로만 정리하게 되면 많이 작성해 본 것만 자긍심(?)이 된다. 내가 경험하는 방식과 성장하는 방식을 달리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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