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소셜마케팅코리아블로그 - http://bit.ly/브랜딩의_진정성
'매탈남'이라는 유튜버가 있다. 도시 생활에 지친 그는 시골로 내려간다. 그렇다고 해서 귀농은 아니었다. 지금도 여전히 회사를 다닌다. 다만 거주 공간이 시골로 바뀌었을 뿐이다. 2개월 간의 적응기간을 거쳤다는 그는 혼자 낚시를 하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유튜브 방송을 한다. 그러던 그의 집에 우연히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온다. 쉽게 곁을 내주지는 않았지만 도망가지도 않았다. 이 남자는 이 고양이를 위해 매일 먹이를 챙겨준다. '누리'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잊을만 하면 다시 찾아오는 고양이와의 작은 교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다만 한 가지, 그 고양이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다. 며칠 만에 다시 나타난 고양이의 홀쭉한 배를 이 남자는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새끼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고양이가 이 남자를 찾아 따라오라는 시늉을 한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조금 앞서 간 후 뒤돌아보고 다시 앞장서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2km를 걸어 고양이와 새끼들이 모여 있는 20m 길이의 녹슨 배수관을 만난다. 남자는 그 열악한 환경을 확인하고 새끼 고양이를 옷에 담으며 흐느끼고 오열한다. 혼자 사는 남자와 7마리 고양이 식구의 동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여기 또 다른 한 남자가 있다. 회사 생활을 접고 시작한 6년 간의 피씨방 운영 끝에 남은 돈은 고작 500만 원이었다. 그는 그렇게 대전에서 조그만 컴퓨터 수리 회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자꾸만 같은 질문에 반복해서 대답하는 일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했다. 채널 이름은 '허수아비', 올리는 영상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중고 컴퓨터 살 때 딱 하나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직접 컴퓨터 먼지 제거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 ‘화면 안 뜨는 컴퓨터 집에서 고치는 방법'... 그런데 뜻 밖에도 사람들이 이런 영상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확인할 길 없는 컴퓨터의 상태, 거기서 오는 의외성이 이 투박한 콘텐츠에 재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컴퓨터가 망가진 이유도, 상태도 제각각이었다.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입소문을 탄 이후 손님들이 하나 둘 직접 찾아오기 시작했다. 찾아온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이유는 한 가지였다. '동네 컴퓨터 가게를 믿을 수 없다'는 거였다.
“단돈 1, 2만원을 벌려고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가 생각해도 그 돈을 벌기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되겠지요? 분명히 이런 행동을 하면 손님이 떨어질 거고, 장기적으로도 수익에 해가 되는데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하는 겁니다.”
지금도 많은 동네 수리 업체들이 새 제품을 강매하고, 부품을 '바꿔치기' 하는 등 손님을 속인다.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다. 이런 불편과 불안을 경험한 이들 때문에 '허수아비' 채널은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2019년 11월 현재 구독자 수는 39만9천 명.하지만 이 채널의 성장을 혼자 일궈낸 것은 아니다. 콘텐츠에 잘못된 정보가 있거나 보충할 내용이 있을 경우 바로 사과하고, 구독자들은 이를 댓글로 보완한다. 정보성이 높은 댓글은 상단에 고정된다. 수리를 하다가 어려움에 부딪히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허수아비는 이런 구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허수아비 컴퓨터의 사장, 서영환씨는 그 덕분에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유튜버라는 새로운 영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인터뷰 속의 그는 여전히 겸손하다. 그의 채널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보고 싶은 것은 전문가나 연예인들의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상의 사람들이 부족한 것을 메꾸며 발전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짧은 영상을 보더라도 대단한 영상보다 실수하는 모습들이 흥미를 돋우는 것처럼 실력이 뛰어난 컴퓨터 유튜버를 보고 싶었다면 제 영상을 찾지 않았을 거예요."
그는 철학이 있다. 허수아비는 자극적인 영상이나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지 않는다. 오버클럭, ‘뚜따’, 수냉 조립. 이 세 가지는 영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영상을 보고 따라하다가 CPU를 망가뜨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조그만 컴퓨터 수리 가게의 차별화 요소를 한 마디로 얘기한다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진정성'이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실하고 참된 성질, 사전은 진정성이라는 말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컴퓨터 수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 그 가운데서 피어나는 교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장님의 진실함이다. 세련되고 화려한 영상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허수아비라는 조그만 수리 가게가 번창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구독자가 40만을 바라보는 허수아비의 영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서툴러 보인다. 나름 신경을 쓴다고 쓴 자막 처리에 구독자들이 웃는다. 그리고 다시금 그의 영상 속으로 빠져든다. 그 꾸미지 않은 날것 같은 영상과 대화 속에서 진정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매탈남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시골 남자는 여섯 마리의 새끼에 둘러 싸여 여전히 고군분투 중에 있다. 그 사이 구독자는 16만 명으로 늘었다. 고양이를 돌보느라 출근이 세 시간이나 늦어진 적도 있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그가 7마리의 고양이에 둘러 싸여 낯선 시골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열렬한 구독자가 되었다. 예쁘고 화려한 고양이들보다 이들에 더욱 마음이 간다. 길고양이 누리와 매탈남의 인연에는 스토리가 있다. 반전도 있고 감동도 있다. 영상 그 자체로는 촌스럽기 그지없다. 혼자 사는 남자의 삶에 화려함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구독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유튜브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화려한 편집 기술과 뛰어난 영상미일까? 유머 넘치는 드립과 예쁘고 잘 생긴 출연자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시대에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진정성'이다. 하루의 피로를 씻어줄 믿을만한 사람과의 교감이다. 모두에게 적용될 원칙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허수아비와 매탈남은 그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화려함의 그늘에 숨지 말고, 민낯 그대로의 진실함을 보여주라고. 그러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그것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이자 경쟁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나는 이 모든 과정이 진짜 브랜딩이라고 믿는다.
*본 원고는 '천일의 글쓰기 박요철' 작가님과 협업 한 원고입니다.